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1:45 (토)
실시간뉴스
유가 100달러의 의미와 전망
상태바
유가 100달러의 의미와 전망
  • 장재철
  • 승인 2023.04.1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재철의 경제 EYE

얼마 전 산유국들이 긴급히 모여 5월부터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감산 소식에 국제유가가 곧 100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과 우려가 제기되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이미 국제 원유시장에서 생산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의 추가적 감산이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은 지난 10월에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을 발표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도 하루 50만 배럴의 감산을 예고했다. 이러한 모든 생산감소가 현실화된다면, 올해 말까지 하루 약 260만 배럴의 원유가 줄게 되는 것이다. 원유시장에서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하루 100만 배럴의 생산감소는 배럴당 8~10달러 상승시킨다고 한다.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내외였으니, 260만 배럴의 감소에 따른 유가 상승 폭은 21~26달러가 되기 때문에 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는 충격이 될 것이다. 주요국에서는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한 배경이 되었다. 다행히 지난해 3분기 이후 인플레이션이 점차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 들어서는 다수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폭을 줄이거나 동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평균 국제유가가 당초의 전망보다 약 25% 높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게 되면, 한국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당초 전망보다 약 0.5%포인트 상승하게 된다. 올해 3%대 중반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급 측 물가 압력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 한국은행이나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 인상을 재개하거나 인상 폭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유가 100달러에 대한 우려의 배경은, 이 같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재개가 이들 국가의 경기 부진 심화나 경기침체 시점을 앞당기고 경기침체의 정도도 더 크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일 년 동안 정책금리를 4.75%포인트나 인상했다. 이러한 공격적 정책금리 인상의 여파는 최근 발생한 실리콘밸리은행 실패 등 중소형 은행들의 유동성 리스크를 유발했고, 2024년 상반기에 예상되었던 미국의 경기침체 시기를 2023년으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연준이 정책금리를 추가로 더 인상하며 긴축기조를 강화한다면, 경기침체 심화로 은행들의 유동성 리스크는 신용 리스크까지 더해져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하면, 미국 경제는 더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시스템 리스크로 인한 경기침체로 인해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다. 게다가 미국 등 주요국에서의 정책금리 인상 재개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이다. 최근 주요 주가지수 상승을 이끄는 성장주의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책금리 추가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의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성장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을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채권시장에서도 정책금리의 추가 상승은 단기금리의 상승을 통해 수익률 곡선 역전현상이 더 오래 지속되게 하며, 이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 게다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위험 선호를 약화하고, 달러 강세의 요인이 된다.

달러 강세는 신흥시장국 통화의 달러에 대한 환율을 상승시키고, 이는 다시 신흥시장국의 수입물가를 높여 신흥시장국의 인플레이션을 더 가속할 것이다. 신흥시장국 중앙은행은 더 높아지는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 신흥시장국 경제가 선진국보다 더 부진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특히 국제유가의 상승은 물가 불안뿐만 아니라, 원유수입국의 대외수지를 악화시키고 성장력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한국의 국회 예산정책처는 유가 10% 상승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추고, 경상수지는 20억 달러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2023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84달러로 전제하고 경제성장률은 1.6%, 경상수지는 26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았다. 국제유가가 5월 이후 100달러를 지속한다고 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0.28%포인트 하락한 1.3%, 경상수지 흑자는 230억 달러로 축소될 것이다. 이러한 성장 둔화와 대외수지 악화는 원화 약세요인이기 때문에 2023년 말의 달러/원 환율은 당초 예상했던 1,200원을 크게 상회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제유가가 실제로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수 있을까? 국제유가는 하루 116만 배럴 감산 뉴스 이후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약 6%나 급등한 후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앞으로도 크게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감산이 향후 예상되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 부족과 미국이 예고했던 약 2억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재충전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수요대비 공급의 감소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10월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예고한 산유국들이 실제로는 100만 배럴 정도만 감산하는 데 그쳐, 향후 실제로 예고한 만큼의 감산이 이루어질지도 불확실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본부장, 수석이코노미스트) 사진 뉴스1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