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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은 내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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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은 내년의 문제
  • 장재철
  • 승인 2021.11.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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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푸드경제 장재철] 지난 10월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10년 만의 3%대 물가 상승세이다. 지난 10년간 평균적으로 1% 내외이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큰 변화이다. 특히 물가 상승압력의 커지는 가운데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일각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고유가와 공급망 차질 등이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경제 성장 경로에 대내외 하방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내적 리스크로는 백신접종 확대에도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불확실성과 최근 급하게 늘어난 가계부채를 들 수 있다. 대외적 리스크는 부동산 부문의 과도한 부채와 테크, 교육, 게임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중국의 경기둔화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을 들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좀 과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 즉 인플레이션에 대한 평가는 더욱 정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부진으로 실업률이 상승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와 한국경제는 다양한 하방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주요국의 지난 3분기의 경기둔화는 코로나 변이의 확산 여파였다. 경제활동 재개가 확대되는 4분기에는 경기회복세가 다시 강하게 나타나고 실업률도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첫 번째 조건인 경기 부진 지속과 실업률이 상승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두 번째 조건인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경기회복기에 나타나는 물가 상승압력에 더해 코로나 위기 이후의 여러 요인이 상승압력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이미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이미 반영된 것 같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했다. 가계부채의 급증에 따른 금융불안 심화와 높아진 물가 상승압력이 그 배경이다. 한국은행은 11월 24일에 있을 올해의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1%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회 정도 추가 인상이 예상되어 내년 말 기준금리는 1.75%까지 높아질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테이퍼링, 즉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것을 11월부터 시작할 것으로 결정했으며, 내년에는 적어도 1회 이상의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이 같은 연준 결정의 배경은 경기회복이 지속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최근에 5%대 중반으로 상승했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기존의 평가에서 다소 후퇴했기 때문이다.

 

미국 성장률과 물가 상상률 경로 예상 추이
미국 성장률과 물가 상상률 경로 예상 추이

 

연준의 평가대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 아니라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2%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한동안 지속된다고 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우선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은 정책금리의 인상 폭과 속도를 예상보다 크고 빠르게 할 것으로 보여 경제성장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경기회복 모멘텀이 약화되면, 경제심리와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이는 다시 경기둔화를 더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경기 부진과 고용악화, 그리고 물가상승 폭 확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즉 스태그플레이션은 현재 문제가 아니라 물가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경우 앞으로 닥칠 가능성으로 미래에 더욱 우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아래에서는 그러한 가능성을 크게 하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자.

인플레이션 원인은 대내요인과 대외요인, 그리고 대외요인을 증폭할 수 있는 환율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경기회복은 상품수요 증가와 고용수요 증가를 통해서 상품가격과 임금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높아진 물가와 경기회복 지속에 대한 예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것이 추가적인 임금상승을 유발하고, 임금상승이 다시 물가와 기대물가를 다시 상승하게 하는 ‘임금-물가의 순환적 악순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악순환이 지난 70년대나 80년대 초와 같이 크지는 않겠지만, 기조적으로 낮았던 물가를 어느 정도 높이는 데는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의 글로벌 저 물가는 소위 아마존 효과로 불리는 ITC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물류비용 하락의 영향이다. 그러나 이들 테크 기업과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지배력이 커지면서 과거와는 달리 물가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대내적으로 물가 압력은 하향보다 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 여부, 글로벌하게 추진되고 있는 2050 탄소중립 정책 등이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국제원자재 중 특히 원유는 WTI유 기준으로 최근 배럴당 85달러 내외로 상승했다. 지난해의 월평균 가격 배럴당 36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향후에도 80달러 중반의 유가가 지속한다면, 한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 비중이 4.3%에 불과해도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은 5.3%포인트나 될 전망이다. 중국은 그동안 인건비 상승과 수출제품의 부가가치 제고 노력으로 과거와 달리 인플레이션을 수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도 대외요인 중 주목할 것은 탄소중립과 관련된 경제 전반의 비용 상승이다. 최근의 탄소 발생 절감을 위해 비용이 저렴한 화력발전 감축으로 전기료 인상이나 신재생 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한 중간재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이러한 대외요인들은 단기뿐만 아니라 중기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다.

이와 같은 대내외 요인으로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경로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크다면 달러는 강세를 보일 것이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수입물가를 낮추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다소 완화할 수 있으나,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자국통화 약세로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외채 대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거나, 정부 부채가 큰 신흥시장국의 경우, 환율 불안과 물가 급등, 성장세 약화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유발하여 외환위기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지금보다 내년에 더 우려되는 문제이다.

글 장 재 철 (KB국민은행, 본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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