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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⑲ - 막국수, 한여름 둘도 없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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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⑲ - 막국수, 한여름 둘도 없는 맛
  • 손영한
  • 승인 2022.08.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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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
막국수

 

[푸드경제신문 손영한] 칼바람 부는 추운 겨울에도 무더운 한여름에도 후루룩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원한 별미가 막국수이다. 메밀을 맷돌에 막 갈아서, 형편 것 국물이나 양념에 아무렇게 막 비벼서, 바로 막 해서 먹으니, ‘막’ 자가 붙어 막국수인가! 막국수는 강원도, 경기도 동부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삶은 메밀면에 양념장, 잘게 썬 김치, 채 썬 오이, 삶은 계란 등을 얹고 동치미 국물이나 육수를 자작하게 넣어 비벼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춘천막국수, 봉평막국수, 강릉막국수, 여주 천서리막국수가 유명하다. 강원도 현지의 막국수는 물, 비빔 막국수를 구분하지 않는다. 국수와 육수가 따로 나와서 자기 취향대로 부어 먹는다. 국물을 많이 넣으면 물막(?), 적게 부으면 비막이 된다. 또한 강원도 음식답게 고명이나 양념장에 별로 잔재주를 부리지 않아 메밀 자체의 심심한 맛과 향을 낸다.

막국수의 본고장 춘천에는 유명한 식당이 여럿 있다. 그중 ‘유포리 막국수’와 함께 3대 막국수의 하나인 ‘샘밭 막국수’는 춘천시 외곽의 배후령 가는 국도변 삼거리 길목에 있는 오래된 노포 막국수 집이다. 순메밀의 고소한 맛과 짜지 않은 양념이 좋으며 비빔 막국수에도 육수를 따로 내놓아 취향대로 비빔, 물 혹은 반반 섞어 먹는 것으로 양념장과 동치미 국물의 조합이 일품이다. 춘천 막국수는 양념장이 얹어진 막국수에 열무와 동치미 국물을 넣어 자작하게 먹는 것이 이 지역 막국수의 특징이다. 100% 순메밀 막국수도 내놓는다. '98년도에 처음 갔을 때 막국수를 먹기 전에 편육 (수육인데 메뉴에 편육이라 쓰여 있음)을 주문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고 부드러우면서 씹히는 육즙의 고소함이란 정말 황홀하여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그 당시 식당은 작은 시골 기와집으로 방도 적고 바닥도 약간 기울어진 것 같은 오래된 식당으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날씨 좋은 초봄에 준오(아들)와 함께 이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한 적이 있다. 20년 전 내가 설계에 참여한 소양호 주변의 험한 산악지 도로를 개량·신설한 국도 46호선을 설명하면서 드라이브 하고 소양호, 청평사를 둘러보는 단 둘만의 여행이었다. 뜻 있는 여행 중에 방문한 샘밭막국수의 메밀향과 편육의 고소한 맛은 옛날 맛 그대로여서 무척 반가웠다. 아들도 막국수 곱빼기와 편육을 맛있게 먹었던 모습이 떠오른다. 옛 건물 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강원도 영동지역의 막국수는 강릉 연곡의 ‘동해막국수’와 속초의 ‘실로암 막국수’ 집이 유명하다. 원래 이곳의 막국수는 양념장 없이 열무와 동치미 국물만을 부어 맛을 내어서 깔끔하고 슴슴하며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지금의 동해안 막국수 집들은 해안가의 특징을 살려 명태 식해를 고명으로 넣은 회 막국수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가는 지역 맛집이다. 또한 원주에 메밀 맛이 좋은 곳으로 관설동에 있는 ‘매지리 막국수’ 집이 있다. 원래는 흥업 매지리에서 영업하였으나 몇 년 전에 이전하여 ‘흥업 매지 막국수’의 아버지 대를 이어 자리잡은 식당이다. 뚝뚝 끊기는 메밀면의 식감이 좋고 동치미 국물에 특유의 간장맛과 깨, 김, 김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막국수이다. 육수에 간장 맛이 들어 있어 개인마다 선호도가 다르지만 백김치가 정갈하여 맛을 돋운다. 좋은 국산 메밀을 사용하며 메밀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은 식당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영서(춘천)와 영동(강릉, 원주) 지역의 서로 다른 막국수 맛이 각각 가평과 경기도 옥천 쯤에서 만나(?) 서울 쪽으로 갈수록 새콤달콤한 냉면 맛에 가깝게 변하면서, 서울 막국수는 미리 동치미 육수를 부어내는 물막국수, 양념장을 듬뿍 얹고 냉면처럼 비벼먹는 비빔 막국수로 구별하여 내놓는 식당이 많다. 급기야 메밀이 섞인 냉면 면발에 고명으로 각종 야채를 듬뿍 넣은 달달한 맛의 쟁반막국수(?)가 서울식 막국수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다. 특히 족발집에서... 그래서 서울에서 진정한 막국수를 맛보려면 지역의 유명한 막국수집과 연계된 식당을 찾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서울 샘밭막국수
서울 샘밭막국수

 

서울에 ‘샘밭막국수’ 분점이 서초동과 성내동(올림픽공원 근처)에 있다. 춘천에서 공수해 온 메밀을 사용하여 직접 뽑는 메밀 면에 동치미 국물과 양념장을 곁들이는 막국수가 대표 메뉴이고 편육, 메밀전, 두부부침 등이 준비되어 있다. 모두 건강식으로 느껴질 만큼 맛과 재료에 정성이 있으며 양념장도 자극적이지 않고, 동치미 본래의 맛인 새콤달콤한 국물 맛이 약간 밍밍하다고 할 정도의 깊은 맛이 있어 좋다. 막국수에 첨가되는 깨와 김 가루가 고소한 맛을 더하고 메밀의 슴슴한 느낌이 좋으며 편육과 같이 먹는 새우젓이 깔끔하고 맛있다. 세트메뉴인 샘밭 정식은 맛배기 막국수와 편육, 녹두전, 보쌈 등 여러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그래도 나는 온전한 막국수 한 그릇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며 자각하게 육수를 부어 먹으면 시원한 호반의 도시, 춘천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좋다.

 

봉평본가 메밀촌
봉평본가 메밀촌

 

영동 강릉지역의 맛을 내는 ‘봉평 본가 메밀촌’이 강남구청역 근처에 있다. 이곳은 물, 비빔 막국수와 회 막국수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이다. 막국수에는 김 가루를 많이 넣고 굵은 고춧가루를 넣는 게 특이하고 열무와 무절임이 막국수와 잘 어울려 맛을 더하며, 뭔지 모를 영동지역의 투박하면서 거친(?)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살얼음이 있는 육수를 자박하게 넣으면 메밀 면과 육수, 양념이 잘 어우러져 풍부한 맛을 주는 것 같다. 서울에서는 드물게 내가 좋아하는 회 막국수가 있어 자주 가는 곳으로 들깨 칼국수, 옹심이, 도토리, 코다리, 명태, 수육 등 원주·강릉 지역의 토속음식이 가득하다.

막국수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데 막국수 자체에 대한 차이보다는 지역과 식당마다 조리법이 달라 맛의 차이가 크기 때문인 것 같다. 강원도에서 많이 나는 투박하지만 고고한 향을 품고 있는 메밀 막국수는 심심하고 특색 없어 보이지만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구수한 메밀 맛은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는데 둘도 없는 음식이다. 불현듯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생각난다...

 

· 사진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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