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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㉟ ‘광어’와 ‘도다리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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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㉟ ‘광어’와 ‘도다리쑥국’
  • 손영한
  • 승인 2023.03.16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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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넙치! 언제나 친숙하고 맛도 좋은 납작한 생선...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추억이 있을 법한 생선이다. 과거에는 주로 조림으로 요리되었다. 어머니도 제철이 되면 손바닥보다 큰 넙치를 마늘로 양념하여 조림으로 먹은 기억이 있다. 여기에 무, 실고추를 넣어 간장으로 조린 것인데 하얀 살이 유독 돋보이며 담백한 맛이 기가 막힌다. 어떤 때는 마늘 양념만 하여 찐 다음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였다. 기억에 어머니는 한쪽 면을 다 먹으면 뒤집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발라내어 먹었는데, 아마도 뒷면이 보기 좋지 않아서... 혹은 살이 부스러져서... 내 생각에는 냄비에 붙어있는 면이 보기 좋지 않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는 음식의 반은 눈으로 먹는다고 항상 말씀하시곤 하였다.

광어는 넙치과에 속하며 넙치와 공통어로 불리고 있다. 등은 황갈색 바탕에 흰 점과 검은 점이 빼곡히 박혀있어 모래바닥에서 위장이 용이하다. 도다리는 가자미과에 속하는 이웃사촌이다. 모양과 색깔이 비슷하여 구별이 어려우나 눈의 위치에 따라 구별하면 쉽다. ‘좌광우도’ 즉, 정면에서 보았을 때 광어는 눈이 왼쪽에 몰려있고 가자미를 포함한 도다리는 눈이 오른쪽에 몰려있다. 또한 자연산과 양식의 구별법은 배 부분이 자연산은 하얗고, 양식은 황갈색의 얼룩이 있다. 좁은 수조 양식장에 활동이 어려워서 생기는 흑화현상이라고 한다.

광어는 80년대만 해도 고급 횟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광어 양식 기술을 보유하면서 대량양식이 가능하여 어느덧 고등어처럼 국민생선 횟감이 되어버렸다. 우럭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 횟감이고 일본에서는 도미와 함께 광어를 선호한다. 일본은 참돔보다 광어가 비싸서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횟집에서 한 번은 광어의 엄청난 양에 놀라고, 또 한 번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란다는 뒷얘기가 있다. 반대로 한국은 참돔이 비싸다. 그래서 일본산 참돔이 시장에 많다.

광어와 도다리는 다른 생선에 비해 살수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납작하고 대가리가 작고 내장도 머리 쪽에 쏠려있고 굵은 등뼈만 있어 살코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인기 있는 우럭에 비해 두 배 정도 살이 많다.

광어는 대광어가 좋다. 2~3Kg 이상의 대광어는 맛, 향, 식감이 소광어에 비해 무조건 두 배 이상 맛있다. 1Kg 이하 광어의 불완전한(?) 맛이 나는 불편하다. 광어 작은 것은 세꼬시 해서 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먹으려면 차라리 가자미나 도다리가 훨씬 낫다. 한때 식당에서 ‘광어 한 마리 9,900원’(600g 정도) 하던 전성시대가 있었다. 대광어로 키우기 어려운 양식업자의 부적절한 방법이며 맛을 무시한 상술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과거의 풍속도이다.

예전에 대광어는 대부분 자연산이었으나, 이제는 제주, 완도에서 대광어가 양식되어 출하되고 있다. 대광어회의 맛은 살의 두께가 깊어 씹는 느낌이 좋고, 단맛이 나는 감칠맛과 은은한 향도 느끼게 되어 식감이 아주 훌륭하다. 처음 회 몇 점은 양념 없이 그냥 먹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자연산은 배부위의 하얀 자태가 멋있으며, 지방이 적고 쫀득한 식감은 양식산에서 느끼지 못하는 맛의 차이가 있다. 늦가을, 겨울이 제철이지만 연중 맛의 차이가 큰 편이 아니라서 제철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막내횟집’
‘막내횟집’

 

회현동 남대문 시장 내에 ‘막내횟집’이 있다. 시장 터줏대감 식당으로 오랜 시간 광어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한 노포이다. 양식 대광어를 완도에서 제공받아 신선도와 숙성이 아주 좋고 큼직큼직하게 한 접시 푸짐하게 썰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 조각이 제법 커서 입안에 꽉 차고 쫀득한 식감과 향이 좋으며 색이 하얗다. 단맛이 느껴지는 감칠맛이 뛰어나고, 찰지고 두툼하여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지느러미살(엔가와)도 대광어답게 길고 쫄깃쫄깃한 맛이 고소하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고등어조림, 감자조림, 오징어볶음, 미역국이 다 맛있다. 특히 감자조림은 설탕 감자 맛이 나는 추억의 음식으로 어머니의 솜씨와 비슷하여 리필하여 먹는다. 고등어조림의 무맛도 좋고 미역국도 삼삼하다.

‘봄도다리·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이 봄철에 새살이 올라 영양적으로 우수한 도다리는 욕지도, 사량도 같은 섬에 자라나는 자연산 쑥을 넣어 끓인 ‘도다리 쑥국’이 제격이다. 특히 봄도다리는 살이 통통하여 맛이 좋으며 쑥은 해풍을 맞고 자라서 미네랄이 풍부하여 피를 맑게 해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담백하고 깔끔한 봄철 별미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맑은 탕 속에 초록색 쑥은 진정 봄이 왔다고 표현하는 것 같고 춘곤증으로 나른해진 몸을 일깨워 주는 쑥의 은은한 향이 코와 입으로 전달되어 온몸에 배어드는 듯 향기롭다. 시원한 국물과 더불어... 이런 도다리 쑥국은 단연 통영 지방이 유명하다. 출장 갈 때에만 들러보는 거제에 있는 ‘백만석’ 식당이 잘한다. 이 집에서 유명한 멍게비빔밥의 쌉쌀한 멍게의 노란 빛깔과 향, 깔끔하고 담백한 도다리쑥국의 조합은 ‘천상 일미’라 하여도 지나치지 않는 맛이다.
 

‘충무집’
‘충무집’

 

이와 비슷한 집이 을지로 입구에 있는 ‘충무집’이다. 통영 음식을 기반으로 하는 식당으로 각종회, 멍게비빔밥, 도다리 쑥국, 멸치요리 등이 유명하다. 손님이 많고 시내 한가운데 있어서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서울에서 멍게비빔밥에 도다리 쑥국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밑반찬도 통영식으로 깔끔하다.

선릉역에 ‘통영집’이 있다. 매일 통영에서 직송되어 자연산 잡어회와 멸치, 도다리, 전어 등 계절음식이 다양하고 다시마, 해초류, 충무김밥 등 밑반찬도 먹을 것이 많다. 도다리쑥국은 봄에 2개월 정도 내 놓는 데, 탕의 고소한 맛과 쑥 향이 좋아 쑥국 탕에 공깃밥을 말아 먹으니 코와 입이 즐겁다. 사계절 제철 음식점으로 직장 친구와 일 년에 4번쯤은 방문해야 직성이 풀리는 식당이다.

쫀득한 식감과 단백하고 감칠맛이 있는 대광어 한점과 통통한 도다리에 여린 쑥을 넣은 도다리 쑥국은 일 년에 딱 한 번 맛볼 수 있는 지방 토속 음식으로 이번 봄에는 여러 핑계와 이유를 구실 삼아 광어와 도다리쑥국을 만나러 시내로 발길을 돌리려 한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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