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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방화복 업사이클링, 119레오 이승우 & 홍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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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방화복 업사이클링, 119레오 이승우 & 홍성필
  • 김홍미 기자
  • 승인 2021.11.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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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방의 대명사가 되고 싶어요”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119레오 이승우 & 홍성필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119레오 이승우 & 홍성필

 

[푸드경제 김홍미 기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버려지는 물건에 새생명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 패션이 각광을 받는 요즘 패션 업계에서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119레오의 이승우 대표와 홍성필 유통 담당자를 만나 그들의 비전에 대해 들어본다.

사람들을 구하는 소방관을 우리가 구하자!

소방관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장비인 방화복. 방화복은 특수 섬유로 만들어 섭씨 500도의 불에도 타거나 녹지 않는데, 안전과 직결되기에 기본 수명을 3년으로 잡는다. 그래서 매년 폐기되는 방화복의 양이 70톤. 이런 폐방화복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바로 119레오다.

지난 5월 말 열렸던 ‘새활용 의류전’에서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119레오의 업사이클링 가방을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119레오의 이승우 대표는 폐방화복 사용을 단순히 업사이클링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소방관의 권리 보장과 암 투병 소방관을 돕는 사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2016년 대학에서 사회 문제를 발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동아리 활동을 하던 중 소방관 처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 때 소방관들을 직접 만나 소방관의 문제들을 살펴보기 시작한 거죠. 한 달 동안 120명의 소방관을 인터뷰하면서 소방관들의 노고와 직업적 사명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고, 더불어 열악한 업무 환경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가장 제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암 또는 희귀 질병을 앓는 소방관이 많다는 사실이었어요. 현장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아픈 소방관들이 많음에도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지 못 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결심이 119레오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에서 이런 생각을 확장시키던 중 소방관을 지키는 폐방화복으로 뭔가를 만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2018년 7월 정식으로 창업하게 된 것이 바로 119레오다. 여기서 REO는 Rescue Each Other의 약자로 우리를 구해주는 소방관들을 함께 구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폐방화복을 멋진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하다

1년에 버려지는 폐방화복이 70톤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폐방화복 업사이클링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방서를 일일이 찾아가 버려지는 방화복을 수거했다. 지금은 전국 각지의 소방서와 협약을 맺고 폐방화복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다고.

“보통 법적 내구 연한 3년이 지난 방화복은 일반폐기물로 처리해야 해서 비용이 발생해요. 저희가 방화복을 가져오면 폐기물 발생 비용도 줄이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죠. 특수 섬유로 만든 폐방화복은 화재현장에서 쓰지 못할 뿐 일상에서 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내구성 좋은 소재가 되거든요. 다만 세탁과 가공 과정이 매우 어렵고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수거한 폐방화복은 2중 세탁을 거쳐 임가곡 작업을 통해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이 원단을 각 제품 생산 공장에 전달해 가방과 카드 지갑, 액세서리 등으로 업사이클링 하는 것. 새 원단을 사는 것보다 폐방화복을 재가공하는 비용이 10배 정도나 더 비싸지만 의미 있는 제품을 찾는 분들이 분명 있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에 이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원단 세척과 가공 작업을 각 지역의 자활 센터와 함께 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방화복을 수거하러 소방서를 방문하다보면 소방관 외에도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여러분이 하셨어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 저소득 주민의 자활, 자립을 지원하는 지역 자활센터를 알게 됐고, 그 곳에서 세탁과 임가공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2019년부터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죠.”

윤리적 소비, 환경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이렇게 119레오는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다방면의 유통 채널을 확장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는 이승우 대표 외에도 홍성필 유통담당자와 119레오 직원 모두의 노력이 있었다고.

“소비자들은 20대 여성부터 40대 남성까지 다양해요.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소방 호스 카드 지갑과 백팩, 후원팔찌인 써지컬 팔찌 등이에요. 특히 폐방화복으로 만든 백팩은 견고하면서 수납공간이 넉넉하고, 소방 현장에서 실제 사용됐던 만큼 의미가 담긴 특별한 아이템이랍니다.”

홍성필 유통 담당자가 자신 있게 119레오의 제품들을 설명한다. 어찌 보면 119레오의 성장과 발전은 윤리적 소비의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통해서일 테다. 최근에는 초기보다 디자인이 많이 발전되어 디자인을 보고 구매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판매는 온라인의 자사몰과 다양한 입점 채널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백화점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을 순회하며 팝업 스토어를 전개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팝업 스토어를 소개할 때도 서울 경기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119레오를 다양하게 소개하려는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판매 수익금 일부는 소방관을 위해 기부

119레오는 매년 영업 이익 50%를 소방관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이 기부금은 소방 업무를 하며 유해물질에 노출돼 암 투병 중인 소방관을 위해 쓰인다. 현재까지 5000만 원 정도를 기부했고 암 투병 중인 소방관 10분에게 그 금액을 전달했다고. 소방관을 위한 영업 수입 기부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 중이다.

“현직 소방관을 직접 초대해 이야기를 듣고 119레오의 업사이클링 제품도 판해마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어떻게 소방관이 되셨고 현장의 상황에 대해서도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답니다. 119레오의 제품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소방관의 일과 직업, 현장에 대해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백화점 팝업 행사도 수익보다는 브랜드와 소방관을 더 알리기 위한 목적이 크죠.”

119레오의 사업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브랜드를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그 가치를 인정해 구매에 동참해주시는 것뿐 아니라 암 투병 소방관의 공무상 상해 승인 혹은 승소 소식이 들려올 때라고 한다. 암 투병을 하는 소방관들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기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문제라고. 소방관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더 힘을 쏟고 싶기도 하다.

서로를 구한다는 가치를 표현하는 글로벌 브랜드 119레오

소방관의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하는 사례는 일본, 미국, 유럽 등에도 있다. 안전에 대한 이슈가 생기면서 전세계적으로 소방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덕분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방화복 자체를 입지 못 하는 소방관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 우리나라도 2002년까지는 우비를 입고 화재를 진압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던 것. 그래서 전 세계의 소방관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앞으로의 119레오의 비전이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생명을 구하는 행위‘라는 숭고한 가치를 제품의 형태로 표현하고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에요. 디자인을 할 때 고객 만족과 편의뿐만 아니라 소재가 갖고 있는 그 가치를 어떻게 함께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폐방화복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해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방화복을 입지 못 하는 나라에 방화복을 공급하는 운동까지도 펼치는 것이 저희의 목표랍니다.”

사진 양우영 기자 | 취재 협조 119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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