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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 보이지 않는 손과 주택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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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 보이지 않는 손과 주택가격
  • 장재철
  • 승인 2022.12.15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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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아버지는 바흐이다. 경제학에도 아버지가 있다. 대표적인 고전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이다. 아담 스미스는 그의 ‘국부론’에서 자유로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자동적으로 균형을 이루게 하는 힘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곳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그 가격에서 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충족하는 균형 상태를 이루게 된다. 소위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만족하게 되는 자원의 배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개념이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가 필요 없다는 자유시장주의의 근본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치부된다. 우리가 활동하는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모든 거래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자유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즉 정보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경쟁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아담 스미스가 이야기했던 자유시장에서의 이상적인 균형에서 가격과 다르게 되고,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충분히 만족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한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다른 조건들이 일정하다고 해도,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게 되고 그 때마다 가격이 변하고 수요과 공급이 변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지게 된다. 가격이 원래의 역할을 못하면서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시장의 실패’라고 일컫고, 정부의 시장 개입의 근거가 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이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의 기능에 대한 신뢰는 포기할 수 없다. 자유롭지 못한 시장에서 불완전한 경쟁이 만연하고 있지만, 가격이 균형을 찾아가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추구하는 이익의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 이익은 시장 참여자 중 하나인 가계에는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를 통한 효용 혹은 만족이 될 것이고, 또 다른 시장 참여자 중 하나인 기업에는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통한 이윤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불완전한 시장에서도 가격이 전달하는 신호를 잘 해석하고 그에 따른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제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넘어왔다. 사실 합리적 의사결정은 자유시장 여부와 관계없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학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것은 수학적 개념에서 기댓값을 도출하는 것과 같다. 이제까지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확률을 갖는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는 과거 경험치들의 평균값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정보를 잘 활용해서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 방식이 극단적인 예와 같이 평균값이라고 하면, 과거의 추세나 평균값들이 매우 중요한 준거가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주택가격이다. 주택가격도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 주택가격이 지난 2년 동안 급등세를 보인 이유는 주택수요가 지속해서 주택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즉 합리적 의사결정 부재나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투기수요와 주택공급 차질 등의 이유로 초과수요가 지속되고 그 결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주택가격은 더 높은 새로운 가격으로 가속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불안정한 새로운 균형으로의 이동이었다. 만약 시장이 잘 작동하고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이 완벽한 기능을 수행했다면, 주택가격은 어떤 일정한 속도로 상승했을 것이다. 그 속도는 소득이나 명목 경제성장률과 같은 가계나 경제의 규모 증가 속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가계나 경제의 규모 증가 속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즉 2019년 이후 3년 동안의 소득대비 주택가격의 비율은 약 15배로 그 이전의 3년 동안보다 50%나 상승했다. 주어진 소득으로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두 기간 사이에 1.5배로 늘어난 만큼 주택가격의 상승 속도가 빨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안정한 주택시장 균형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결국 주택가격의 상승률이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과거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소득 수준이 일정하면 주택가격의 하락 폭은 소득 수준이 감소할 때보다 더 커야 할 것이다. 지난 3년간 시장 참여자들은 주택가격 급등의 결과가 초래할 이러한 신호를 애써 외면해 왔던 것이다. 또한 그 동안 정부가 여러 가지 시장 안정책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장 결과는 정부의 개입 또한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았던 주택가격 상승세가 올해 들어 하락으로 전환했다. 11월까지 전국 주택가격은 전년동기대비 0.8% 하락했다. 아파트의 경우는 같은 기간 하락폭이 1.6%나 되었다. 내년에도 주택가격은 4% 내외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 정도이면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20~30% 하락할 수 있다고 한다. 시장이 가격을 통해서 보냈던 신호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신화는 깨졌어도, 그런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 신호에 대한 신뢰는 유지돼야 하는 이유이다. 내년에는 경제상황도 올해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취업자수 증가가 크게 둔화하고 수출 감소 지속도 예상된다. 가계소득 증가가 제약되고, 해외로부터 유동성 공급도 크게 개선되지 않아 주택가격의 하락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 참여자와 정부는 시장이 보내는 이러한 신호를 잘 해석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모색해야 한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본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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