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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성희롱·암내 민원에 이어 직원 횡령까지... 덜컹대는 롯데칠성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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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성희롱·암내 민원에 이어 직원 횡령까지... 덜컹대는 롯데칠성음료
  • 유인근 국장
  • 승인 2022.07.25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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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 제공)
(롯데칠성음료 제공)

[푸드경제 유인근 국장] 음료업계의 공룡에게 요즘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갖가지 논란이 연이어 터져 소비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국내 최대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음료 이야기다. 

이번엔 3억원대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롯데칠성 측은 25일 "글로벌영업팀 직원이 수년간 허위 전표를 만들어 3억 4000만원을 횡령했다"며 "지난해 12월 자체 감사를 통해 해당 횡령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2019년 내부 회계팀을 신설했고, 회계 통제 모니터링을 강화한 지난해 12월 자체 감사를 통해 이 사실을 적발했다. A씨는 개인 비리 행위에 대해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 2월 대기발령 후 3월 면직 조치됐다. 

롯데칠성 측은 자기자본 대비 2.5% 이상의 횡령이나 배임에 대해 공시의무가 있지만, 이번 사건은 공개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횡령금이 크지 않고 전액 변제 처리가 마무리되어 별도의 형사고발 없이 합의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직원 횡령 사건은 롯데칠성의 주장처럼 그리 큰 액수는 아니다. 그냥 소문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롯데칠성에서 대내외 안팍으로 민감한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칠성은 지난 주 내부 폭언·성희롱 의혹으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롯데칠성 직원 A씨가 직장 내 폭언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실을 제보하고 퇴사한 것이 세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직원 A씨가 최근 퇴사를 위해 면담하던 도중 폭언과 성희롱 피해 사실을 고백했고, 회사 측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실제 성희롱성 발언이 오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사위원회를 연 뒤 가해 직원에게 정직 5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는 가해 직원 B씨가 "오늘 술먹고 00이 자취방 가서 자야겠다", "오빠라고 해봐", "오늘 술먹고 여자 몇 명 데리고 노는 거 어때" 등의 성희롱 발언과 함께 별다른 이유 없이 개인 연차 사용을 통제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고 했다.

그런데 가해 직원이 5개월의 정직 처분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성희롱에 대한 내부 징계 수위가 낮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피해자는 견디다 못해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에 몰렸는데 가해자는 5개월 후면 회사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제자리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해결책이 뭔가 찜찜하고 피해자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성희롱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곧이어 '펩시 제로슈거' 위생 문제가 불거졌다. '펩시 제로슈거' 일부 제품에서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특히 '위생 이슈'에 민감하다. 온라인상에서도 소비자들은 '땀 냄새가 난다', '암내가 난다' 등 펩시 제로의 후기가 잇따랐다. 롯데칠성은 이같은 민원이 다수 접수돼 제품 교환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롯데칠성 측은 펩시 제로슈거 500㎖ 페트병 용기와 뚜껑 등에서 이취가 나는 상황으로 내용물의 품질과 맛, 향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제로 탄산 제품과 일반 제품이 같은 페트병을 사용하는데, 펩시 제로에 대한 민원만 접수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플라스틱으로 페트병을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의 이취는 있을 수 있지만, '암내'와 '땀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콜라라는 제품 특성상 냄새가 나는 등 '위생 이슈'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빠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롯데칠성은 소비자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기업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악재가 터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안에서 걸러내고 해결해야할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곱지 않은 시선도 아랑곳없이 롯데칠성이 자사가 수입·유통하는 와인 100여종의 가격을 내달부터 무더기로 올린다고 소식도 알려졌다. 현지 수입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이지만 한꺼번에 10% 이상 올린다고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눈총은 더욱 따가워질 전망이다.      

가랑비에 옷깃이 젖는 법이고 잔매에는 장사 없다고 했다. 연이은 악재는 지난해 음료사업과 주류사업에서 모두 실적이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호조를 이어가던 롯데칠성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2월 롯데 계열사 CEO 중 최연소 대표로 취임한 롯데칠성음료 박윤기 대표는 지난 1년 반동안 뛰어난 노력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악재가 계속 이어진다면 자칫 그동안의 성과가 물거품으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잘 나갈 때일수록 내부단속에 더 엄격해야 하는 법이다.

한번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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