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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러다 올해도 오너리스크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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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러다 올해도 오너리스크 풍년?
  • 유인근 기자
  • 승인 2022.02.09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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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 뉴스1).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 뉴스1).

[푸드경제 유인근 편집국장]경제용어 사전을 펴보면 '오너리스크'는 재벌 회장이나 대주주 개인 등 오너(총수)의 잘못된 판단이나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에 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실제 오너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집중되어 있으면 오너가 잘못했을 때 그만큼 기업에 끼칠 수 있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재벌의 경우는 오너 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극대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범죄 행위는 시장 교란은 물론이고 기업 경영의 파행, 더 나아가서는 국가경제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철저한 감시체계가 이루어져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선진국 대열에 올라있다. 그 정도면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졌을거라 추측하지만 실상은 투명경영과 거리가 멀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시작된 오너리스크로 인한 잡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연초 신세계 정용진 회장의 멸공논란으로 인했던 잡음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그럭저럭 오너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모양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은 모회사 카카오에 큰 상처를 남겼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탈세 의혹에 휩싸이면서 오너리스크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경찰은 김 의장 소유의 케이큐브홀딩스가 지난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과정에서 8863억 원을 탈세했다는 혐의를 내리고 수사 대상에 올렸다. 이로인한 타격은 상상 그 이상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1년 12월 말 대비 2022년 1월 말 기준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의 작년 말 기준 주식가치는 12조130억원이었으나 올해 1월 말에는 9조742억원으로 감소했다. 불과 1개월 새 2조9388억 원(24.4%↓)이 날아간 셈이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과 오너인 김범수 의장의 탈세 의혹이 맞물리면서 카카오그룹주 전반이 타격을 입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와 직원들의 몫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재벌들의 오너리스크 열풍(?)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여러 기업 오너들의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고 뉴스면을 장식하고 있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은 2235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지난달 27일 최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 가운데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최 전 회장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과 가족·친인척 허위 급여 지급,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지원 등 명목으로 SK네트웍스와 SKC, 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총 2235억원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회삿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 대부분 유죄를 인정했다. 최 전회장의 경우 한때 '기부왕'으로도 유명했던 경영인이어서 그의 행위는 배신감마저 들게 한다. 개인은 물론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시아버지 찬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다수의 매체에 따르면 김기홍 회장의 며느리 허모씨가 2018년 상반기 비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지 4년만인 2021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한다. 전북은행 측은 "비정규직 공채로 입사후 정규직요건을 갖춰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실은 맞다"고 밝혔지만 의혹의 시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시아버지가 그룹의 대표와 수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시아버지 찬스'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재계 순위 29위인 효성그룹의 오너리스크는 마치 샘솟는 화수분같다. 검찰은 지난달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양벌규정에 의해 함께 기소된 효성 법인에 벌금 2억원을, 효성투자개발에 벌금 4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 측은 “이 사건은 상장사인 효성의 자회사 효성투자개발을 효성그룹의 부속물 또는 조현준 피고인의 사유물로 여겨 거래한 결과”라며 “피고인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부터 재판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둘째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석래 명예회장의 둘째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효성가의 오너리스크는 2014년 ‘형제의 난’이 시발점이 됐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삼형제 중 둘째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후계자 경쟁 구도에서 밀린 뒤 장남 조현준 회장을 상대로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등 수십 건의 경영비리를 고발을 제기하면서 봇물이 터졌다. 검찰은 2017년 효성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고, 이와 관련된 조현준 회장의 횡령·배임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현준 회장은 2018년 1월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수백억원의 배임을 저지른 의혹 등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횡령·배임 혐의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현준 회장은 2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심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조 회장은 해외로 잠적했던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난달 26일 검찰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 국면을 맞았고, 또 무슨 혐의가 추가될지 전전긍긍이다.

오너리스크가 기업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는지는 멀리 돌아갈 필요도 없이 남양유업의 사태를 통해서 이미 학습이 된 상태다. 회사의 경영 성과와 상관없이 오너의 일탈로 인해 결국 회사를 매각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정도다. 하지만 국내 재벌 기업들의 오너리스크는 해가 바뀌어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경제 규모는 선진국이지만 일부 오너의 도덕성은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2022년도 숱한 오너리스크로 얼룩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야말로 오너리스크 풍년이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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