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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⑫ 새부리를 닮은 ‘새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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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⑫ 새부리를 닮은 ‘새조개’
  • 손영한
  • 승인 2022.04.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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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⑫ 새부리를 닮은 ‘새조개’
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⑫ 새부리를 닮은 ‘새조개’

 

[푸드경제 손영한] 조개 중에서 속살 모양이 특이한 조개가 있다. 생긴 모양이 새부리와 비슷하게 생겨서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여진 조개이다. 외양만 보면 어린아이 주먹만 한 것이 꼬막이나 피조개 부류로 보인다. 그러나 물속에서 긴 다리를 내밀고 더듬는 모습을 보면 전혀 다른 종류의 조개이며 이름에 붙여진 ‘새’는 날아다니는 새를 뜻한다. 조갯살 모양을 들여다보니 정말 부리가 긴 새를 연상시킨다.

이름이 독특한 이 조개는 과거에 인지도가 없어 잘 알려지지 않았고 모양과 맛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식탁에 오른 지도 불과 몇십년 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나마도 식도락가의 차지였다. 속살은 홍자색을 띠며 살짝 데쳐 먹으니 쫄깃한 식감이 좋아 즐겨 찾기 시작하였다. 새조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업자들이 대부분 사 갔기 때문이며 일본에서는 살짝 데친 새조개 살을 초밥 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다가 한 20~30여 년 전부터 특이한 모양 때문에 국내 식도락가들의 미식 재료로 등장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새조개의 매력은 조개 자체의 맛이 특별하기 때문에 먹어 보지 않고는 이 맛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리 모양의 다리는 길고 통통하여 젤 같은 촉감이 있으며 살짝 데쳐서 먹으면 탱글탱글하고 몰캉몰캉하여 식감이 장난이 아니다. 또한 씹으면 씹을수록 달큼한 감칠맛과 그윽한 바다 내음이 느껴진다. 간장, 고추장 없이 그냥 먹어도 조개의 맛과 향이 입안 가득 채워져 좋다. 이러한 본연의 맛 때문에 서해안 사람들은 대부분 조개를 구워 먹지만 새조개는 젓가락으로 잡아 뜨거운 물에 넣고 흔들어 살짝 익혀 먹는다. 이 맛은 다른 조개류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도톰한 다리의 쫀득한 식감과 크기도 적당하여 입안에 꽉 차는 조갯살이 상쾌한 식감을 불러온다. 이때 냄비 속에는 대파와 야채(시금치, 버섯)를 함께 넣고 끓이면 향기로운 맛까지 더해진다. 이렇게 먹는 것이 ‘새조개 샤브샤브’라 하여 미식가들의 마음을 훔친다.

11월부터 나기 시작해 12월부터 본격 채취되는 새조개는 1~2월 사이의 새조개가 제일 맛있으며 4월까지가 제철 음식이다. 새조개는 100% 자연산이고 서해와 남해안 갯벌에서 자라며, 이제는 많이 알려진 조개로서 성수기 때는 중국산 새조개도 수입되므로 국내산과 구별하여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산 시장에서도 국내산과 중국산을 구별하여 판매하지만 비전문가는 구별하기 어려우니 가격이 좀 싼 듯하면 중국 새조개로 인식하면 좋을 듯하다. 요즘은 일식집에서도 새조개가 사이드 메뉴로 제공되며 초밥에도 사용되는 음식이 되었다.

새조개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서해안인데 그중 홍성군 남당항이 국내 새조개의 집하장이다. 원래 남당항은 자연산 대하와 주꾸미로 유명한 곳인데 근래에 새조개도 한몫 하여 겨울철 어민들의 새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새롭게 진입로와 주차장이 개선되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해안도로 쪽으로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겨울철에 새조개,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대하축제 등으로 계절마다 다양한 해물이 넘쳐나는 식도락의 성지로 유명하다. 포구는 싱싱한 해물을 맛보려는 여행자들로 붐비고 있으며 포구 앞 방파제에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먹자 거리를 이루고 있다. 항구 주변의 갯벌과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책길은 남당항 먹자거리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남쪽 여수는 모든 해산물이 풍성한 맛의 도시로서 겨울에는 새조개, 여름철에는 갯장어(하모)가 유명하다. 이곳도 새조개 샤브샤브를 4월까지 맛볼 수 있으며 택배거래가 왕성한 곳이다. 사실 새조개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서울에는 드물고 가격도 비싸니 시장이나 현지 택배를 이용하여 집에서 요리하여 먹는 편이 이롭다. 참 편한 세상이다.

광화문 여수 ‘한두레’, 대치동 ‘여수동천’

 

새조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 - 광화문 여수 ‘한두레’
새조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 - 광화문 여수 ‘한두레’
새조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 - 대치동 ‘여수동천’
새조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 - 대치동 ‘여수동천’

 

이런 계절의 별미인 새조개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광화문에 있는 ‘여수 한두레’ 식당이다. 광화문에서 오랫동안 영업해 온 식당으로 여수지역 특산물을 계절마다 내놓는 해산물 전문 음식점이다. 나의 오래된 단골 식당으로 주로 새조개, 갯장어, 서대 등을 맛보러 계절마다 한 번씩은 꼭 가는 식당으로 밑반찬도 다양하여 여수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새조개 샤브샤브는 시원한 시금치와 함께 끓는 물에 새조개를 5~10초 동안 푹 담갔다가 시금치와 함께 먹으면 지치고 힘든 세상의 시름이 다 잊어지는 것 같다. 이 집의 새조개는 큼직하고 현지 직송으로 신선한 것이 특징이다. 이제는 귀한 계절 음식이 되어 가격이 많이 비싸져 선뜻 접하기가 쉽지 않다. 마무리는 새조개 육수로 칼국수를 끓여 먹으니 속도 든든하다.

비슷한 식당으로 대치동 포스코 4거리 근처에 ‘여수동천’이 있다. 계절 해산물 전문 식당으로 새조개, 갯장어, 꼬막, 갑오징어가 주메뉴이며 이 집 또한 새조개를 시금치와 함께 데쳐서 먹는데 한입에 먹은 탱탱한 새조개는 터져 나갈 것 같은 식감이 나를 바닷속 깊은 해저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할 정도이다. 그 정도로 싱싱하고 크기도 적당하여 새조개와 시금치의 달달한 맛이 합을 이루어 술의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다. 이 식당은 아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으로 아들은 나보다 탱탱하고 맛깔스럽게 데치는 노하우가 있어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고, 나는 끓는 물에 빠뜨려서 한참을 찾아 완전히 익혀진 작은 새조개를 먹은 생각이 난다.

지금은 작은 건지기채(거름망)에 받쳐서 익혀 먹기 때문에 새조개가 끓는 물에 빠지는 경우가 없으며 또한 조개 부유물도 건질 수 있어 육수 맛이 깔끔하다.

입맛 없는 환절기에 맛깔난 음식이 그리운 이즈음, 지금 아니면 1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4월이 가기 전에 새조개를 싱싱한 섬초(시금치)와 함께 꼭 맛보아야겠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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