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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내음 듬뿍, 쫄깃한 주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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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내음 듬뿍, 쫄깃한 주꾸미
  • 손영한
  • 승인 2022.02.08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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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한의 서울맛 인생맛 ⑦

 

주꾸미는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크기가 작고 아담하며 주로 서해안에서 많이 어획된다. 표준어는 주꾸미이나 어감이 좋아 쭈꾸미로도 불린다. 우리 식탁에서는 주로 낙지와 오징어를 주요 해산물로 즐겨 먹었으나 주꾸미 삼겹살(쭈삼)이 한때 큰 인기를 끌면서 주꾸미의 인기를 올리는 데 한몫했으며, 고기의 양념과 식감이 좋은 주꾸미의 조합으로 식도락의 맛을 훔친 적이 있었다. 주꾸미는 대부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숙회) 먹는데 내 생각이지만 주꾸미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해산물들에 비해 적당한 크기에 육질이 매우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한결 깊은 맛을 내어서 요즈음 인기가 있는 음식 중 하나이다.

특히 3월에 잡히는 주꾸미는 머리에 하얀색의 맑은 알이 잔뜩 들어있어 이를 삶아서 먹으면 마치 밥알처럼 느껴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특별한 별미로 알려지면서 산란기 직전 3월을 주꾸미의 제철 해산물로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알이 들어있는 머리 부분과 함께 먹으면 알 특유의 텁텁하고 무거운 맛을 느끼게 되어 금어기가 끝나는 가을 주꾸미가 더 부드럽고 감칠맛이 더해 더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3월에도 먹지만...

주꾸미는 영양분도 많고 크기도 적당하여 손질하기도 좋아 가정에서도 편하게 숙회나 양념 볶음으로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이다. 과거 어머니는 주꾸미를 살짝 데쳐서 양념된 조선간장에 찍어 먹는 숙회를 해주셨으며, 특히 간장, 참기름, 양파를 넣어 만들면 향기 좋고 순한 맛의 양념 볶음 주꾸미가 되어 하얀 쌀밥에 비벼먹은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얼마 전 저녁 식탁에 주꾸미 요리가 있었는데, 어머나~ 화들짝!! 옛날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그대로 데침과 볶음을 같이 하였는데, 그 옛날 그 맛이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독자님들도 낙지나 주꾸미 데침 숙회를 깊은 맛이 있는 조선간장에 찍어 먹으면 또 다른 별미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사쭈꾸미
신사쭈꾸미

 

이런 주꾸미를 색다른 방식으로 내놓는 나의 단골집이 있는데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사거리 뒷골목에 위치한 ‘신사 쭈꾸미’이다. 이 집은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종류가 대표 메뉴이며 다른 식당은 주로 가스불로 요리를 하는데 이곳은 숯불 위 석쇠에 젊은 주인이 직접 구워, 고급스러운 주꾸미 요리를 대접받는 것 같아 상당히 기분이 좋다. 나이 드신 노부부와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가족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숯불향이 실내를 훈훈하게 감싸주는 식당이다.

특히 소금구이는 숯불에 구웠는데도 어머니가 해주신 숙회처럼 통통하고 식감이 좋은 상태의 맛으로 구워 주어, 한 입 깨물어 먹으면 입속에서 바다향이 펴지며 느껴지는 맛이란 가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함께 동행하는 모든 사람이 첫 한입에 고개를 끄떡이며 엄지 척으로 맛을 표현한다. 또한 소스는 참기름 소금장에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같이 먹으면 알싸한 맛과 함께 눈이 저절로 감긴다. 양념구이에 비해 숯불 연기가 나지 않아 눈으로 보는 식감도 매우 만족스럽다. 실제 이 식당은 밑반찬이 단출하나 주 메뉴가 주는 행복감이 있어 결코 섭섭하지 않다. 소금구이 말고 양념구이도 상당히 인기가 있어 대부분 손님들은 소금, 양념구이 반반씩을 주문한다. 노포는 아니지만 약 30년간 한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이 식당은 할머니의 솜씨가 좋아 청국장, 김치찌개, 순두부 등과 함께 주꾸미 볶음밥을 같이 먹으면 만족도가 배가 되는 것 같다. 휴일에도 영업을 하는 것을 보면 부지런하신 노부부와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일 뿐이다.

또 다른 식당은 중구 필동 충무로역 근처에 있는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이다. 이 집은 노포는 아니어도 시내 중심가에서 오랫동안 영업한 곳으로 간판에 일본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는 외국인(일본인)들도 많이 찾는 모양이다. 내가 다닐 적에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식사할 수 있었으며 주꾸미 전문점답게 3층 대형식당으로 변해 주꾸미 요리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이 식당은 주꾸미와 키조개 관자를 함께 고추장 양념을 하여 숯불에 구워 먹는 요리가 있는데 관자의 독특한 식감과 주꾸미의 쫄깃한 맛이 어울리는 환상의 특별한 메뉴이다. 나는 주문할 때 덜 맵게 해달라고 하여 시원한 콩나물 국물과 함께 두툼한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매콤 달콤한 맛을 즐기곤 한다. 오래전에는 키조개 관자만 양념하지 않고 생으로 달라고 하여 구워 먹은 적이 있으나 지금은 별도 주문이 되지 않는다. 하여튼 이 식당도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며 맛을 유지하는 음식점으로 고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충남 서천 마량포구는 일몰과 포구의 풍경이 일품인 명소로서 주꾸미의 성지로 유명한 포구이다. 지금은 잘 알려진 포구로 진입로와 주차시설, 항만 정비, 식당 등이 현대식으로 개선되어 여행지로서 손색이 없으나 필자가 다닐 적에는 진입로는 협소하고 주차장과 식당 주변이 비포장으로 되어 있어 비라도 오는 날이면 상당히 불편했으나 지금은 포구 주변에 많은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여기서의 요리는 싱싱한 해산물을 바로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샤브샤브를 선호하며 창밖의 포구와 바다 풍경은 덤이다. 봄철에는 주꾸미, 겨울철에는 새조개를 끓는 육수에 야채를 가득 넣고 신선한 주꾸미와 새조개를 몇 초 동안 살짝 익혀 먹는 샤브샤브는 아주 상쾌한 식감을 보장해 주어 현지 포구에서는 별미로 취급되는 요리이다. 가끔 출장 중에 이곳에 들러 동료들과 식사하고 서해 바다의 정취와 갈매기 소리를 듣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머리가 상쾌해져 신선한 산소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

약 3년 전 날씨 좋은 초여름 어느 날, 평택(안중)이 고향인 친구의 초대로 세 부부가 모여 평택을 여행한 적이 있다. 해군 2함대, 평택항 전망대 등 지역 명소를 구경하고 친구 동생 배를 이용하여 한나절 서해 바다낚시를 하는 여행이었다. 이때 낚시는 제철 어종인 서해 주꾸미 낚시였고 낚싯줄에 줄줄이 달려오는 주꾸미의 요동치는 짜릿한 손맛은 잊을 수가 없다. 또한 선상에서 즐기는 주꾸미 데침, 주꾸미 라면의 쫄깃쫄깃한 식감과 신선한 바다내음은 서울 촌놈인 나에게는 환상적이었다. 서해바다의 잔잔한 파도와 멋있는 서해 대교를 바라보며 일상을 벗어나 즐겼던 주꾸미 낚시는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감흥이 아직도 내 가슴속에 큰 추억이 되고 있어 평택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도 주꾸미는 계절에 변함없이 우리 식탁을 즐겁게 해주며 한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과 함께 내 주변에 있어 고맙다. 다가오는 봄, 3월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오늘은 코로나19로 잃어버린 내 미각을 소금 숯불구이로 살려보고자 한다.

글 손영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

 

 

손영한은 서울이 고향이며, 모나지 않고 정서적으로 순한 서울 맛을 찾아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한다. 
35년간 고속도로, 국도를 설계한 도로 및 공항 기술사로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
한라대학교, 인덕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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