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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㊹ 추억 속으로의 여행 - ‘갈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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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㊹ 추억 속으로의 여행 - ‘갈비탕’
  • 손영한
  • 승인 2023.08.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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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물요리의 대표 음식으로 소의 갈비를 주재료로 하는 갈비탕은 끓는 물에 오랫동안 우려내고 국간장, 소금으로 간을 하는 음식이다. 집안의 행사에 제일로 꼽히는 요리로 항상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소갈비를 쓴다는 점에서 가격이나 맛이나 여러모로 쉽게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일 것이다. 대체로 고기가 붙은 갈비를 먼저 건져먹고 나중에 밥을 말아 먹는 음식으로 여기에 무를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예전에는 주로 입학·졸업식 등 가족행사 때 먹었으며 특히 70~80년대 결혼식의 대표 잔치 음식이 갈비탕이었다. 그전에는 국수가 주된 잔치 음식이어서 집안 어른들이 혼사를 재촉할 때 “국수 언제 먹여줄 거냐” “갈비탕 언제 얻어먹을 수 있냐”의 표현으로 사용했는데 그것이 그 시절의 음식과 관련이 있는 흔적으로 생각된다. 잘 고아 낸 국물에 두툼한 갈비가 들어있는 갈비탕은 고명으로 계란지단이나 대추 등을 곁들여 품위를 유지하는 고급스러운 음식이다.

푹 삶은 갈비탕은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며 소금이나 양념간장에 찍어 갈비를 뜯어먹고, 육수는 기름기 없고 맑은 국물을 유지하여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주며 나중에 하얀 쌀밥을 말아 먹으면 밥알에 따뜻한 고기 육수가 스며들어 탱글탱글한 식감이 느껴진다. 시원한 김치나 깍두기와 같이 곁들이니 아~ 이것이 갈비탕 맛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에 당면과 파를 넣고 식성에 따라 후춧가루를 가미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결혼식을 세종대왕기념관(홍릉수목원)에서 했다. 경관이 뛰어나고 조용하여 어머니가 추천한 곳으로 가을에 딱 맞는 좋은 장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에는 하객들에게 선물(떡, 우산, 수건)을 드리고 피로연은 주변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하였는데, 그 음식이 갈비탕이었다. 그때는 서울 시내 종로갈비, 홍릉갈비, 수원갈비가 제일 유명한 지역이었다. 피로연 장소였던 ‘홍릉갈비집’은 벌써 60년 된 노포 식당으로 옛날식 소 양념갈비 맛집으로 유명하며 (3대 갈비 중 한 곳) 간판도 옛 그대로여서 정감이 있다. 그때 갈비탕 맛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세월이 흘러도 잘 우러난 한우 갈비탕은 국물과 고기가 나무랄 데 없고 가격도 착하다. 정갈한 갈비가 푸짐하다. 달달하고 입에 짝 붙는 양념갈비는 옛 맛이 지금도 통하는 추억의 맛을 가지고 있어 여전히 인기가 높다.
 

홍릉갈비집
홍릉갈비집

 

어머니와 추억의 갈비탕은 종로에 있었던 ‘한일관’과 ‘일억조’ 식당이다. ‘일억조’는 인사동에 있었던 고깃집으로 그 당시 대형 전문식당의 선구자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종로 2가 신신백화점 옆에 있던 ‘한일관’도 공히 서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갈비탕, 불고기 등을 하는 전문음식점인데 종로 재개발 사업으로 지금은 압구정동으로 이사하여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지금도 슴슴한 서울 맛의 갈비탕과 불고기가 좋아 어머니가 먼저 생각이 날 정도의 친근하고 의미 있는 식당이다. 어머니 계모임에 자주 따라갔던 곳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식당의 ‘전통 갈비탕’은 맑은 국물에 고기 양이 많다. 갈비도 큼직큼직하고 뼈에 붙은 고기가 두툼하며 상당히 부드럽고 구수하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잘생긴 갈비이다. 국물에 밥을 말아 한 숟가락 먹으니 맑고 깊은 육수의 맛이 상쾌하다. 곁들이는 김치와 잘 어울리고 투명하고 깔끔한 당면은 후루룩~, 참 맛있다. 놋그릇과 놋수저로 제공되어 왠지 품위 있는 식사가 기대된다.
 

‘버드나무집’
‘버드나무집’

 

아들 준오와 자주 가는 갈비탕 집이 있다. 한 20년쯤 다닌 곳으로 아들과의 추억만큼이나 옛 갈비탕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이 ‘버드나무집’이다. 점심에만 한정 그릇 수만큼 제공하므로 부지런하지 않으면 차례가 오지 않는다. 저녁에 팔 갈비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투리 고기와 갈비 조각, 마구리, 떨어져 나간 갈빗살 등을 모아 끓여 내는 것으로 오히려 큰 토막의 갈비탕보다 육수가 진하고 구수하며 특히 토막 갈비를 뜯어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정말 ‘코 박고 먹는다’라는 말이 실감 나는 갈비탕이다. 다른 집 갈비탕처럼 갈비 몇 토막이 아니라 그야말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갈비탕이다. 조각 갈비뼈에 붙어있는 오들거리는 부분까지 뜯어먹을 수 있어 제대로 먹는 식도락에게는 최고의 한 그릇이 될 듯하다. 국물은 깊은 감칠맛과 시원함이 조화롭고 무 한 토막도 한몫한다.

나는 식사할 때에는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천천히 먹는 습관이 있는 데 이 집에서는 ‘맛있다’라는 말만 혼자 중얼거리며 뜯어먹기 바쁘다. 너무 맛있어서 점심이지만 소주 한잔 안 할 수 없는 갈비탕이다. 운 좋으면 갈빗살 덩어리도 만날 수 있는데 그야말로 횡재하는 날이며, 뜯어 먹고 남은 갈비뼈가 수북하다. 일찍 가서 오픈런 해야 먹을 수 있으며 40년 넘게 제공하는 한우 갈비탕은 가격이 좀 세다.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어릴 적 어머니와 먹던 맛이 남아있으며, 체면 불구하고 뜯어먹는 모습으로 아들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갈비탕 집이다.

우선 큰 그릇에 갈비와 갈빗살이 빈틈없이 가득하여 육수 위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모습이 놀랍다. 파와 계란지단, 빨간 고추 한 토막이 눈을 즐겁게 한다. 먼저 맑은 국물 한 숟가락 먹어보면 와~ 감탄사와 함께 구수하면서 상큼한 고기 향이 코로 들어온다. 간도 과하지 않아 빨리 밥에 말아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갈비 조각에 붙은 고기는 쫄깃쫄깃, 떨어져 나온 살코기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 속을 풀어주는 상큼한 국물 맛이 환상적인 맛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그냥 부스러기 모아놓은 갈비탕이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반찬도 정갈하고 상추겉절이, 깍두기, 오징어젓갈, 오이지무침 등이 슴슴한 게 맛이 있고 잘 어울린다.

음식은 추억을 먹는다 하였거늘 어머니와 함께한 갈비탕의 추억과 그 맛을 찾아 코 박고 뜯어먹는 맛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아들과의 갈비탕... 이제는 그 추억의 갈비탕 맛 여행으로 이번 여름을 즐기고 싶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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