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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㉚ - ‘아귀찜’과 바다향 품은 ‘미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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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㉚ - ‘아귀찜’과 바다향 품은 ‘미더덕’
  • 손영한
  • 승인 2023.01.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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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도 이렇게 못생길 수가 있을까! 덩치도 크고 미끈거리며 머리 부분과 입도 커서 영 볼품이 없다. 비슷한 어종인 곰치, 도치 등도 못생겨도 그래도 귀여운 면이 있으나 아귀는 참 별난 모습을 하고 있다. 예전에 어부들은 아귀가 잡히면 다시 바다로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저지방 고단백,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미식가들의 입을 사로잡았으며, 아귀를 취급하는 식당도 동네 골목에 꼭 한 집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명칭도 아귀라는 말보다 아구라고 편하게 부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귀는 깊은 바다에서 살며 몸길이가 1m 정도이고 심해어답게 몸과 머리가 납작한 편이고 몸 전체의 2/3가 머리 부분으로 큰 입이 매우 인상적이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어 심술통처럼 느껴지며 아귀간과 찜, 수육, 탕으로 요리되는 인기 있는 생선이다. 특히 아귀 간은 열량과 비타민 A의 함량이 매우 높아 세계적인 간 요리 푸아그라에 비유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12~2월에 많이 잡히며, 이제는 남녀노소 모든 소비층에서 아귀를 좋아하며 소비량이 많아 외국산 아귀가 수입되는 형편이다. 국내산 아귀를 고집할 경우는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귀의 살은 하얗고 부드러우면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야채와 양념에 잘 어울려 독특한 식감을 주는 아귀찜이 대표 음식이다. 원조 격인 마산지역의 ‘마산 아구찜’은 건(말린)아귀를 사용하며 여기에 콩나물, 미나리, 미더덕과 나중에 고춧가루와 녹말풀을 넣어 걸쭉하게 조리한다. 특히 꾸덕꾸덕 말린 건아귀는 쫀득쫀득하고 맛이 깊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들어가는 미더덕은 아귀찜의 숨겨진 보석이다. 미더덕은 울퉁불퉁한 도토리처럼 생겼으며 오도독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으며 상큼한 바다내음을 느낄 수 있는 먹거리 중 하나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더덕은 씹을 때 터지는 즙 향기 맛이 별미이며 ‘툭’ 터지는 맛은 바다를 입속에 가져온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미더덕을 씹을 때 터지는 물에 입을 데일 수 있어 손질할 때 물을 빼는 경우도 있으나 나는 입이 데일지언정 톡톡 터지는 식감을 좋아한다. 멍게와 유사하며 향이 독특하고 씹히는 소리와 입에서의 촉감이 좋다. 여러 해물요리에 사용되며 물에 사는 더덕이라 하여 미더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식당에 따라 값이 싼 오만둥이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데, 구별법은 통통한 얇은 갈색주머니가 있는 것이 미더덕이고 두꺼운 껍질로만 되어 있는 것이 오만둥이이며, 개인에 따라 쫄깃하여 껍질까지 먹을 수 있어 씹는 식감으로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여기에 콩나물과 미나리의 아삭아삭한 식감은 또 다른 별미이다. 살을 제외한 물컹물컹한 콜라겐 덩어리의 부드러운 식감의 아귀를 매콤달콤하게 무친 야채와 함께 먹는 아귀찜 맛은 어느덧 국민식품 반열에 올라와 버렸다. 너무 맵게 해서 아귀의 맛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으나 푸짐한 한 접시의 아귀찜은 하루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기 좋은 음식이다.

국내산 생아귀로 만든 수육은 또 다른 별미를 충분히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요리이다. 잘 잘라낸 아귀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고 물만 부어도 향긋한 수육으로 끓여지는데, 그 쫄깃한 식감과 그 자체의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 아귀 내장은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소주 한 잔을 불러온다. 자작자작한 육수와 더불어 콩나물은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을 더한다. 아귀 맑은탕도 간과 고니, 내장 등을 넣어 시원하고 탱탱한 식감을 주니 생아귀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이러한 아귀는 원조 격인 마산지역의 ‘마산아구시장’이 제일 유명하며 이 유명세는 전국 어디에서나 ‘마산아구찜’이 있을 정도로 아구찜의 대명사가 되었다. 서울에는 낙원동 아귀찜 거리, 신사동 아귀찜 골목, 방배동 먹자 거리 등에 수많은 식당이 있으며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옛날집 낙원아구찜’
‘옛날집 낙원아구찜’

 

종로 3가에 ‘옛날집 낙원아구찜’이 50년 된 노포를 자랑하며 아귀만 취급하는 전문식당이 있다. 마산 아귀찜의 건아귀 대신 생아귀를 사용하여 살이 부드럽고 찰진 것이 큰 장점이다. 사실 아귀를 말릴 장소가 여의치 않아 생아귀를 사용하는 것이 서울사람 입맛에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집의 찜은 콩나물의 아삭함이 살아있고 아귀와 잘 버무려져 있어 침샘을 자극한다. 더불어 새콤달콤한 빨간 동치미가 이채롭고 후식으로 나오는 볶음밥은 빼놓을 수 없는 마무리 후식이다.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식당이며 미더덕 대신 오만둥이를 넣어 아쉽다.

신사동 사거리 근처에 ‘원조 마산할매아구찜’집이 있다. 이 지역도 아귀찜 집이 수없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큰 타운을 형성하여 손님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 식당은 생물아귀를 사용하여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이 한층 배어있고 아귀찜은 역시 콩나물이라 하듯 콩나물 인심이 좋아 즐겁다. 신세대 고객에 맞게 매운맛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어 식성에 따라 주문 가능하다. 아귀 외에도 간장게장, 꽃게찜을 찾는 손님도 많다.

 

‘생생아구’
‘생생아구’

 

삼성동에 살아있는 아귀를 요리해 주는 ‘생생아구’ 집이 있다. 이곳은 수조에서 활아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주문 즉시 잡아서 요리해 주는 서울에서는 이색적인 식당이다. 생아귀를 아귀회, 아귀 위 무침, 수육, 찜, 죽 등을 제공하는 아귀 코스요리의 신세계가 있는 전문 식당이다. 물론 단품 요리도 있다. 특히 수육은 아귀가 신선해서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이 현지에 버금가는 우아한 맛을 느끼게 한다. 특별한 그릇 위에 담긴 아귀수육은 콩나물, 미나리와 더불어 시원한 맛을 내며 아귀 내장을 넣어 구수한 맛을 보탠다. 육수를 계속 보충하여 오랫동안 먹어도 부드러운 살과 아삭한 콩나물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신기하다. 아마도 재료가 신선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아귀 살, 쫀득쫀득한 껍질 부위, 쫄깃한 내장 등 아귀의 모든 식감을 느끼게 해주는 수육에 푹 빠지게 하는 좋은 식당을 만나 기분이 좋다. 밑반찬과 같이 주는 생아귀 간은 슈크림을 먹는 듯 살살 녹는 것이 지금까지 아귀 간은 아귀 간이 아니었을 만큼 고소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마산의 쫄깃한 건아귀가 자꾸 생각난다. 아귀의 여러 부위를 맛보기 위해 식구, 친구들과 함께 동네 어귀에 있을 법한 아귀 집에서 못생긴 아귀와 바다향이 좋은 미더덕을 올겨울에는 꼭 먹어야겠다.
 

※첫 회 맛 칼럼인 ‘도루묵, 초겨울 밥상의 손님’[21.11.09]을 시작으로 ‘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을 연재한 지 1년이 지나 30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리며, 새롭고 산뜻한 맛 칼럼으로 만나겠습니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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