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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를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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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를 조망한다
  • 장시정
  • 승인 2022.0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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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장시정] 이제 음력설까지 쇠었으니 진정한 임인년, 2022년이다. 2년씩이나 기승을 부리던 팬데믹이 그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듯하다. 독일에서 일주일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를 지표로 삼는 '7일 지표'가 지난 1월 중순 처음으로 1,000을 넘더니 2월 1일 기준 1,353까지 올라서면서 전주 대비 37%의 증가율을 보였다. 일주일 간 인구 10만 명 당 신규 확진자가 1,353명이라는 의미다. 독일 인구를 8,400만 명으로 본다면 일주일 동안 독일 내 전국적인 신규 확진자가 매일 평균 16만 2천 명 정도 발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같은 기간 중 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공히 6%씩 감소세를 보였다.

이것은 코로나19의 대세종이 오미크론으로 바뀌면서 그 가파른 확산세에도 치명률과 중증화율은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이러스가 독하면 사망률이 높아지고, 인체라는 숙주의 실종으로 그 확산도 멈추기 마련이지만, 그 반대가 되는 경우는 사망률이 낮아지는 대신 확산세는 빨라진다. 덴마크는 지난 1월 24일 확진자 수가 4만 명을 넘었지만, 2월 1일부터 모든 코로나 방역조치를 해제한다. 덴마크 인구 580만 명에 일일 확진자가 4만 명이라면, 여기에 독일의 '7일 지표'를 대입해 보면 얼추 4,800이다. 독일의 4배 정도 되는 엄청난 확산세이다.

그런데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우리는 이제 모든 규제와 작별하고 우리가 알던 삶으로 돌아간다"라고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제 팬데믹이 아닌 유행성 풍토병인 엔데믹 수준으로 그 대응을 완화해야 한다”라고 언급하였고, 독일의 디차이트지는 "우리는 약간 긴장을 풀어도 된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특단의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했던 오스트리아는 연방헌법재판소가 백신의 효과와 마스크, 록다운, 입원, 그리고 사망자에 관한 데이터와 사실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정부가 취한 조치를 법원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각국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백신 패스가 필요 없어짐은 물론, 거리두기 제한이나 마스크 쓰기도 특별히 권장하지 않는다. 중증 환자만을 치료할 뿐이다. 영국 등 십여 나라가 이 대열에 섰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오미크론은 특단의 조치가 아니라면 그 감염을 막기 힘든 매우 전염성이 강한 변종 바이러스다. 이것을 막고자 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마도 몇십 명 확진에 천만 명의 도시를 통째로 차단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코로나19는 '그저 그런' 질병으로 변하고 있으며, 올해를 지나면서 최소한 선진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치명적인 질병에서 벗어날 것이다. 작년 초 대부분의 새해 전망이 코로나19의 확산과 이에 따른 충격과 공포를 전해주는 것이었다면 올해 초 새해 전망은 결이 달라졌다.

올해는 틀림없이 코로나19와 작별하는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해서 코로나가 남겨놓은 후유증이나 생활 패턴의 변화도 함께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일례로 재택근무의 필요성이 없어진다고 해서 재택근무가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선택권이 있다면 여성이나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는 여전히 재택근무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 근로자와 일부 고용주도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방식을 선호하며 이것이 최고의 생산성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병이 있은 후 2년이 되면 정치적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분명 순탄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미국은 올해 중간선거를 한다.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하원의 4석 차이 우위마저 잃게 되며 상원에서도 마찬가지 처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의 ‘더 나은 재건’은 무색해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림이 한 발자국 더 가까이 오게 됨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중국은 5년 만의 당대회를 통해서 황제 시진핑의 집권을 최소한 5~10년을 연장하면서 미국과의 체제 대결에서 승리하고자 고삐를 다잡을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인권단체들이 '집단학살 올림픽'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작년 9월 IOC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코로나19 '버블' 안에서 치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어차피 세계 관중이 보이콧하는 올림픽이 될 운명이 되었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는 악명 높은 노동자 착취와 혹사로 보이콧 움직임이 있으며 이래저래 김이 빠진 상태이다.

프랑스에서는 4월 대선이 있다. 노란 조끼에 의존하는 국민전선의 후계자가 마크롱을 이기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이 점쳐지고 있지만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가 공화당 최초로 여성 대선 후보로 나서 마크롱 대통령을 추격하고 있다. 만약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는 근래 20년 동안 처음 재선에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며, 유럽연합의 운명은 독일의 숄츠 총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드라기 총리에 맡겨질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는 재정에 대한 각국 정부의 자율성을 결정하게 될 '안정성장협약'을 놓고 전쟁을 치를 것이며, 그동안 유럽연합에 비협조적이었던 폴란드나 헝가리 같은 회원국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만약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4월 총선에서 야당 연합에 패배한다면 유럽연합에 대한 태도가 상호 간 좀 더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세계 성장 역사상 가장 큰 폭의 부진을 보였던 지난 2년간의 코로나 경제가 막을 내리면서 강력한 반등이 예고되고 있지만, 당장 세계의 이목은 우크라이나에 몰려 있다. 독일통일 후 나토의 동진으로 갈등의 씨앗이 뿌려졌다. 어느 시대든 국제관계는 질서와 무질서 간에 힘의 균형이 반영된 산물이지만, 최근 몇 년간은 무질서 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만약 이 위기를 운 좋게 넘긴다 하더라도 미, 중간 대결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국제정치 상의 위기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예를 들면 타이완 사태나 한반도 사태가 언제라도 우크라이나의 지위를 물려받을 채비가 되어 있다.

탈냉전 시대 미국은 중국을 봉쇄 대신 포용했다. 중국을 민주화시키고 세계 경제질서에 편입시켜 국제체제의 책임 있는 당사국이 되기를 희망했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 당시만 해도 미국은 안정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면서 "경쟁은 있을 것이지만, 대립의 불가피성은 거부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포용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은 민주국가가 아니며 현상 타파를 추구하는 나라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포용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도와서 막강한 군사력으로 동아시아의 현상 변경을 추구할 수 있게 했을 뿐이다.

타이완 병합은 중국몽의 핵심이다. 2019년 초 시진핑은 "타이완 문제는 다음 세대로 넘길 수 없다"라고 했다. 타이완 인구의 약 10%만이 대륙과 통일을 지지하며 중국과 타이완의 두 경제가 밀접해질수록 타이완인들은 중국인이라기보다는 타이완인이라는 정체성이 커졌다. 여기에 홍콩의 보안법 사태 시 베이징의 탄압은 더욱더 타이완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2019년 타이완 보장법으로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와 타이완의 국제기구 진출 지원을 약속하고 M1 Abrams 탱크와 F-16 Viper 제트기의 타이완 판매를 허가했다. 일본도 타이완의 유사 사태 시 타이완 편에 서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대체하려는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국방비를 많이 쓰는 군대를 키우고 있다. 그들은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정치, 안보 어젠다를 준수하도록 경제적 사탕과 채찍을 함께 휘두르고 있다. 관건은 미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중국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미, 중은 대북한 제재조치에는 어느 정도 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의 비핵화나 근본적인 개혁에는 합의할 수 없었다. 역사적으로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전략적 이해가 글로벌 차원의 고려보다 앞선다. 중국은 핵확산 방지보다 한반도의 분단과 완충지대 유지에 더 관심이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1월 한 달 동안에만 7차례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탄도탄 미사일, 순항 미사일에다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입맛대로 시험했다. 1월 마지막에 쏜 화성 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은 ‘검수 사격 훈련’이라고 했다. 이건 무기개발 시험이 아니라 실전 연습이다.

북한 사례는 NPT 체제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 사례는 핵무기 비확산이라는 국제사회의 목표에도 불구, 실제로 이것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매뉴얼이나 컨센서스는 없다. 많은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급한 상황에 몰리면 핵무기와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미사일 방어 체계가 완벽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미국이 예방적 또는 선제적 군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며 연쇄적인 북한의 대응은 제2의 한국전쟁 유발이라는 엄청난 위험을 수반할 것이다. 이래저래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더욱 혼돈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미국에, 한국은 필요한 나라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나라는 아니다. 상황이 바뀌면 미군은 언제든 한국을 떠날 수 있다. 그렇기에 격변의 시대인 2020년대에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그 누구보다 국제정세의 변화, 무엇보다 미국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먼저 예측하고 민첩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에 다가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한국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 미국보다 먼저 미국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지 프리드먼은 조언한다. 암튼 2022년이다.

글 장시정(독일모델연구소 소장. 전 함부르크 주재 총영사) 
 

 

필자 장시정은 1981년 외무고시를 거쳐 지난 36년 간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였으며, <독일과 한국 경제> 등을 주제로 다수 강연하였다. 카타르 주재 대사와 오스트리아 주재 차석대사, 함부르크 주재 총영사를 지냈다.
저서로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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