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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섬’ - 마음에 점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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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섬’ - 마음에 점을 찍다
  • 손영한
  • 승인 2022.04.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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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⑪

 

[푸드경제 손영한] 딤섬(點心)은 한국의 점심과 같은 한자를 쓰는데, 이는 마음에 점을 찍는 음식이란 뜻(간단하게 먹는 음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차를 마시면서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허전한 마음에 점을 새기는 영혼의 음식으로 전한다.

딤섬은 중국 광둥지방에서 아주 오랫동안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지되어 온 음식으로 홍콩, 광둥 지역에는 수백수십 년 된 딤섬 식당이 즐비하다. 특히 홍콩 여행 시 먹킷리스트(?)라고 하여 딤섬의 인기가 높다.

나는 딤섬을 중국과 홍콩 여행을 갔을 때 몇 번 먹어본 것이 전부였는데 그중에 10여 년 전 상하이에 있는 ‘딘타이펑’에서 먹은 샤오롱바오(소룡포) 딤섬이 너무 맛있었다. 환상적인 맛이어서 그때의 기억이 내가 딤섬의 맛을 가름하는 기준이 될 정도였다. 만두 속에 육즙이 있는 것도 신기하였고 육즙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있었으며, 새우 딤섬은 피가 아주 얇아 속이 다 보였으니 그 기술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이후 딤섬의 매력에 빠져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다.

딤섬의 종류는 조리법과 안에 들어가는 재료, 만드는 모양에 따라 수백까지가 넘는다고 한다.

돼지고기와 새우로 만들어지는 ‘슈마이’는 얇은 밀가루 피로 감싼 부분이 쭈글쭈글한 것이 특징이며 ‘마이’ 종류의 딤섬은 위가 뚫려 있기 때문에 속을 확인할 수 있다.

새우살을 가득 넣어 만드는 ‘하가우’는 쫀득한 피와 더불어 맛있는 식감을 즐길 수 있으며 ‘가우’ 종류의 딤섬은 피가 얇기 때문에 속이 훤히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새우 딤섬으로 잘 알려진 음식으로 가장 먹기 좋고 새우가 보여 침샘을 자극한다.

‘샤오롱바오’(소룡포)는 육즙이 진한 중국식 만두로 육즙이 흐르거나 뜨거워서 입안을 데일 수 있기 때문에 스푼에 담아 터트려 먹는 것이 좋다. ‘바오’ 종류의 딤섬은 피가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흔히 찐빵과 같은 비주얼을 떠올리는 ‘차슈바오’는 두꺼운 빵 안에 양념된 돼지고기가 들어있고 달달하게 만들어 찐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쯤 먹어봐야 할 딤섬이다. ‘춘권’은 춘권피에 각종 고기와 야채를 넣고 굽거나 튀겨서 완성시키는 딤섬으로 고소하고 바삭한 춘권 튀김을 좋아한다면 현지에서 직접 맛보아야 할 딤섬이다.

나는 여러 딤섬 중 샤오롱바오(소룡포)를 ‘딤섬의 꽃’이라 부르고 싶다. 만두 안에 진한 돼지고기 육즙이 가득 차 있어 서투른 젓가락으로 집었다가는 입안에 넣기도 전에 피가 찢어져 버린다. 그래서 중국식 숟가락에 뜨거운 소룡포를 조심스럽게 얹고, 피를 살짝 찢어 숟가락에 차오른 육수와 전장식초(식초간장)에 적신 생강 채를 만두에 얹어 한입에 먹는다.

처음부터 한입에 먹었다가는 입천장부터 목구멍까지 데일 수가 있다. 나는 상하이에서 처음 먹었을 때에는 먹는 법을 몰라 입안이 데인 경험이 있다. 만일 취향에 따라 피를 찢지 않고 먹고 싶다면 숟가락에 올린 상태에서 잠시 식혔다가 먹으면 입안에 가득 퍼지는 육즙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젓가락으로 들다가 찢어져서 육즙이 새어 버리면 안타까운 탄식이 절로 나오니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먹어야 한다.
 

골드피쉬 딤섬퀴진

 

 

이러한 광둥 지방의 전통적 맛을 내는 딤섬 전문식당으로 ‘골드피쉬 딤섬퀴진’이 있다. 이 식당의 주인은 중국 유학파 출신으로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다가 10여 년 전에 압구정 로데오로 와서 이제는 딤섬의 강자라 하여도 손색이 없는 딤섬 전문식당이다.

이곳은 다른 중식당과 달리 전통 딤섬과 독특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메뉴를 개발하였고 음식점 내부도 실내 인테리어가 현대식 컬러와 실내조명이 남다른 느낌을 주고 품격 있는 그림이 벽에 걸려있어 아늑하고 편안하다. 또한 주방 내부가 훤히 보여 음식 조리에 있어 손님에게 신뢰를 준다.

식사 전에 제공되는 중국차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입속에 퍼지는 향기가 매우 좋다. 딤섬으로는 소룡포, 하가우, 구채교, 쇼마이 등이 있으며 특히 소룡포는 육즙이 듬뿍 들어있는 대표적 딤섬으로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고소한 돼지고기 맛이 일품이다. 또한 이와 곁들이는 전장식초와 생강 채가 향기로우며, 전장식초는 진한 돼지고기 맛을 끌어올려주고 생강 채는 육즙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 같다.

하가우는 신선하고 탱글탱글한 새우의 식감이 좋고 피가 아주 얇아 속이 훤히 보여 식욕을 자극한다. 이때쯤이면 와인 한 잔이 유혹하는데, 딤섬이 와인과 잘 어우러져 입을 즐겁게 한다. 또한 구채교는 타 딤섬 집에 비해 부추가 가득 들어있어 부추 향이 움츠린 마음을 일깨워 준다. 모든 딤섬이 대나무 찜통에 담아있어 아담하고 이쁘다.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로 무떡볶음이 있는데, 무를 반죽과 함께 떡으로 만들어 X.O 소스로 볶아낸 요리로 담백하고 씹는 맛이 경쾌하다. 이외에 탕수육, 오이냉채 등도 골드피쉬만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정통 중식당 ‘몽중헌’

정통 중식당 ‘몽중헌’은 홍콩식 딤섬을 내는 식당이다. 비즈니스나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모임에 알맞은 분위기에 다양한 별실이 있고 공간이 넓어 조용히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다.

딤섬으로는 다양한 야채와 새우를 넣어 만든 춘권과 새우 딤섬이 대표적이며 상하이식 소룡포도 돼지고기의 맛이 부드럽다. 다른 식당에 비해 딤섬 크기가 약간 작은 듯하며 다양한 중국 요리가 준비되어 있는 대형 중식당이다.
 

딤섬 전문점인 ‘딘타이펑’은 대만식 소룡포가 유명한 식당으로 종류도 돼지고기 외에 게살, 닭고기, 자연송이 등 여러 종류의 소룡포가 있으며 세계적으로 체인점이 있는 딤섬집이다. 그리고 ‘팀호완’은 홍콩식 딤섬 전문점으로 차슈바오(돼지고기가 들어 있는 찐빵)가 유명하며 홍콩 여행 시 꼭 들러야 할 딤섬집으로 유명하다.

 

팀호완
팀호완

 

서울 삼성동에 있는 팀호완은 각종 딤섬이 갖추어져 있으며 맛에 대해서는 홍콩 팀호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어 항상 대기 손님이 많다. 두 식당 모두 국내에 체인점이 있어 식도락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으며 현지 맛하고는 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으나 다양한 종류의 딤섬을 맛볼 수 있다.

자칫 입맛을 잃기 쉬운 환절기에 따뜻한 딤섬 몇 개와 함께 조촐하면서도 의미 있는 식사가 나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조만간 식구들과 함께 단골 딤섬집을 다녀와야겠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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