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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데이터를 '소유'하라! Own your data!
  • 장시정
  • 승인 2021.11.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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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정의 독일모델 연구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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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장시정]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이름을 바꾼다(바뀌는 건 우리가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페이스북의 이름이 아니라 그 모기업의 이름이다). 현실 세계와 융합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를 소셜 미디어의 미래 플랫폼으로 지목하여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로 육성하려는 원대한 구상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명을 직접적으로 촉발한 계기는 최근 내부 고발로 위기에 맞닥뜨린 탓으로 보인다. 발단은 페이스북이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증오 발언이나 폭력적 콘텐츠들을 조장하거나 방치했다는 전 직원의 폭로였다. 페이스북의 프로젝트 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호건이 수백 건에 달하는 관련 자료를 미국 하원과 증권거래위원회에 제공하였고, 영국 하원의 청문회에도 출석하여 페이스북에 불리한 증언을 하였다.

프랜시스 호건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문제는 이른바 '안전 이슈'이다. 특히 비영어권 국가나 언어의 플랫폼에서 폭력적 게시물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의 검열 기능이 충분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현실 세계의 폭력을 조장했다는 비판이다. 에티오피아어 플랫폼에서는 증오 발언이, 버마어 플랫폼에서는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과 추방에 관한 게시물들이, 인도의 힌디어나 벵갈어 플랫폼에서는 무슬림 소수자를 반대하는 내러티브가 각각 방치되었고, 파키스탄, 이란,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하는 우르두어나 파슈토어 플랫폼에서는 현실 세계의 위험성에 불을 붙이는 폭력적 게시물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다녔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조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고 주가도 내리막이다. 호건은 지난 1일 리스본에서 개최된 웹서미트에서 저커버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로 있는 한 페이스북의 리브랜딩만으로는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어렵다는 게 그 이유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휘슬 블로어는 프랜시스 호건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켜 일약 유명해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일했던 브리태니 카이저는 2019년 <타깃티드>라는 책을 통하여 페이스북에서 개인 정보 데이터가 유출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기업들이 그 빅데이터를 구입하여 선거 캠페인에 활용한다고 폭로했다. 내가 어떤 글을 게시하든, '좋아요' 또는 '싫어요'를 몇 번 누르든, '나'라는 사람의 정체는 페이스북에 고스란히 그 흔적이 남아 나를 조종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도 했다.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의 개인 정보를 노출시킨다.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나 온라인 구매 과정 등에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기업들은 당연히 '고유한', 그리고 '한정된' 목적에만 이것을 활용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한다. 그럼에도 또한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기업들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거나 도용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철이나 명절이 되면 일면식도 없는 정치인들이나 정치 지망생들로부터 문자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개인 정보가 어디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유포되고 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기업들만 개인 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도용하는 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이런 불법적인 일들을 조직하고 자행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북한의 해커부대나, 러시아의 트롤, 중국의 우마오당이 바로 그것들이다. 작년 삼일절 실검 1위의 검색어는 ‘차이나 게이트’였다. 인터넷상에서 중국인이나 조선족이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1천만 명의 알바 댓글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여론 조작은 러시아의 인터넷 댓글 부대인 러시아 트롤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이후 나타난 슈퍼 기업들이 바로 가파GAFA로 약칭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이다. 지금 소셜 미디어를 평정한 페이스북은 190 개국에서 160 개 언어를 쓰는 30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60%, 미국인은 10명 중 7명에 해당한다. 지난 10월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이란 새로운 소셜 미디어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하여 페이스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페이스북과 충돌했다. 페이스북이 자의적인 검열 기준으로 사용자들의 의견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프랜시스 호건이 제기한 증오 발언 방치와는 반대 현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처럼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사안이다. 마치 언론의 자유에 대한 허용 범위와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들의 자체적인 검열이 정당한가, 그리고 정당하다면 그 범위와 한계는 어떤 것인가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소셜 플랫폼 운영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적절한가일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사회 네트워크 서비스SNS라는 말 그대로 그 소유자가 아닌 사용자들 간 사회적 소통을 매개해 주는 곳이다. 정치적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일반 언론과는 달리 정확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플랫폼 운영자가 불법정보 유통 금지 등을 위하여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동법 제44조의 7에 열거되어 있는 9개 카테고리의 '불법정보'라는 것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데다 자율 규제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 근거 규정도 신설되어 플랫폼 운영자의 자의적인 가이드라인 운영과 함께 정부의 개입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하면서 실제로 페널티를 받아 일정 기간 동안 사용 정지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페친들을 맞닥뜨린다. 특정 단어를 입력할 때면 자판이 거부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아마도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사용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자의적인 기준으로 어떤 말들을 써야 하는지부터 그 선택을 제한받는다면 이것은 근본적으로 반민주적이다. 우리가 알고리즘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다는 자조도 나온다. 성범죄나 폭력, 테러 등을 조장하는 콘텐츠는 분명히 걸러야 하겠지만 정치적 목적을 갖는 제한 조치는 매우 부적절할 것이다. 저커버그도 밝혔지만 즉각적인 위험이 없는 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우리를 단절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가>를 쓴 버지니아 대학 미디어과 시바 바이디야나단 교수는 SNS가 소통 확대와 민주주의의 확산에 기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증오와 혐오를 퍼뜨리고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으며 저널리즘을 훼손하고 방대한 사회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번에 프랜시스 호건이 비판한 대로, 만약 엄청난 시장 지배력을 가진 페이스북이 '안전 이슈'를 외면한 채 기존의 사업 관행을 버리지 않는다면 작금의 리브랜딩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위르겐 하버마스가 말하는 이른바 '재봉건화'는 사람들이 뽑지도 않은 권력의 지배를 받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페이스북일 것이다. 저커버그는 세계 어디를 가든지 마치 국가 원수처럼 대접을 받는다. 페이스북이 가진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표를 받지 않았지만 마치 봉건 군주와 같은 권력을 갖고 있다. 이렇듯 선출되지 않은 자가 권력을 갖게 되는 현상을 보노라면 우리 사회가 과거의 봉건사회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디지털 시대의 민주화란 바로 이런 재봉건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타겟티드>의 저자 브리태니 카이저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디지털 생활을 책임지고, 우리의 데이터를 ‘소유’하고,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큐알QR 코드, 빅데이터, 빅테크에 저항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1984>와 <블랙 미러>의 디스토피아가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당신의 데이터를 '소유'하라! Own Your Data!", 휘슬 블로어 브리태니 카이저의 목마른 외침이다.

글 장시정(독일모델연구소 소장. 전 함부르크 주재 총영사)

 

 

필자 장시정은 1981년 외무고시를 거쳐 지난 36년 간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였으며, <독일과 한국 경제> 등을 주제로 다수 강연하였다. 카타르 주재 대사와 오스트리아 주재 차석대사, 함부르크 주재 총영사를 지냈다.
저서로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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