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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56) 잊혀지지 않는 맛 ‘선지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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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56) 잊혀지지 않는 맛 ‘선지 해장국’
  • 이주석 기자
  • 승인 2024.02.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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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 해장국
선지 해장국

 

[푸드경제신문 이주석기자] 전날 술기운으로 거북한 속을 달래기 위해서 먹는 국이 해장국이며 해장 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선지와 우거지를 사용하는 선지 해장국, 돼지 등뼈를 넣고 끓여 만든 뼈해장국, 콩나물 해장국, 북어·황태 해장국 등이 대표적이다. 맛도 좋고 양도 한 끼 식사에 적당하다 보니 숙취 해소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직장인의 점심 식사로도 인기가 높다. 해장국이란 이름은 조선시대에 등장한 표현으로 이때부터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으며 예부터 선비들의 속 달래기 음식이 지역마다 특색이 있었다고 한다.

해장 전용 음식이 있다는 것은 ‘부어라 마셔라’로 대표되는 한국 음주문화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해장 한다고 또 다른 술을 불러와 해장이 반복(?) 되는, 이래저래 술 좋아하는 애주가의 음주가 계속되는 한 영원히(?) 살아남을 음식이다. 우리 집에도 즐겨먹는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북어, 콩나물에 두부를 긴 방향으로 길게 썰어 새우젓을 약간 넣어 만든 맑은 국물의 두부 북엇국이 대표 해장 요리이다. 각 집안마다 식문화에 따라 특색 있는 해장 음식이 있으며 요즈음에는 라면도 즐겨 하는 애주가들이 많아 흥미롭다.

서울의 대표 해장 메뉴는 ‘선지 해장국’이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상업화되었기 때문에 서울의 대표 해장 메뉴로 불리지만 선지 해장국은 서울에만 국한된 음식은 아니고 전국 어디서든 많이 있다. 종로거리의 청진동 피맛골이 본산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1980년대에는 한집 건너 선지 해장국 식당이 성업하여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재개발 사업으로 폐점되어 예전의 모습은 찾기 어렵고 ‘청진동 해장국’이라는 명칭이 고유명사가 되어 같은 간판 이름으로 전국에 영업 중인 식당이 많으며, 선지뿐만 아니라 콩나물, 우거지, 내장, 등뼈, 쇠고기 등을 넣어 맛을 발전시킨 유명한 식당이 도처에 있다.
 

청진옥
청진옥

 

어려운 여건에도 해장국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포가 ‘청진옥’이다. 서울에서는 워낙 유명한 식당이라 주변이 재개발되어 다 폐업해도 두 번씩이나 옮겨 다니는 어려움 속에서 살아남아 지존을 지키고 있다. ‘청진옥’은 80년 넘는 세월을 한 가지 음식으로만 대를 이어온 식당으로 해장지왕(?)으로 부르고 싶은 40년 단골집이다. 원래는 공평동에 있었으며 한쪽 편에 큰 가마솥이 있고 아주머니가 연신 뚝배기에 토렴하여 내놓은 선지 해장국은 당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였다. 세월이 흘러 큰 가마솥은 없어지고 밥도 따로 나와 토렴의 맛은 사라졌지만 그 시절 그 맛을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 집의 특징은 해장국답지 않게 맑은 육수 국물이 돋보이고, 삼삼하고 따뜻한 냉면 육수 같은 밍밍하기까지 한 맛이 특이하다. 오히려 토렴을 하지 않아 국물이 더 깔끔해진 것 같아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없을 듯하다. 여기에 선지, 내장(내포), 콩나물, 배추 등이 조화를 이루어 잡내가 전혀 없는 맛을 내고 있으며, 특히 선지는 신선하여 구수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좋고 추가로 더 주문해도 토 달지 않고 한 접시 더 내어준다. 이때쯤 자연스럽게 해장을 위한 술이 등장하게 된다. 반찬은 깍두기뿐인데 입맛에 따라 조용히(?) 김치와 파를 더 달라고 하여 먹어도 괜찮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이 경이롭다고 말하고 싶은 곳으로 서울미래유산에도 등록되어 있는 전통 선지 해장국집이다.

이 지역은 피맛골을 중심으로 청진동, 서린동, 관철동, 공평동 등이 종로를 사이에 두고 상가가 번창한 중심지였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여 같은 방향 직장 동료들과 의기투합(?) 하는 일이 많았다. 주로 청진동의 해장국, 서린동 낙지골목, 관철동의 선술집 등이 우리를 반겨주는 곳이었다. 가성비 좋은 맛집이 많아 청춘들의 낙원이었으나 지금은 주변이 많이 바뀌어 옛 정취를 느낄 수 없어 아쉽다.

용문해장국
용문해장국

 

해장국의 다양성을 갖춘 집이 효창공원 근처에 있는 ‘용문해장국’이다.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도 식도락가들의 맛집으로 손꼽힌다. 사골 국물에 소등뼈를 넣고 푹 고아 낸 육수를 사용해 깊은 맛을 자랑하는 집이다. 대파, 배추, 콩나물, 무, 우거지 등의 재료를 넣어 시원한 국물 맛을 살려내며, 신선한 선지와 소뼈에 붙은 부드러운 살점이 특징인 뼈해장국은 푸짐함을 더한다. 오전에는 선짓국, 오후에는 뼈전골을 파는 독특한 방식으로 영업한다. 아무래도 오전에는 해장을 위한 손님의 오전반, 애주가를 위한 뼈 해장국의 오후반으로 지칭되는 단골손님도 언제 와야 할지 고민(?) 해야 할 식단이다.

영동대교 남단 청담동에는 ‘새벽집’이 있다. 고기가 유명한 집으로 24시간 영업하며 식사로 선지 따로국밥이 맛있는 식당이다. 밥과 국이 따로 나와 기호에 맞게 말아 먹든지 따로 먹든지 할 수 있는 해장국으로 큼직한 선지와 무, 콩나물이 들어 있으며 육수는 조금 빨간 양념이 있는 국물로 삼삼한 게 해장하기 딱 좋은 국이다. 밑반찬 중 조리 김이 아닌 살짝 구워낸 생김을 간장에 찍어 먹으니 옛 생각으로 주섬주섬 먹게 된다.

애주가를 위한 속풀이 음식이 남녀노소 다 즐기는 국민 음식이 된 선지 해장국... 아침, 점심, 저녁 언제 먹어도 구애받지 않는 음식이며 구수한 맛과 더불어 영양 많은 건강식으로,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 여행 삼아 청진동으로 가야겠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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