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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와 이상기후로 농산물 인플레이션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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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와 이상기후로 농산물 인플레이션 예상
  • 장재철
  • 승인 2021.12.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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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장재철] 2022년의 화두는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는 예상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코로나 이전의 저물가 시대는 끝났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요인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올해 초만 해도 높아진 물가는 하반기에는 다시 곧 안정되는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기대했었다. 락다운이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공급이 증가하면 물가에 하락 압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 폭을 키웠던 국제유가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공급측 물가 압력을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 뉴스1
사진 뉴스1

 

그러나 올해 하반기 물가는 하향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 이후 심화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가 원자재나 상품 가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임금도 상승하고 있다. 실제 물가뿐만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하며 물가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1.4%에 불과했으나, 11월에는 6.2%로 올라섰다. 이는 1990년 11월 이래 최고치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0.6%에서 3.7%로 상승 폭을 키웠다. 한국의 코로나 이전 5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이었다.

이러한 물가상승세에 한몫을 한 것이 식품 가격의 상승이다. UN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식품 및 농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약 28%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8-19년, 두 해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 식품 및 농산물 가격이 2020년 코로나 위기에 3.2%로 상승 반전한 후 2021년에 상승 폭을 크게 확대한 것이었다. 2021년의 이러한 상승세는 곡물과 육류, 식물성 오일 가격이 각각 전년 대비 27.3%, 13.0%, 66.4% 증가한 데 힘입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전체 식품 및 농산물 가격은 41.3%나 증가했으며, 곡물 가격은 53.9%나 상승했다.

코로나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강건한 글로벌 수요와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식품 가격의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미크론과 같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 우려되나, 백신접종률 제고와 치료제 개발 등으로 바이러스 재확산은 억제되고 경기회복세 지속으로 농산물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2년 연속 농산물 가격 상승은 수요자들이 추가적인 가격 상승 전에 재고를 늘리려는 수요 증가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은 비료 가격의 상승이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에 따른 요소 가격 급등세가 좋은 예이다. 비료 가격 상승은 궁극적으로 농산물 가격에 전가될 것이다. 게다가 컨테이너 수송비용 상승 및 노동 부족에 따른 임금상승도 농산물과 식품 가격 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컨테이너의 최근 가격은 전년보다 세 배 이상 상승했으며,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거의 일곱 배나 높아 커피 등의 교역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벌크선 가격도 전년 대비 두 배나 올라 곡물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후변화도 농산물 가격 상승요인이다. 2012년에 농산물에 영향을 미쳤던 라니냐가 적어도 2022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태평양 중부와 동부의 수온이 낮아지면서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라니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남부, 미국 남부에 가뭄을 유발할 전망이다. 가뭄뿐만 아니라 유럽의 홍수와 같은 이상기후도 예상된다. 이러한 가뭄과 홍수는 해당 지역에서 이미 2021년 밀 수확에 양과 질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농산물 가격은 적어도 2022년 상반기까지 현재의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주요 농작물 중 밀과 설탕, 커피의 경우 각각 연평균으로 전년 대비 10%, 15%, 6% 내외의 상승세가 예상된다. 다만 2020-21년 중 공급부족 등의 영향으로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있었던 옥수수와 콩의 가격 상승률은 각각 1%와 –6%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이나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로 에너지 관련 비중이 7%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농산물과 원유의 가격 상승 폭이 같다면, 전체 소비자물가에 식품 가격의 상승이 원유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022년에도 코로나 여파 지속과 이상기후를 예상하는 만큼, 식품물가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의 상승은 불가피하다. 산업계는 식품 가격 상승과 수급 차질 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식품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의 생계비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다. 정부는 물가안정과 저소득층 생계비 부담을 낮출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글 장 재 철(KB국민은행, 본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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