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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경제 전망, 둔화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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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경제 전망, 둔화의 시간
  • 장재철
  • 승인 2022.11.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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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이맘쯤이면 여의도에서는 다가올 한 해에 대한 경제 및 시장 전망을 발표하는 행사가 시작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코로나 위기 이후 처음으로 대면 발표이기 때문에 발표자나 참석자들의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발표되는 2023년의 매크로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2022년 들어 가속했던 인플레이션 여파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정책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주면서 2023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은 전년의 1.9%에서 0.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미국의 경기침체는 2022년 말이나 2023년 초가 아닌 하반기에나 시작할 전망이다. 지난 10월의 고용지표나 물가수준 등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 국면에 근접했다는 근거는 많지 않다. 게다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지난 3월부터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했는데, 지난 9월에서야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을 웃돌며 통화정책이 긴축국면으로 진입했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상황의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통화정책의 시차가 9개월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이 그동안 정책금리를 인상한 효과는 2023년 하반기에 더욱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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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지역도 2023년 경제성장률이 0.3%로 매우 부진할 전망이다. 미국과 같이 경기침체가 예상되나 그 시기는 2023년 초로 예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심화하며 인플레이션이 급등했고, 그 영향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소비와 투자 등의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겨울의 기상 여건이 예년보다 그리 춥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력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유럽의 이번 경기침체는 기온이 상승하는 2023년 봄 이후에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과 중국과의 교역 증가 등으로 회복세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중국경제는 4.5%의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2022년 한 해 동안,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주요 도시의 락다운과 개방을 반복하며 내수 경기가 부진했다. 특히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부문 부실이 건설투자와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22년 하반기부터 정책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시작했으며,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 2023년에는 mRNA백신 접종의 확대로 제로-코로나 정책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며 경기회복세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락다운의 여파로 2022년 경제성장률이 3%로 매우 부진했기 때문에 2023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는 2023년 1.6%의 성장이 예상된다. 경제활동 재개로 2022년 상반기에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가속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성장 모멘텀이 크게 둔화하였다. 특히 11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5.7%나 감소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2023년 수출 회복을 지연시킬 전망이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와 주택가격 하락은 각각 부채상환부담 증가와 마이너스 부(富)의 효과를 통해 소비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성장률 둔화의 주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주요국 경제성장률 수준이나 하락 폭을 결정짓는 것은 2023년 초에도 지속될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이다. 미국의 연준은 2023년에도 추가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특히 2023년 2분기에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임금 상승 및 주거비 부담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제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 연준이 이번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를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5% 이상으로 가져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2023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 현재 3.0%에서 3.75%까지 올려놓을 전망이다. 한은 총재의 언급대로 2023년 초에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대내외 금융안정성을 위해 미국과의 정책금리 차이도 일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1월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400원을 훨씬 상회했던 환율이 최근 1,360원대로 급락했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및 선거 이후의 위험자산 시장 호조, 중국의 점진적인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2023년에도 달러/원 환율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종료와 향후 정책 피봇팅에 대한 기대, 중국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 등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2023년 하반기의 달러/원 평균 환율은 1,320원 수준을 예상한다. 2023년에도 고금리와 달러강세 기조는 여전할 것으로 보여 신흥시장국의 소버린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 등이 달러/원 환율의 빠른 하락을 제약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해보다는 하락할 전망이다. 2023년 원유가격은 WTI 기준으로 배럴당 79달러를 예상한다. 지난해의 92달러 대비 약 14% 하락한 수준이다. IMF도 지난 10월 경제전망에서 WTI, 두바이유, 브렌트유의 평균적인 유가가 2022년 배럴당 98.19달러에서 2023년에는 85.52달러로 약 1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원유가격 하락은 곡물 가격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2년 곡물 가격 상승의 주요인은 비료 가격과 전기료 등의 급등이었다. IMF는 원유를 제외한 원자재의 가격이 2022년 전년대비 7.3% 상승했으나 2023년에는 6.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은 이렇듯 성장세도 약화하고 인플레이션도 낮아지는 ‘둔화의 시간’이 될 것이다. 정책금리 인상이 종료되더라도 전반적인 금리 수준은 코로나 위기 이전보다 크게 높아 가계와 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이 클 전망이다. 게다가 성장세 약화에 따른 생산 둔화는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2022년의 월평균 80만 명 내외에서 5만 명대로 축소되어 가계의 소득 증가를 제약하며 소비와 체감경기를 약화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2023년 연말로 갈수록 주요국 중앙은행의 2024년 금리 인하 기대와 글로벌 경기회복 영향으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 장 재 철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본부장)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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