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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⑯ - 도도하고 멋진 ‘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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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⑯ - 도도하고 멋진 ‘도미’
  • 손영한
  • 승인 2022.06.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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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신문 손영한] ‘도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생선이다. 도미는 부리부리한 눈, 도톰한 주둥이, 머리와 등으로 이어지는 곡선, 뾰족하고 강한 느낌을 주는 등지느러미 등이 생선을 우아하게 만들고 있다. 참도미는 몸집도 크고 색깔도 분홍색으로 광택이 나며 흰 살 생선의 대표격으로 생선의 왕이라 불리고 있다. 조기가 약간 섭섭(?)하다 하겠지만 크기가 두 배 정도 되어 비교하기 어렵다. 도미는 찌고, 굽고, 볶고, 생(회)으로든 어떤 방법으로 요리해도 맛이 좋으나 이중 도미찜 요리는 최고의 밥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봄부터 가장 맛있어지는 도미는 보약 같은 생선으로, 정성을 들인 도미찜 요리는 궁중요리로 정평이 나있다. 요리 시 도미 위에 색색의 고명으로 멋을 내며 도미의 붉은 분홍색은 시각적으로 뛰어나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다. 도미찜은 따뜻할 때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식으면 맛이 떨어진다.

도미는 형태에 따라 참돔, 붉돔, 옥돔, 돌돔, 감성돔, 자리돔, 뱅어돔 등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참돔, 붉돔, 감성돔 세 종류가 도미과에 속하는 ‘도미’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중 가장 좁은 의미의 도미는 참돔이며 이것을 흔히 ‘도미입니다’라고 말한다. 사전적 이름은 도미이며 줄임말로 돔이라 불리고 있다.
국내에서 참돔은 모양도 멋있고 맛도 좋아 고급 생선으로 취급되며 제주도에서는 다금바리회 다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으로 수출되는 국산 도미는 생선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남유럽에서도 주로 통째로 튀기거나, 숯불에 구워서 레몬즙과 함께 즐겨먹는 인기 있는 생선 요리이다. 한국 사람의 길거리 주전부리로 인기 있는 붕어빵이 이 참도미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질 만큼 모양이 잘생긴 생선이다. 어찌 보면 복(?)이 들어올 것 같을 정도로 잘생기고 멋지다.

어머니는 대부분의 생선을 주로 찜이나 조림으로 요리하셨다. 큰 냄비에 칼집을 낸 생선과 함께 무, 감자, 시래기, 양파와 갖은양념을 넣어 지글지글 끓여내면 생선의 하얀 속살과 쫄깃한 맛이 어우러져 감칠맛과 함께 단맛이 난다. 도미, 병어, 조기, 갈치조림의 맛은 지금도 나의 입과 머리가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다. 나의 기억으로는 도미·병어는 간장으로, 조기·갈치는 고춧가루를 사용하여 요리하셨으며 아마도 서울식으로 삼삼하고 맵지 않게 한 것으로 생각된다. 병어조림에는 무와 감자를 같이 넣었고 가끔 시래기도 넣어 맛의 풍미를 더 하였고 큰 병어(덕자)를 사용하여 온 식구가 같이 먹은 기억이 생각난다. 생선에 따라 궁합이 맞는 부재료를 어찌나 잘 선택하시는지 어머니는 요리에 도사(?)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는 다...

한번은 동대문시장에서 크고 잘생긴 분홍색의 멋있는 참도미를 사 오셨다. 가끔 오시는 매형을 위해 어머니는 도미찜을 하시는 것 같았다. 나중에 식탁에 올라온 도미를 보니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큰 접시에 올려져 있는 도미가 너무 멋있고, 칼집 낸 도미 위에 희고 노란 계란지단과 가느다란 실고추가 도미의 분홍색과 어우러져 눈으로만 보아도 이미 입안에서는 전쟁이 난 듯한 것을 느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은 눈에도 안 들어왔다. 물론 매형이 좋아하는 튀김과 전 요리도 있었으나 이날은 단연 도미찜이었다. 한 젓가락 떼어내어 먹은 도미찜의 통통한 살의 쫄깃한 식감과 하얀 속살의 달큼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맛의 기억이 특별히 남아 있는 이유(?)는 아마도 매형이 사온, 그 시절 인기 있는 선물인 각종 과자, 사탕, 초콜릿, 껌 등이 들어있는 ‘종합 선물세트’ 때문은 아닌지...

대학 시절에 가족행사가 있는 어느 날 식탁 위에 분홍색 참도미회가 멋진 국화꽃이 그려져 있는 코발트 색 큰 접시 위에 통째로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한 마리 통째로 손질된 생선회구나! 시장에서 특별히 주문해서 가져오신 어머니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 무척 신기하고 흥미로워 회 한 점 먹는데도 정성스레 먹은 생각이 난다. 집 간장으로 찍어 먹으니 시장에서 아나고 회만 먹던 나의 입이 호강하는 순간이었다. 그 당시 이런 모습의 생선회에 대해 나는 신세계를 보았고 그것이 도미인 것을 생각하니 지금도 꿈인 것 같다. 지금은 도미의 껍질 부분을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 껍질과 함께 먹는 회도 별미이며 주로 초밥용으로 사용되는 요리기법이다. 지금도 도미회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멋진 도미찜은 대형 한정식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해우름 
해우름 

 

양재동 '해우름'
양재동에 도미 요리를 하는 ‘해우름’ 식당이 있다. 이 집은 일반 횟집으로 숙성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광어, 도미를 일정 시간 동안 숙성하여 제공하는데 도미회는 등살과 뱃살을 같이 내놓아 등살의 쫄깃함과 뱃살 부위의 고소한 맛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숙성이 잘 되어 있어 맛이 좋다. 또한 숙성회는 활어와 달리 찰지면서 감칠맛을 더 느낄 수 있어 마니아들에게 권하고 싶은 식당이다. 특별 메뉴로 도미머리 구이가 있는데 어찌나 고소한지 입에 넣고 뼈째 뜯어먹고 발라먹고 하다 보니 잔뼈만 수북이 쌓인다. 머리 구이는 도미가 커야 모양과 맛도 좋을뿐더러 머리에 있는 살을 뜯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눈알 부위와 아가미 쪽 뽈살은 최고의 별미이다. 뽈살은 도미가 커서 그런지 쫄깃한 식감이 꼭 껌을 씹는 듯하고 달큼한 맛이 좋다. 숙성회는 도마 위에 정성스럽게 마련되어 있어 운치가 있고 잡냄새가 없어 만족도가 좋으며 가격 또한 괜찮다.
도미머리 구이는 미리 주문 예약해야 먹을 수 있으며 고등학교 친구들과 자주 가는 집이다. 주방 주인아저씨의 후덕한 모습이 식당 분위기를 이끌어 기분이 좋고 도미머리 구이에서 이 집주인의 진정한 도미 사랑이 느껴진다.

'홍어랑 민어랑'
낙원동에 도미구이 하는 곳으로 ‘홍어랑 민어랑’이 있다. 철 따라 나오는 생선과 해산물을 취급하는 곳으로 오래된 식당이다. 벽면에 여러 모양의 메뉴판이 붙어있고 한 구석에 자필로 ‘참돔구이’가 쓰여 있다. 주로 민어, 홍어를 먹었으나 다음 기회에는 참돔 구이를 먹으려 한다. 낙원시장 아귀찜 골목에 있는 허름하고 소박한 식당이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어머니표 도미찜의 계란지단, 예쁜 실고추와 더불어 도미의 우아한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도미라는 생선은 멋과 맛을 동시에 갖고 있어 무릇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고 설레게 한다. 하지만 예전의 그때 ‘종합 선물세트’가 더 내 마음을 훔쳤다...
 

글·사진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도미 #도미찜 #도미머리구이 #손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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