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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0%대와 인구정책
  • 장재철
  • 승인 2022.06.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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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최근 경제개발기구 (OECD)는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약 10년이 지나면 0%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에 관한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OECD가 전망하는 한국의 0%대 잠재성장률 진입 시기가 한국개발연구원이나 국회예산정책처 등 국책연구기관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약 20년이나 빠르다는 것이다.

OECD는 빠른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책기조의 과감한 변화와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정부도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개 부문에 대한 구조개혁과 규제혁신을 통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과 규제혁신도 전혀 새로운 처방이 아니다. 따라서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그 근본적인 해결책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잠재성장률은 한 경제가 자본과 노동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이론적 경제성장률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잠재성장률은 어느 한 시점에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실제 경제성장률은 대내외적 요인으로 한때는 높았다가 또 다른 한때는 낮아지는 순환적 현상을 보인다. 이것이 경기순환이다. 잠재성장률은 실제 경제성장률의 이러한 순환적 변동을 제거한 장기적인 추세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실제 경제성장률의 장기 추세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번 OECD 전망에 따르면, 한국 잠재성장률은 2020년 2.4%에서 2033년 0.9%로 하락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우려하는 이유는 경제의 고용 능력이 낮아지고, 생산해 내는 부가가치의 양도 줄어들면서 궁극적으로 노동과 자본소득 증가도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득 제약은 교육 등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설비투자 등 물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의 성장 능력을 다시 약화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특히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의 경우,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며 가계 소득을 제약할 시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높여 이러한 악순환을 가속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의 빠른 하락이 금융안전성에도 리스크가 되는 것이다.

 

사진 기사와 무관(뉴스1)
사진 기사와 무관(뉴스1)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인으로 생산요소인 자본과 노동, 그리고 생산성 중에서 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 고령화를 꼽는다. 주목할 점은 이번 OECD 전망이 한국의 총인구가 2021년부터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국책연구소들 전망은 인구감소 시점을 30년 전후로 보았다는 것과 차이가 있다. 즉 OECD의 가파른 잠재성장률 하락은 예상보다 빠른 인구감소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인구감소는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 고령화의 결과이다.

인구감소와 관련한 이제까지 정부의 구조개혁과 규제완화는 노동인구의 절대적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인구에 물적·사회적 투자를 늘림으로써 인적자본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의 공공·노동·금융·기업 등 4대 부문 개혁을 시작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교육과 서비스 부문으로 확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에 대한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지속해서 하락했다. 또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억제하기 위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정부는 지난 10년간 270조 원을 지출했으나, 한국의 합계출산율, 즉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2020년 현재 0.8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민을 통해 생산력 유지를 넘어서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면,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서 종사할 인적자본이 양호한 이민자들이 필요하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노동, 교육, 서비스 부문의 개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코로나 위기 이후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는 시점에서 외국인의 원격근로에 기반한 부가가치 창출도 이민 확대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근무방식과 여건이 유연한 것만큼 이러한 부문에도 임금과 직급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존의 정부 주도의 정책에서 벗어난 근본적인 해결책은 있는 것일까?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활용해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제까지 정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은 직접적인 출산 장려를 위한 재원 지원이나 시설의 확충, 출산 및 육아 휴가 장려 등이었으나 이와는 다른 방법이다. 산업화와 현대화 과정에서 해체된 한국 특유의 대가족을 복원하는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가족 복원은 주거 및 양육, 교육 부담을 세대 간에 분담하게 함으로써 출산율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가족 복원은 고령인구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도 완화할 수 있어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은 대가족에 수반하는 주거비 부담과 세대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지원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가족 세제 혜택과 고령자의 육아 및 의료비 보조 등은 좋은 유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전통적 대가족 복원에 대한 자원배분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본부장)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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