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5:05 (일)
실시간뉴스
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㉖ - 서울 동네 이야기② ‘남대문 시장’
상태바
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㉖ - 서울 동네 이야기② ‘남대문 시장’
  • 손영한
  • 승인 2022.11.08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대문 시장은 숭례문에서 신세계 백화점, 회현동, 퇴계로를 이루는 넓은 지역으로 동대문 쪽 광장시장과 더불어 서울에서 유명한 재래시장이다. 귀금속 거리 (액세서리), 안경 도매 구역, 숙녀·아동복 지역, 수입상품, 꽃시장과 먹거리 골목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특히 액세서리와 안경 상가는 상당 수준의 기술이 특화된 곳으로 의류상가와 더불어 해외 수출도 하는 보기 드문 재래시장이다.

주변에는 호텔, 백화점, 숭례문, 남산, 명동까지 서울의 명소가 밀집되어 있어 이동 인구가 많고 먹거리도 풍부한 곳이다. 몇 년 전 회현 고가교 철거와 서울역 고가도로가 보행 산책로로 탈바꿈하여 ‘서울로 7017’이라는 여름으로 회현동~서울역~만리동 손기정 기념관까지 새롭게 단장되어 시민들에게 공중정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손기정기념관은 옛 양정고가 있었던 곳으로 손기정 옹의 과거 마라톤 제패를 다시금 새겨보는 공간과 동상, 월계관 기념수 (서울시 기념물 지정)가 있어 애국 문화공간과 도심공원으로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회현동 뒤쪽에 있는 남산 케이블카는 어릴 적 추억이 스며있는 곳으로 남산 팔각정까지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대부분 리라초교 방향에서 걸어서 팔각정으로 갔으며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팔각정과 남산타워에 올라 서울을 한눈에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추억이 있는 남산이다. 또한 과거 명동, 회현동, 남대문시장은 일제 강점기부터 일본 상인들이 대거 진출한 곳이어서 그런지 왠지 일본풍(?)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회현동에는 아직도 일본식 가옥이 남아있다.

수입 상가인 옛 도깨비 상가는 과거에 미군용품, 양주, 양담배, 통조림류, 해외에서 사온 생활용품 등이 비공식으로 거래되었으며 주변에는 암달러 상인들이 쉽게 그려지는 풍경이었다. 정말로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가게들이 성업을 이루었고 그때는 신기하고 귀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어 다리 아픈 줄 몰랐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이름도 모르는 외국산 과자, 주류 등이 즐비하며 상품도 다양하여 완전 별천지이다. 꼭 보아야 할 곳이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 남대문 시장의 먹거리도 다양하고 맛도 있어 인기가 높다. 광장시장과 달리 노점상보다는 주로 골목식당이 발달되어 있다. 길거리 음식으로는 회현역 입구 쪽의 리어카 호떡이 유명하다. 꿀, 야채 등 다양한 종류의 호떡이 있으며 ‘씨앗호떡’으로 시작된 호떡 거리는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며 여러 명의 줄서기가 생경스럽다. ‘겉바속촉’의 호떡으로 종이컵에 담아 서서 먹는 추억의 음식으로 속이 뜨거우니 조심하여야 한다. 이곳을 그냥 지나치고 가면 나중에 집에 가서 꼭 후회(?)하게 된다. 또한 주변에는 ‘가메골 왕만두’의 고기 왕만두는 만두피가 다른 데 보다 조금 얇아 만두소와 함께 쫀득쫀득한 맛이 있으며 당면과 다진 고기, 야채에 후추 맛이 들어 있어 향긋한 맛을 돋운다. 어느 가게나 김치, 새우만두 등 모두 맛있고 별미이다. 저녁을 먹었는데도 신기하게 2~3개 정도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또 만두 몇 알을 포장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안경거리를 지나 왼쪽골목에 있는 회가 맛있는 ‘막내회집’이 있다. 오래된 노포 식당으로 광어회가 이 집의 특화된 메뉴이다. 완도산 대광어를 매일 공수하며 살이 깊어 어금니가 푹 들어가는 느낌의 쫄깃한 광어회를 내놓는다. 하얀 생선인 광어를 약간 두툼하게 손질하여 씹히는 식감이 좋고 입에 가득 포만감을 주어 시장의 투박한 손맛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 맛과 감성을 모두 느끼게 하여 기분이 좋다. 쫄깃쫄깃하고 잡내가 전혀 없어 산지의 광어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식당이다. 곁들이는 음식으로 감자조림, 오징어 볶음, 무·생선조림, 미역국도 맛있어 인기가 좋다. 나의 단골집으로 친척, 아들친구들과도 가 본 곳으로 결코 후회하지 않을 맛집이다. 직장 손님들이 많아 항상 시끌시끌하여 정감이 있으며 주인아주머니의 시원시원한 애드리브가 식당 분위기를 주도한다. 주인 아주머니 말 한마디에 꼼짝 못하는 손님의 모습이 재미있다. 나중에 먹는 매운탕은 진국으로 속이 확 풀리는 마법 매운탕이다. 2층 계단이 좁고 가팔라 술 한잔 하고 내려 올때는 손잡이를 꼭 잡고...

또 다른 명소로 갈치 골목이 있다. 많은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며 모든 가게들이 상당히 진지(?)하게 느껴진다. 골목 입구에 ‘갈치 골목’의 대형 간판이 눈에 띄며 들어서자마자 매콤한 갈치조림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메뉴도 다 비슷하고 맛도 매콤하면서 짭조름하여 보글보글한 계란찜에 자꾸 손이 가는 그런 갈치조림이다. 양은 양푼에 끓여 나오는 모습이 정겹고, 시장 속에서 맛보는 부드러운 갈치 속살이 나의 마음을 추억의 장소로 안내하는 것 같다. 또한 갈치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니 비린내 없이 매콤하고 깔끔한 맛에 벌써 공깃밥이 두 개나 비어 있다. 식당에서 혼자 먹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 집들이 성업 중이고 두 군데 가게(희락, 중앙갈치)에 손님 줄이 길며, 생선구이도 맛보는 게 좋을 듯하다.

추억의 닭곰탕인 ‘닭진미강원집’이 갈치골목 근처에 있다. 간단하고 소박하게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일인분씩 작은 양은냄비에 반 마리 정도의 닭과 싱싱한 파 송송 듬뿍 넣은 따뜻한 닭곰탕이다. 오래된(60년대) 추억의 맛집으로 진하고 깊은 국물 맛과 더불어 살코기와 닭껍질은 쫄깃함을 갖고 있어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기어코 소주 한잔을 들이켠다. 김치, 깍두기도 주인 할머니를 닮아 맛이 삼삼하고 특히 닭국물과 마늘, 고추장의 맛은 닭곰탕과 맛 궁합이 너무 좋아 화려하지 않고 단출한 식단이지만 모든 것이 행복하다. 닭고기가 약간 질긴 듯하나 닭 자체가 신선하여 좋다.

70년대 후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시절, 남대문 시장의 아나고 회는 최고의 안주였다. 긴 장어를 뼈째 잘게 썰어 천에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한 아나고는 어찌나 고소하고 씹는 식감이 좋고 달짝지근한지 친구들과 자주 다녔던 곳으로 그때는 시장 안으로 자동차가 다니던 시절로 에피소드도 많았다. 아나고회와 소주 한잔에 우정을 함께한 그때 모습 그대로 그 친구(태선, 제빈, 덕근, 형민...)들과 지금도 모여 서로의 위안이 되고 있다. 청춘을 이야기하던 시절의 추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남대문 시장, 그들과 함께 추억의 공간으로 맛 여행을 떠나야겠다.

※ 지난번 ‘육회’편에서 광장시장 내 ‘세자매’를 ‘육회자매집’으로 정정 합니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