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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실제 사이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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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실제 사이의 함의
  • 장재철
  • 승인 2023.03.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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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변수의 하나는 경제지표에 대한 기대치, 즉 시장참여자들이 예상하는 경제지표 수준이다. 이 값이 실제 발표된 것보다 높거나 낮을 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난 1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약 52만 명이 증가했다. 시장이 예상한 19만 명보다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당연히 시장의 반응은 노동시장 과열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실제로 발표된 경제지표가 예상했던 기대치와 다를 때, 서프라이즈가 발생했다고 한다. 예상과 다르니 놀랐다는 뜻이다. 실제로 발표된 지표가 기대치를 상회하면 ‘포지티브(positive) 서프라이즈’, 반대 경우는 ‘네거티브 (negative) 서프라이즈’라고 한다. 노동시장에서의 포지티브 서프라이즈는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뜨겁다는 것으로, 경기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지난 2월 전월대비 0.3% 상승한 한국의 소비자물가를 들어보자. 시장은 0.5% 상승을 예상했는데, 발표치는 이보다 낮은 네거티브 서프라이즈를 보인 것이다. 그 결과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2월 인플레이션이 기대치를 하회한 것은 농축산물 가격과 석유류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비스 부문에서도 물가 압력이 다소 약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경제가 지난해 4분기의 전기대비 역성장 이후에도 부진을 지속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예로 들은 두 서프라이즈 이후, 미국에서는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한국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시장 반응은 거시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합리적 기대란 어느 한 시점에서 그때까지의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하는 바탕이 된다. 합리적 기대는 간혹 실제 경제 상황이나 시장 결과치와 다를 수가 있는데, 평균적으로는 맞다고 가정한다. 이는 기대치와 실제치 사이의 예측오차를 시장참여자들이 합리적 사고를 통해서 지속해서 수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합리적 기대로 설명해보면, 미국의 1월 노동시장에서의 포지티브 서프라이즈는 시장참여자들은 2월에도 고용 데이터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양호하다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2월 고용지표가 기대치보다 낮을 경우, 시장참여자들은 원래의 경기 상황에 대한 기대를 유지할 것이다. 다만 최근까지 발표된 미국의 고용시장 자료에 따르면 두 달 연속 포지티브 서브라이즈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최근 들어 미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더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하며 정책금리의 인상 폭 확대와 최종금리 수준의 추가 상승을 시사하는 것의 배경이다. 2월 고용지표에 포지티브 서프라이즈가 발생하면, 연준은 경제주체들이나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가 더욱 경기에 우호적으로 변하게 되고, 이것이 경제활동에 반영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네거티브 서프라이즈의 경우, 시장의 되돌림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한국의 예상보다 낮은 2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에도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고,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까지 낮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의 물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할 필요가 없다. 일부 시장참여자들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예상할 것이다. 특히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약화로 인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이렇듯 기대치와 실제치의 차이는 실제로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은 항상 새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주목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대치는 경제모형에 근거한 전망치가 될 수 있는데, 새로운 데이터 이후 전망치와의 차이는 새로운 전망치에 반영된다. 전망이 수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1월과 2월의 양호한 고용시장은 전반적인 경기가 여전히 강건하다는 것이며, 이는 가까운 기간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경착륙 우려가 연착륙으로, 연착륙은 다시 노랜딩 (no landing), 즉 경기침체는 없다는 것이나 2024년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평가로 바뀌게 된 이유가 된다.

정책당국은 시장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정책당국의 시장에 대한 메시지가 시장참여자들의 기대 형성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시장의 기대보다 더 좋게 발표된 경제지표로 시장참여자들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기대를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 계획하고 있는 정책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시장참여자들의 기대를 낮출 수 있다면, 실제로 강도 높은 정책 실행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실제 경기 상황뿐만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와도 매 순간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본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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