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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 - 쫄깃, 고소한 껍질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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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 - 쫄깃, 고소한 껍질의 묘미
  • 손영한
  • 승인 2022.05.0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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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⑬
‘족발’ - 쫄깃, 고소한 껍질의 묘미
‘족발’ - 쫄깃, 고소한 껍질의 묘미

 

[푸드경제 손영한] 족발 하면 처음 딱 떠오르는 곳이 ‘장충동 족발’이다. 족발의 대명사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이다. 내가 초·중학교 시절에 자주 놀러 다녔던 곳은 주로 학교 운동장과 여름방학 동안의 동대문(서울) 운동장과 묵정공원의 수영장 그리고 장충단 공원이었다.

이 중 장충단 공원에는 수표교, 약수터, 분수대, 어린이 야구장, 장충체육관 등이 있었으며 중학교 때는 야구시합도 가끔 한 추억이 있다. 그 시절의 장충단 공원 주변에는 제과점인 태극당과 피부약으로 유명한 수정약국 등의 큰 건물이 있었으며 장충단에서 흘러내려오는 작은 하천이 퇴계로 6가까지 이어져 있었으나 지금은 복개되어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그때만 해도 장충동 족발집이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나는 결혼 후에도 종로5가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태어나서부터 계속 복잡한 시내에서 생활해서 불편한 것이 없었지만 집사람은 상가와 시장(동대문 시장)이 주변에 있는 우리 집이 좀 생소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어느 날 집사람이 족발이 먹고 싶다 하여 장충동 족발집을 간 적이 있다. 어머니는 몸이 편찮으셔서 아내와 둘만 갔는데 집에 계신 어머니 생각으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는 길에 족발과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녹두빈대떡을 사와 어머니가 맛있게 드신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혼 초에 아내에게 더 맛있는 걸 사주지 못하고 족발 한 번 사준 기억만 있으니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할 따름이다. 그 이후로도 외식은 거의 하지 못했고 주로 포장해 와서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식사하였으며, 집사람은 학교생활과 집안 살림을 하느라 무척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이렇듯 나의 족발 이야기는 장충동부터 시작된다. 장충동 족발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60~70년대 동대문 운동장과 장충체육관, 장충단 공원 등이 서울시민들의 심심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해주는 시절에 족발집이 한두 군데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에는 허름한 단층 건물에 드럼통 식탁으로 되어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대학 친구들과 장충동 족발집에 모여 학창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소가 되었다. 지금은 족발 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족발 명소가 되었다.

돼지족발을 맛있게 하는 비결은 돼지의 잡냄새를 없애고 쫀득쫀득한 식감과 부드러운 맛을 만드는 데 있다. 특별한 소스와 다양한 약재를 넣은 국물에 푹 잘 삶아내는 기술이 족발의 맛을 좌우한다. 본래는 오로지 간장만 넣어야 하는데 맛있는 조선간장을 사용한 족발은 그 맛이 천하일미이다. 어느 식당이든 그 식당만의 비법 소스와 삶는 기술을 갖고 있어 식당마다 맛이 다 달라 식도락의 선호도가 가려진다.

또한 족발 크기도 너무 크면 맛이 떨어지고 앞발, 뒷발에 따라 식감이 다른데 원래 쓰임새가 많은 앞발이 더 맛있다고 한다. 특히 큰 뼈에 붙어 있는 고기, 힘줄 등을 뜯어 먹는 재미와 돼지 발가락 부위의 쫀득쫀득한 식감은 맛을 더한다. 사실 족발의 묘미는 쫄깃한 껍질에 있다. 족발은 다량의 콜라겐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 건강에 좋고 임산부 보양식으로도 이만한 슈퍼푸드가 없을 듯하다. 이제는 족발집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맛 또한 개인마다 개성이 있어 취향에 맞는 식당을 정해 놓고 있는 편이다.
 

평안도 족발집

 

평안도 족발집
평안도 족발집

장충동 족발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식당이 ‘평안도 족발집’이다. 한 50년 이상 된 장충동 족발거리의 지존으로 지금은 깨끗한 건물로 리모델링 하여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우선 개방된 조리대에 족발이 가득 들어있고 그때그때 따뜻한 족발을 할머니가 먹음직스럽게 썰어 낸다. 이 집은 삶아낸 족발이 쫀득쫀득하고 색깔도 엷은 느낌이 있어 보기에도 좋다. 다른 집에 비해 밑간을 적게 하여 하얀 새우젓과 함께 먹으니 식감이 뛰어나고 곁들이는 콩나물국도 시원하고 구수하다. 주변에 장충단 공원이 있어서 그런지 손님이 많고 시끌시끌하여 사람 사는 재미가 느껴져 기분이 좋다. 이 식당은 집사람이 첫째(주연)를 임신했을 때 함께 갔던 곳으로 건물은 변했지만 추억을 되새기기에는 충분하다.
 

영동족발

또 다른 맛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족발집으로 양재동에 ‘영동족발’이 있다. 이곳은 같은 골목에 1, 2, 3 호 점이 있는 소문난 집으로 족발이 조기에 품절 되는 경우가 많으며 포장 손님도 많다. 이 집 족발은 색이 좀 진한 편이고 밑간도 조금 되어있어 굳이 새우젓을 곁들이지 않아도 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다른 식당들보다 훨씬 돋보인다. 촉촉하고 맛이 진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나는 주로 퇴근 무렵에 포장해서 가는데 주연이와 준오가 좋아하여 자주 사 먹었으며 고기가 붙어 있는 큰 뼈는 항상 준오 차지였다. 이제는 아이들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어 이 집 족발을 먹어 본 지가 오래 됐다. 코로나 이전에는 6시쯤이면 만석이 되어 줄을 서곤 하였다. 진한 맛과 향이 좋아 젊은 손님이 많다.
 

대감왕족발
 

대감왕족발
대감왕족발

압구정 상가건물 사이에 있는 오래된 골목길에 ‘대감왕족발’ 식당이 있다. 외부, 내부가 비좁고 식사하기에 불편한 점은 있으나 족발 맛에 대해서는 정평이 나 있는 식당이다. 1층에 4개의 식탁, 복층에 다락방 수준의 공간이 전부이다. 할머니 혼자 하시는데 친절함과 편안한 분위기가 좋으나 실내가 좁아 손님 취향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 있는 전형적인 재래시장 식당 분위기다. 족발 크기도 적당하고 색깔이 곱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 냄새가 전혀 없고 콜라겐이 물컹물컹하지 않고 야들야들하여 씹는 맛이 좋으며 특히 파김치의 맛은 사장님의 손맛이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만족도가 매우 높은 동네 맛집으로 김치찌개도 꼭 먹어보길 권한다. 소주가 그냥 입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아들 준오가 여기 단골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는 식당 주인 할머니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다른 족발집과 달리 막국수가 없는 대신에 ‘양푼이라면’이 있어 족발과 잘 어울려 맛을 더한다.

어머니와 먹던 장충동 족발의 추억이, 앞으로는 아들과 언제 먹어도 맛있는 족발의 추억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큰 뼈를 발라 먹는 아들 녀석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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