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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이미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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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이미 시작했나?
  • 장재철
  • 승인 2022.08.1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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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푸드경제신문 장재철] 코로나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던 세계 경제의 전망이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논쟁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예상보다 높아진 물가 상승세를 안정시키기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한 여파 때문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은 코로나 위기 이후 경제활동 재개와 대면 소비 증가로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이 더해진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물가가 상승할 때 임금이나, 소득이 같은 속도로 증가하지 않으면 소위 실질 임금이나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물가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노동자들은 임금 상승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임금 상승은 기업의 노동비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업은 생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고용을 줄일 것이다. 기업은 충분한 수요나 향후 경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할 경우, 임금이 상승한 만큼 생산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렇게 임금 상승이 물가로 전이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1970년대에 경험했던 소위 임금과 물가의 순환적 상승 과정으로 인해 물가상승이 가속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 등의 소비자물가는 거의 40년 만에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임금상승률도 높게유지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올해 들어 정책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하게 된 이유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네 번에 걸쳐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상한을 0.25%에서 2.50%까지 2.25% 포인트를 올렸다. 그 결과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채금리의 상승, 주가하락, 달러 강세 등 경제의 전반적인 금융여건이 이전보다 더 긴축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는 소비자나 기업의 체감경기를 악화시키고, 투자 부진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1분기에 대외부문의 부진으로 전기 대비 연율로 –1.6%의 역성장을 했던 미국 경제가 2분기에도 –0.9%의 역성장을 지속한 이유이다. 시장에서는 한 나라의 경제가 2분기 연속 전기대비 역성장을 하게 되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올해 들어 1분기와 2분기의 2회 연속 역성장을 하여 기술적 경기침체 기준으로는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은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현재 재무장관인 자넷 옐런은 현재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가 아닌 경기 모멘텀이 약화하는 상황으로 파악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던 래리 서머스는 미국경제가 2년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75%로 보고 있어 경기침체까지는 당장이 아닌 조금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진다면 약 3분기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기술적 경기침체는 공식적인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침체라고 하기에는 낮은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너무 양호하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를 보면, 미국의 공식적 경기침체 여부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결정한다. NBER은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개인소비와 소득 산업생산 등 다양한 경제지표를 고려한다. 경기침체 판단에 더 많은 경제 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NBER은 경기침체가 시작한 이후 약 7개월이 지나야 경기침체를 선언한다. 그때까지는 경기에 대한 판단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경기침체를 주목하는 이유는 1948년 이후 미국의 공식적 경기침체 기간은 12회가 있었는데,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던 10회가 모두 공식적 경기침체 기간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약 7개월 먼저 알 수 있다는 속보성과 과거의 경험적 기록을 바탕으로 기술적 경기침체를 주목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인 낮은 실업률도 경기침체를 부인하는 좋은 근거가 되지 못한다. NBER이 정의한 1948년 이후 12회의 공식적인 경기침체 기간 중 9번의 경기침체 진입 시점 실업률이경제 상황에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실업률 즉, 자연실업률보다 낮았었다. 즉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실업률이 평균 수준을 하회하다가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실업률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통상 실업률 등 노동시장 지표들은 경기에 후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로버트 배로 교수도 기술적 경기침체를 기록한 미국 경제는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NBER이 7개월 정도의 시차로 경기침체 진입을 선언한다고 하니, 배로 교수의 판단이 맞는지 여부는 빠르면 이번 분기나 늦어도 4분기 중에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글 장재철 (KB / 국민은행 본부장 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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