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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는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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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는 오는가?
  • 장재철
  • 승인 2023.02.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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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지난해 말 2023년 경제전망에 있어서 두 가지 큰 화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였다.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며,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생산과 고용이 감소하는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리라는 것이 요지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함에 따라 예상보다 빠른 집단면역과 그로 인한 경제활동 재개로 경제성장 모멘텀이 당초 전망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에너지가격 급등 여파로 겨울에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예상되었던 유럽경제는 예년보다 따스한 기온으로 지난 4분기 전기대비 0.1%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에 더해 주요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나 지난 4분기부터 우하향하며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는 지난 2월 1일,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초입에 들어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러한 경제전망의 변화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1월 말 2023년 경제전망에 반영되었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지난해인 2022년과 올해 2023년의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각각 3.4%와 2.7%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의 전망보다 각각 0.2%p가 높은 수치이다. 2023년 선진국과 신흥시장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각각 1.2%와 4.0%인데, 이는 종전 전망대비 각각 0.1%p와 0.3%p 높은 것이다. 이번 글로벌 경제성장률의 상향 조정은 신흥시장국의 영향이 컸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중국 당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의 포기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4.4%에서 5.2%로 크게 확대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IMF는 미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1.4%로 종전 전망에서 0.4%p나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총 4.5%p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노동시장에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위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금리 인상의 여파로 소비지출이 줄고 주택가격의 하락 등도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 전반의 고용을 위축시켜 가계의 소득과 소비를 본격적으로 감소시킬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의 미국의 취업자 수 증가와 실업률을 보면 미국의 노동시장이 얼마나 뜨거운가를 알 수 있다. 비농업부문의 일자리는 약 52만 개가 늘어나 지난해 4분기의 평균적인 일자리 수 증가 30만 개를 크게 상회했으며, 실업률은 지난해 12월의 3.6%에서 3.4%로 하락해 1969년 5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둔화 폭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전년동월대비 9.1%로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12월에는 6.5%로 빠르게 하락했다. 유럽에서도 지난해 10월 전년동월대비 10.6% 상승한 후 올해 1월에는 8.5%로 하락했다. 그동안 물가 상승압력을 주도했던 공급측 요인, 즉 고유가와 공급망 차질 등이 개선되면서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 부문의 물가가 하향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향후 인플레이션의 빠른 둔화에 대한 이러한 전망은 통화정책의 추가 긴축될 필요성을 줄여 궁극적으로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호한 미국의 고용 상황, 유럽과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상승 잠재력, 물가의 하향 안정 등은 주요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 즉 경착륙(hard landing)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오히려 주요국 경제가 연착륙(soft landing)이나 더 나아가 경기침체가 없을 것(no landing)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올해 초부터 보였던 주식시장 호조의 주요한 배경의 하나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경기의 연착륙이나 경기침체가 없다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이 지속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즉 경기가 좋게 유지되는 만큼 수요측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것이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더 높게 유지될 것이다. 이는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가 더 오래 유지되거나, 긴축 강도가 더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이지 않은 변화일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0.4%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민간소비 부진과 중국 등 주요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의 큰 폭 감소가 주요인이었다. 2023년에는 우선 상반기에는 소비와 수출의 부진이 당초 전망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의 반등과 물가 하향 안정에 따른 소비 개선 등이 기대되어 경기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즉, 경제성장률에 대한 상반기의 하방리스크와 하반기의 상승잠재력이 서로 상쇄되어 2023년 연간으로는 당초 전망과 같은 1.6%의 성장이 예상된다. 한편 인플레이션은 당초 전망보다 높은 3.5% 정도를 예상한다. KDI도 최근에 2023년의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각각 1.8%와 3.5%로 전망했다. 이러한 1%대 중반의 성장률에서는 경기침체를 겪는다고 해도 그 정도가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즉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수출과 투자 부진 등으로 2분기 연속 역성장을 한다고 해도, 2분기 이후에는 회복 모멘텀이 강화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장 재 철 (KB국민은행 본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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