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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와 환율
  • 장재철
  • 승인 2022.09.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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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푸드경제신문 장재철] 지난 7월 11일자 기고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3분기를 고점으로 점차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의 환율을 보면, 당시 예상했던 고점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 같다. 7월 당시에도 환율이 1,4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긴 했으나, 최근의 달러당 1,380원 내외의 환율을 감안하면 3분기 평균으로 당초 전망보다 50원이나 높은 1,320원이 예상된다. 4분기 이후에도 달러/원 환율은 한동안 1,300원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다.

 

(뉴스1)
(뉴스1)

 

달러/원 환율의 전망이 이렇게 달라진 데에는 7월 말 이후 나타난 ‘킹달러’ 현상과 한국 특유의 상황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기고에서 4분기 이후의 달러/원 환율의 하향 안정은 미 연준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다른 요인보다 크게 보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2023년 중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라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의 변화 가능성을 높여 달러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7월말 연준의 연속된 자이언트 스텝, 즉 75bp의 정책금리 인상과 주요 연준 인사들의 적극적인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에 대한 의사표시 등으로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는 더욱 강화되었다. 그 결과 9월의 추가적인 자이언트 스텝 인상 전망과 올해 말 정책금리 수준이 당초 전망보다 25~50bp 높은 4.0% 이상으로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같은 정책 변화에는 7월의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9.1%로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으나, 50만 명이 넘는 비농업 부문의 취업자수 증가와 실업률의 지속적인 하락 등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완화한 것도 한몫했다. 게다가 양호한 경제 상황과 연준의 공격적 정책금리의 인상으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7월말 2.56%에서 최근에는 3.36%까지 상승했다. 경기침체 우려 약화와 국채금리 상승이 달러 강세를 이전보다 더 강화했다.

달러 강세가 ‘킹달러’로 불리게 된 데는 이 같은 미국 측 요인 외에 외부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초 주요 6개 기축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지수 DXY는 110까지 상승하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이 패러티 (1)를 하회하고 달러/엔 환율이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달러당 143엔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유로/달러 환율이 1 이하로 하락한 데에는 8월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공급 중단과 같은 유로지역의 에너지 수급 불안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가 결정적이다. 달러/엔 환율은 미국과 일본의 국채금리 차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미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일본 중앙은행은 여전히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유지하며 수익률 곡선을 통해 장기금리를 통제하고 있어 양국의 국채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중앙은행은 현재의 통화정책을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여 엔화가 의미 있게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영국의 파운드화 역시 2분기의 전기 대비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10%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또한 킹달러에 일조했다. 부동산 부문의 부진 심화와 코로나 재유행과 락다운 재개 등에도 중립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했던 인민은행은 8월 중순 중기유동성지원창구 대출금리와 역레포 금리를 기습적으로 인하했고, 일주일 후 정책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까지 인하해 중국 경제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함을 시사했다. 그 이후 많은 전망기관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는 약세를 피할 수 없었다. 8월 초 달러당 6.75위안에서 최근에는 6.95위안까지 상승하며 파치 (破七), 즉 7위안 돌파를 우려하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의 달러/원 환율 상승에는 이러한 킹달러 이외에 한국 특유의 상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로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 현상이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의 무역수지는 24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에 따른 에너지 수입 부담 증가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출단가 하락, 대중국 수출 부진 때문이다. 특히 대중국 수출은 지난 6월 이후 3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감소세이며, 대중국 무역수지도 5월 이래 4개월 연속 적자이다. 에너지 가격 부담과 중국경제의 부진 등이 빠르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중국 위안화와 동조현상을 보이는 원화의 특성상, 중국 인민은행의 정책금리 인하와 중국 경제부진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한 원화 약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한동안 지속될 한국의 무역적자는 킹달러와 원화 약세를 부추기면서 달러/원 환율의 하락을 제약할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각각 370억 달러와 340억 달러에 불과해 연간 내국인의 해외투자규모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도 달러에 대한 초과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원 환율이 단기에 의미 있게 하락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본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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