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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대한 우려, 기우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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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대한 우려, 기우일 수도
  • 장재철
  • 승인 2023.05.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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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벌써 5월이다. 올해의 시작은 지난해 말 중국의 리오프닝과 유로지역의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로 다소 긍정적인 전망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그사이에 새로운 충격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발생했다. 3월의 실리콘밸리 은행실패 등 미국 지역은행 사태와 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 파산을 말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은 정책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은행 부문 부실과 중앙은행 정책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를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거시경제 데이터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정책금리의 인상이 처음에도 빠르면 지난해 말 혹은 올해 상반기에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재 그 경기침체 시점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연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기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여기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것은 주로 미국에 대해서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4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 –0.4% 이후 올해 1분기에도 수출 부진 심화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았으나, 실제로는 전기대비 0.3%의 플러스 성장을 하면서 침체 국면에는 진입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양호한 민간소비의 영향이 컸다. 중국도 지난 1분기에는 전기대비 2.2%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4분기의 0.6%를 크게 상회했으며,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 4%를 상회하는 4.5%를 기록했다. 유럽지역도 지난 1분기 전기대비 0.1% 성장해 마이너스 성장을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의 경우, 1분기에 전기대비 연율로 1.1%의 성장세를 보여 전분기의 2.6%를 하회했으나,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1.6%를 기록했다.

이처럼 주요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을 보면,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적인 금융여건의 영향과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경제활동은 크게 위축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하는 것이 고용시장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전기대비 성장률 둔화에도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실업자대비 빈 일자리수의 배수가 1.6배로 코로나 위기 이전의 1.2배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또한, 4월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치인 3.4%를 기록했다.

노동시장 데이터가 다소 시차를 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양호한 고용 사정은 소비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발표된 애틀란타연준의 2분기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전기대비 연율로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의 거시경제 데이터로 추정한 성장률로는 1분기의 성장률을 상회하는 것이다. 한국의 4월 고용동향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둔화 우려에도 취업자 수 증가가 지속되고 있으며,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도 전월대비 상승하고 실업률도 2.8%까지 하락했다.

이제까지는 상황은 이러한데, 하반기는 어떠한 모습일까? 중국은 경제활동 재개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하면서 성장세가 다소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의 확대, 부동산 경기 안정화 등이 경제 심리를 개선하며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주요 선진국과는 달리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지 않은 것도 향후 경기 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향후 경기 전망에 수출이 중요한 변수이다. 수출 부진은 제조업 경기 악화를 의미하며,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 감소와 투자 위축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월과 4월을 보면 계절 조정한 수출이 감소폭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경기는 올해 2분기가 저점으로 하반기부터는 가격 상승과 더불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자동차와 선박 등의 수출 호조가 수출 경기의 추가적인 부진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3.5%에서 인상이 종료된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금융긴축이 없다는 점도 소비와 투자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중국과 한국 모두 하반기에도 전기대비 플러스의 성장이 예상된다.

한편, 미국의 하반기 경제 전망은 다소 어두울 수 있다. 미 연준이 5월 정책금리를 25bp 인상해 정책금리의 상단이 5.25%까지 상승했다. 일부에서는 추가 인상은 없다고 보고 있으며, 다른 일부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는 미국 지역은행들의 은행실패로 인한 은행 부문의 보수적인 대출 태도가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를 제약함으로써 그동안의 정책금리 인상 효과를 더 강화함으로써 경기침체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은행들의 보수적 대출 태도는 정책금리를 약 50bp 인상한 효과와 같다고 한다. 후자는 이러한 은행실패 문제는 통제할 수 있는 것인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높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다.

연준이 어떠한 결정을 하든, 긴축적 금융여건이 강화되는 것으로 하반기 경기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처럼 경기침체 시점을 더 연기하든, 아니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는 경기침체가 아니라 성장세가 약화되는 둔화 국면에 그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2024년 상반기부터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진다고 해도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을 전망이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본부장, 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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