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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조원태 회장과 화천대유 김만배 무슨 관계? 또 구설수에 휘말린 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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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조원태 회장과 화천대유 김만배 무슨 관계? 또 구설수에 휘말린 한진그룹
  • 유인근 기자
  • 승인 2022.01.21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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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 한진그룹)

[푸드경제 유인근 편집국장] '땅콩회항'과 '물컵갑질' '남매의난' 등으로 수년간 뭇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한진그룹 대한항공이 한동안 잠잠하는가 싶더니 다시 오너리스크 위험성을 경고하는 빨간불이 깜빡이고 있다.

21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을 통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30억원을 빌렸다가 갚았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굴지의 대기업 오너가 부동산업을 하는 대장동 특혜의혹의 핵심인물인 김씨에게 손을 벌렸다는 점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김만배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홍 회장이 차용증을 쓰고 김씨에게서 30억원을 전달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이 돈은 작년 7월께 조 회장에게 건너갔다. 이런 사실은 한국일보가 입수한 정영학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에 담긴 내용이다. 홍 회장은 김씨로부터 받은 돈을 조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고, 김만배씨 역시 홍 회장이 단기간 돈을 빌렸다 갚은 일은 있으나 대장동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조원태 회장은 이렇게 빌린 돈을 지난해 8월 12일 이자까지 합쳐 모두 갚았다고 한다. 돈을 빌릴 당시 조 회장은 부친인 조양호 전 회장 사망에 따른 상속세 납부를 위해 급전이 필요했을 때였다. 검찰도 조 회장과 김만배씨 사이의 금전 거래에서 뚜렷한 위법 정황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만배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몸통이고, 홍선근 회장의 경우도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던 인물이기에, 이들과 모종의 금전적인 거래를 했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의혹의 시선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남매의 난'이 다시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모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최근 시간 외 매매로 보유 주식 314만5400여주 중 65만주를 처분했다. 이 이사장의 보유 지분은 종전 4.68%에서 3.71%로 낮아졌다. 문제는 이 이사장의 지분 매각으로 조 회장의 우호 지분도 줄었다는 점이다. 조현민 한진 사장, 이명희 이사장, 일우재단, 델타항공 등 현재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은 32.06%다. 하지만 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지분을 합치면 34.44%다. 여기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지분 등을 포함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남매의 난'은 지난해 1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선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는다고 KCGI, 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해 동생인 조원태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던 사건이다. 당시 경영권이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위기에 조 회장은 회사경영은 신경도 못쓰고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느라 애간장이 탔었다. 1년여 만에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하는 우려에 조 회장은 벌서부터 우호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시 3자연합이 결성된다면 목적은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경영권 분쟁이 또 시작된다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오너리스크로 인해 또한번 폭풍속으로 휘말려 들어갈 것이 뻔하다. 

한진그룹이 최근 2022년 인사에서 조원태 회장의 동생 조현민 부사장을 한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계속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조현민 사장은 201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물컵 갑질’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조 사장은 2018년 6월 대한항공 광고 담당 전무 시절 본사 회의실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과 소리를 지르며 물이 담긴 유리컵을 던졌다. 단지 자신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물컵을 던진 이유였다. 이 사건으로 조 사장은 검찰에 고발돼 재판까지 받았다. 그 유명한 '땅콩회항'으로 인해 가뜩이나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물컵갑질'은 그룹의 이미지를 회복불가능한 사태로 몰고 갔다.

비록 법적으로는 폭행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특수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분이 났지만 도덕적인 재판까지 피해갈 수 없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아버지인 고(故) 조양호 회장은 딸을 모든 직책에서 내리고 사퇴하게 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의 죽음 이후 벌어진 행태는 반성과 자숙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현민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는가 싶더니 1년만에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그리고 1년여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22년 인사에서는 사장자리까지 초고속으로 올라갔다. 이 과정이 다합쳐 3년 반밖에 안된다. 여기에는 '남매의 난' 때 언니가 아닌 오빠 편에 서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기여한 공로에 대한 보상의 의미가 깔려있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해도 너무 빠르고 눈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으니 벌을 주어도 부족한데 잘했다고 끊임없이 상장을 안기는 격이다. 이러면 반성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없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인사를 두고 재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기업 가치를 훼손한 재벌 총수 일가의 거침없는 행태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로지 조 회장 일가만이 그 시선에서 자유로운 듯 보인다. 자숙하며 기다리면 적절한 때가 오는 법인데, 무엇이 급해서 초고속 승진을 통해 또다시 기억하기도 싫은 '물컵 갑질'을 떠오르게 한 것일까.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고 무뎌지는 법이긴 하다. 하지만 인간적인 상처는 다르다. 대한항공 관련 일을 하다 오너 중 한 명에게 시달리다 공황장애로 고생한 지인이 있다. 그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서 어느날 도망치듯 연고도 없는 시골로 내려가 정착해서 살고 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 겨우 공황장애가 진정됐지만 어느날 그의 병이 다시 도지고 말았다.  '땅콩회항' 등 갑질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문제의 인물이 TV 뉴스에 자꾸 등장하자 의지와 상관없이 공황장애가 되살아 난 것이다.

나쁜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좀비처럼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비록 내가 당한 일은 아니었어도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시리즈로 많은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속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 조현민 사장의 초고속 승진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들에게 나쁜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이는 다시 스트레스로 돌아온다. 당연히 기업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기대하기보다 '어쩔 수 없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보다 큰 리스크가 또 있을까. 염치가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기업이 돌아가는 법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요즘 한진그룹 그리고 대한항공에 드리워진 3개의 사안을 바라보는 마음이 영 편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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