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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환율 하방보다 상방 리스크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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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환율 하방보다 상방 리스크 더 크다
  • 장재철
  • 승인 2022.01.1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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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장재철] 연초 환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폭을 키우던 달러/원 환율이 지난 금요일 1,200원을 넘어섰다. 시장은 달러/원 환율의 전 고점인 지난해 3월 중순의 달러당 1,290원대까지 상승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하향 안정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전망을 위해서는 최근의 달러/원 환율의 상승 원인을 알아보고, 이러한 요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상승한 첫 번째 요인은 미 달러화의 강세이다. 달러 강세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국의 양호한 경기회복세, 특히 고용 부문의 호조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한 미국 금리 상승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 달러화가 유로화나 엔화보다 강세를 보였던 주요인은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유럽이나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 경제의 회복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코로나 위기로 늘렸던 양적완화 종료 및 정책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두르게 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부진한 경기로 인해 기존의 완화적 정책 기조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 연준은 지난해 11월부터 양적완화를 위한 자산매입의 규모를 점차 줄이는, 소위 테이퍼링을 시작했으며, 올해 1월부터는 그 규모를 두 배로 늘려 3월에는 양적완화를 종료하기로 했다. 특히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가속하자, 연준은 최근 발표한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3월에 양적완화를 종료함과 동시에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늦지 않게 늘어났던 자산규모를 축소하는 ‘양적긴축’으로 유동성을 회수할 것을 시사했다. 이는 미국의 12월 실업률이 3.9%로 하락해 적정수준이라고 평가되는 4%를 하회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의 단기 금리뿐만 아니라 장기 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금리 차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달러/엔 환율이 2017년 초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115원대로 상승한 것은 이러한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예고와 양적 긴축 시사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00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1월 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환전소에 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예고와 양적 긴축 시사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200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1월 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환전소에 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달러/원 환율이 상승한 두 번째 요인은 원화의 약세요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달러 강세가 글로벌한 요인이라고 하면, 원화 약세요인은 한국 특유의 요인이다. 예를 들면, 지난 12월의 무역수지 적자 전환을 들 수 있다. 12월 수출이 전년 동월대비 18.3%나 증가한 607.4억 달러로 두 달 연속 600억 달러를 상회하는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613억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37.4%나 증가하며 무역수지가 약 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소비와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면 수입 수요로 무역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 국내로의 달러 공급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 경제의 높은 대중국 의존도이다. 중국 부동산 부문의 과도한 부채 문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강도 높은 통제, 기조적인 경제 성장세 둔화 등은 위안화의 약세 요인이다. 그러나 환율을 중국 외환당국이 고시하는 특성상 달러/위안화 환율은 이와 같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의 프락시 통화, 즉 위안화 환율의 변화를 잘 반영하는 통화로 인식되는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가 과거와 달리 최근에 크게 낮아졌다. 이러한 중국 효과 이외에도 ‘서학개미’와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증권투자를 늘리는 것도 달러 수요를 높여 달러/원 환율의 하락, 즉 원화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이 달러 강세요인과 원화 약세요인으로 구분해 보니, 향후 달러/원화 환율은 아래쪽보다는 위쪽으로 더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달러 강세는 연중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연준 내외에서 긴축의 속도를 더 높이라는 요구가 크기 때문에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 원화도 강세요인보다 약세요인이 우세하다. 중국발 리스크나 교역이나 금융 부문에서 달러 공급보다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이후 원화가 주요국 신흥시장국 통화보다 달러화에 대해 상승 폭이 컸던, 즉 원화 약세 폭이 컸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달러/원 환율의 추가적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달러/원 환율의 상승 폭을 제약하는 또 다른 이유는 외환 당국의 개입이다.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다. 지난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3.7%로 전월의 3.8%보다는 둔화하였으나,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2021년 연간 물가상승률 또한 연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높은 2.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배럴당 70달러를 하회했던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들어 다시 80달러로 상승했다.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에 환율까지 상승하면 물가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물가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한 당국의 개입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달러/원 환율이 연중 내내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줄이 확정되고, 유럽 ECB가 완화적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위기대응 조치를 되돌리는 3월 중에는 불확실성의 완화로 달러화 강세가 주춤하면서 달러/원 환율의 하향 안정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양적긴축이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높은 수준의 달러/원 환율이 예상된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본부장, 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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