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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㊶ 서울에서 만나는 ‘제주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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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㊶ 서울에서 만나는 ‘제주음식’
  • 손영한
  • 승인 2023.06.1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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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출발한 지 1시간쯤 후, 맑은 하늘과 탁 트인 풍경, 야자수 나뭇가지를 잔잔하게 흔드는 싱그러운 바람과 청량한 햇빛이 얼굴에 쏟아지는 이국적인 느낌... 이곳은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하는 제주도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끼리 벼르고 별러서 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특별한 여행지 제주도는 언제 가도 항상 기대되는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는다.

환상적인 푸른색의 해변, 섬 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과 기생화산(오름)들, 화산 용암으로 이루어진 신비스러운 동굴과 폭포들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천혜의 자연 속에 각종 박물관과 전시관, 식물원, 창의적인 문화공간들이 점점 품격을 높이면서 조화를 이루어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30~40년 전에 제주도는 신혼여행지로 1순위였다. 그 당시 나도 택시를 대절하여 제주도 첫 여행을 하였는데 운전기사분이 관광안내와 사진사 역할까지 해주며 제주도 일주를 한 적이 있다. 이때 같은 날 결혼한 대학 친구 서승원 교수 부부와 함께했는데, 택시 기사님을 잘 만나서 구석구석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제주도 전체가 머릿속에 여행지도처럼 각인되어 지금도 제주여행은 늘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아주 소중한 추억이다. 지금은 인터넷 여행정보와 관광지마다 정보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렌터카를 이용하여 자유여행이 가능해졌다.

제주도 추억 중 딸(주연)과 함께한 여행도 생각난다. 외국에서 공부하였기에 더욱 뜻깊은 졸업 기념 가족여행이었다. 우도 해변가에서 졸업사진 찍기, 감귤 빙수와 서귀포 맛집 탐방 등 애틋한 기억들이 많다. 딸 추천으로 ‘우진해장국’에 갔는데, 처음 맛본 고사리 해장국은 너무 맛있어서 별천지를 만난 듯 깜짝 놀랐다. 지금은 대기가 엄청나다고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였던가! 제주에는 육지와 결을 달리하는 음식이 많다. 청정해역을 자랑하듯 각종 활어회와 돔베고기, 말고기, 각종 조개·소라의 해물탕과 전복, 해삼, 자리돔으로 요리되는 물회 등 요리방법도 특이하고 제주도 방언의 음식 이름도 재미있고 독특하다. 제주에서의 특별한 음식은 가족여행 때 먹었던 고사리 해장국, 고등어·옥돔구이, 한치회, 섭지코지의 성게 제주 밥상, 성산의 해물탕이 꾸준하게 나의 입맛을 빼앗았으며 특히 중학교 친구들과 여행할 때 제주 어부의 집에서 먹었던 자연산 참돔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여기에 맑은 물처럼 깔끔하고 산소 같은 느낌의 한라산 소주 21°까지...

서울에서도 운송수단의 발달로 제주도 출신 셰프들이 제주의 맛을 내는 곳이 여러 곳 있다. 사실 나는 식당 소개가 아닌, 맛의 애환과 삶의 정(情)을 소개하는데 이번에는 제주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는 ‘자리물회’와 조림·구이를 잘하는 ‘한라의 집’이 있다. 아마도 서울에서 제주출신이 영업한 곳 중 가장 오래된 식당이 아닐까 생각된다. 메뉴부터가 제주느낌이 확 다가온다. 고등어·갈치회, 소라회, 성게미역국에 자리물회가 제주답다. 제주도 출신으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중학교 은사님이 소개한 식당으로 교육청에 근무하실 때부터 자주 가던 식당이다. 이 집 최고의 메뉴는 역시 자리물회! 된장으로 버무린 제주식 물회로 까칠하고 고소한 자리의 맛을 최대한 살린 차가운 음식으로 따뜻한 성게미역국과 같이 곁들이면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쫀득쫀득한 식감과 달큼한 맛이 잘 어우러진 한치 물회도 식욕을 자극한다. 지금은 회 정식도 개발되어 가성비가 좋은 메뉴로 인기가 많다. 사실 자리물회는 이 집에서 처음 맛보았다. 회라는 인식에서 벗어난 좀 딱딱한 식감이 거슬렸으나 2~3회 거듭될수록 고소한 감칠맛과 된장에 버무린 시원한 양념 국물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되었다.

그다음은 구이·조림 요리가 돋보인다. 갈치, 고등어는 신선도가 잘 유지되어 있어서 살이 부드럽고 달며 입에서 살살 녹고 조림 속의 무는 양념이 잘 스며있고 두툼하여 맛을 더한다. 제주에서 유명한 ‘유리네’ 생선요리만큼 맛있으며 은사님과의 추억이 있는 서울 제주 맛집이다.

‘제주도 아줌마네집’
‘제주도 아줌마네집’

 

둔촌동역 주변 둔촌동 전통시장에 있는 ‘제주도 아줌마네집’이 있다. 해물탕과 소라·전복 물회가 유명한 제주 해산물 전문점이다. ‘해물탕’은 각종 해산물(백합, 오분자기, 조개, 새우등)이 크기도 크고 신선하여 국물 맛이 담백하고 진하다.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제주 해산물을 한상 차려 내는 곳으로 해산물만 건져 먹어도 배가 부르며 조개 하나하나에 바다 내음이 묻어있어 제주도 어느 해변가에 앉아 저녁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손님들이 해물탕을 제일 먼저 찾는 이유이다. ‘전복 물회’도 대단하다. 매콤 새콤한 맛은 부추와 각종 채소들이 들어 있어서 식감과 든든함을 모두 해결해 주는 요리로 전복의 양도 푸짐하다. 귀한 제주 전복으로 만든 알찬 요리로 가격 대비 가성비도 좋다. 해삼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제주도에서도 보기 힘든 홍해삼도 하나만 썰어도 접시 가득 담긴다. 투명한 붉은색이 식욕을 돋운다. 재래시장에 있어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으나 제주의 해물탕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며 제주 성산일출봉 입구에 있는 많은 식당들의 해물탕 맛이 연상된다.
 

‘제주옥’
‘제주옥’

 

신용산역 근처에 ‘돔베고기’를 하는 제주전통음식점인 ‘제주옥’이 있다. 요즈음 용산은 새롭게 뜨는 곳으로 상권이 밀집해있는 신흥 먹자 거리에 젊은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일명 용리단길에 있다. 이 집은 나무와 흙으로 장식되어 있고 메뉴도 제주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모습이 느껴지는 소박한 식당이다. 이 식당은 돼지고기 중심의 제주 음식을 마련하는 곳으로 돔베고기가 돋보인다. 제주 토종 흑돼지를 사용하여 고기가 훨씬 쫀득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일반 돼지보다 제주 흑돼지가 비싼 이유다. 흑돼지 특유의 향이 있고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적당하여 부드러운 식감과 쫀득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손님 취향에 맞게 따뜻한 돔베고기에 겨자와 막장을 곁들여 입에 넣으니 기가 막히다.

또 다른 별미인 ‘고기국수’가 있다.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기국수를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며 돼지뼈 육수에 모자반을 넣은 몸국, 막창 순대, 고사리 육개장이 제주의 맛을 옮겨 놓았다. 별미인 감태 주먹밥의 초록색 해초는 눈을 즐겁게 하며 재료의 한계로 없어서 못 판다. 제주 성읍 지역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했던 제주에서의 좋은 기억들을 생각하며, 자리물회와 돔베고기 한점에 한라산 소주를 곁들이면 어느덧 제주 모슬포항의 고기 국숫집이 아련히 떠오른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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