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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6990원 '당당치킨'이 당당한 것은 프랜차이즈 빅3의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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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6990원 '당당치킨'이 당당한 것은 프랜차이즈 빅3의 '자업자득'
  • 유인근 국장
  • 승인 2022.08.24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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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 제공)

[푸드경제신문 유인근 편집국장]요즘 6990원짜리 홈플러스 '당당치킨'의 인기가 뜨겁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당당치킨'의 누적 판매량은 38만 마리를 넘었다. 의무 휴업일 등을 제외하면 '1분에 5마리씩 팔린다'는 말도 나온다.

이같은 '당당치킨'의 인기에 이마트도 5980원 치킨을 내놓는가 하면 롯데마트도 8000원대 치킨을 출시하는 등 대형마트간 치킨전쟁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더구나 프랜차이즈 치킨 값이 2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반값치킨에 대해 열광으로 화답하고 있다. 30분 넘게 줄을 서는 것은 물론 심지어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는 요지경 풍경이다. 

반면 대형마트 3사가 1만원 이하 치킨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프랜차이즈 치킨 업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이 골목 상권을 침해해 영세 상인을 망하게 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꼭 12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 2010년 롯데마트는 5천원짜리 '통큰치킨'을 선보였다가 골목상권 침해 비판 여론에 밀려 열흘 만에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여론의 분위기가 영 다르다. 당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프렌차이즈의 주장에 호응하며 "대형마트의 미끼상품에 동네 치킨집이 문닫을 지경"이라며 롯데마트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 프랜차이즈의 똑같은 주장에도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프랜차이즈를 두둔하기 보다 대형마트가 잘하고 있다며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왜일까?

여기에는 최근 서민들의 대표음식인 치킨값이 크게 오른 데 대한 반발 여론이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사서 먹을 수 있었던 치킨은 요즘 2만원을 훌쩍 넘어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었다. 배달비와 사이드 메뉴·음료 값을 합치면 3만원을 육박한다. 이런 와중에 BBQ 윤홍근 회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치킨 2만원은 남는 것 없어 3만원돼야 한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그러나 남는 것 없다는그들의  주장과 달리 프랜차이즈 치킨 빅3(교촌·bhc·BBQ)는 지난해 코로나 배달 특수로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국제 곡물·제지 등 원부재료와 국내외 물류비, 인건비 급등으로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나란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 주효했다. 최대 영업이익률이 32.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K-치킨이 (영업이익률이 20% 중반인) 애플·구글보다 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뭔가 비정상적인 상황에 의문이 들었고, 농장에서 1700원하는 생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만원짜리 프랜차이즈 치킨이 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막대한 영업이익률을 남기고 있는 가맹 본사와 달리 프랜차이즈 치킨 업주들은 그 잔치에서 열외였다는 사실이다. 가맹점주들은 밀가루, 식용유, 닭고기, 포장 상자, 하다못해 호일 한장까지 본사 제품을 써야 하는데 본사에서는 치킨값을 올려놓고 다른 재료값도 같이 인상하다보니 수입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손님들에게 "왜 이렇게 비싸냐?"고 욕만 먹는 상황이다. 

이에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 2만원 시대를 연 것은 가맹본부의 '폭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최근 치킨 가격 논란에 대한 화살은 과도한 마진을 남기는 가맹 본사를 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12년 전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달리 이번의 '당당치킨' 열풍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가성비 치킨의 포문을 연 홈플러스는 "마트 치킨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당당치킨'을 특허청에 상표 출원했다. 반짝 미끼 상품이 아니라 연중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대표 상품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손해보고 판다는 일부의 비난에 대해서는 "6990원에 팔아도 마진이 남는다"며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당당치킨'이 이렇게 당당한 것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여론이 '당당치킨'의 편에 서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정치인의 손을 빌리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당당치킨'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가맹점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그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가맹본부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테고, 결국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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