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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돈 버는 곳에서 낸다”‧‧‧‘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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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돈 버는 곳에서 낸다”‧‧‧‘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전망
  • 장시정
  • 승인 2021.10.22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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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정의 독일모델 연구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전망 (pixabay)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전망 (pixabay)

 

[푸드경제 장시정] 지난 10월 8일 총 136개 국가들이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디지털세’를 도입키로 합의하였다. 엄밀하게 보자면 이 새로운 세금의 과세 대상이 디지털 기업에만 국한되지는 않기 때문에 글로벌 디지털세 대신 ‘글로벌세’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이하 '글로벌세'라 한다).

2013년부터 유럽연합에서 시작된 '구글세' 논의가 그동안 OECD와 G7/G20에서 '세원 잠식과 이윤 이전'을 주제로 한 통합적인 논의로 이어졌고 지난 8년간의 꾸준한 협상 끝에 결실이 맺어졌다. 그동안 낮은 법인세로 수혜를 받아왔던 아일랜드, 네덜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도 이번 협상에 참가하여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세계 법인세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하여 마티아스 콜먼 OECD 사무총장은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다자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였다.

지금 세계 경제는 실물 자산에서 디지털 자산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날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그리고 전자 상거래를 통하여 더 많은 돈을 쓴다. 국경을 넘나드는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이 고정 사업장이 없는 온라인에서 대부분 발생하지만 지금까지 이 수익에 대한 과세는 없었다. 전통적인 과세 기준은 어디까지나 고정 사업장의 유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거대 디지털 기업들은 유럽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도 아일랜드 같은 낮은 법인세율을 가진 나라에 고정 사업장을 둠으로써 절세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이들의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거래가 실제 이루어지는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과세권에서 제외되는 조세 불평등 현상이 만연하게 되었다. IMF 추산에 따르면 이런 ‘합법적이면서도 그다지 합법적이지 않은’ 조세 회피로 인한 법인세 손실은 매년 세계 법인세의 4~10%에 해당하는 1천억~2천 4백억 달러에 이른다.

2016년 말 유럽연합 집행위는 애플에 대한 130억 유로 규모의 불법적인 조세 감면에 대하여 환수를 결정하였는데, 상기 조세 불평등 현상의 극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아일랜드는 법인세가 12.5%로서 유럽연합의 평균인 22.25%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럼에도 애플은 아일랜드에 소재한 자회사 <애플 세일즈 인터내셔널>의 영업 이익을 우편함 회사인 <헤드 오피스>로 이전하여 결국 영업이익의 0.005%밖에 안 되는 실효 세율을 적용받았다. 유럽연합은 이것을 불법적인 국가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특혜 발생 기간인 2003년부터 2014년간의 미납세금 최대 130억 유로에 대한 환수를 결정한 것이다.

당시 유럽연합 집행위의 마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의 거대 기업들과 싸우는 유럽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는 세계시장 지배력이 날로 커지는 미국 빅 테크들의 콘텐츠 저작권료나 사용료를 징수하려는 구글세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마침내 2017년 6월 구글에 불공정 거래 혐의로 과징금 24억 2천만 유로를 부과하였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의를 속도와 바꿀 수 없다"라며 기염을 토했다.

이번 OECD 주도에 의한 글로벌세 도입에 관한 합의는 그동안의 수익 창출과 과세권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여 디지털 시대의 현실을 반영한 일대 혁명적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즉, 디지털 가치 창출이라는 새로운 현실 속에서 물리적 존재 없이 영업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겨냥하여 디자인한 조세체계로서, 그동안 생산자 기준의 과세 관할권을 소비자 기준으로 이동시키면서 "세금은 돈 버는 곳에서 낸다"라는 원칙을 부활시켰다.

이번 글로벌세의 두 가지 핵심은, 첫째 '글로벌 최저세'를 도입하여 연 매출 7억 5천만 유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이 그 주된 고정 사업장을 어디에 두든지 관계없이 15%로 고정된 최저 법인세를 부과하며, 둘째는 과세권 배분에 관한 것으로 연 매출 200억 유로 이상의 다국적 빅 테크의 수익에 대하여 고정 사업장이 없어도 실제 비지니스가 이루어지고,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일정 한도 이상의 초과 이윤에 대하여 과세토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에 사업장을 둔 구글과 페이스북은 지금까지는 이 나라의 법인세 12.5%만을 내고 전 유럽에서 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최저세 15% 기준에 따라 본사가 소재하는 미국에서 나머지 2.5%의 법인세를 추가로 납세해야 하며, 동시에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여타 유럽 국가들에서도 10% 이상의 초과 이윤에 대하여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번 조치로 다국적 기업들은 저세율을 쫓아 모기업 소재지를 이전할 필요가 없게 되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말한 대로 "바닥으로의 질주"로 표현되는 그동안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끝낼 것이다. 아울러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약 100개의 빅 테크의 이윤이 좀 더 많은 나라들에서 분산, 과세 될 것이다. OECD는 이 조치로 1250억 달러 이상의 이윤에 대한 과세가 분산되어 개도국의 세수가 선진국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잠정조치로서 그동안의 디지털화 현상에 따른 과세 불평등에 대항하여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등 유럽국들이 개별적으로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디지털 서비스세'는 그 적용이 중단되며 이에 맞섰던 미국의 보복관세 조치도 유예된다.

이 합의는 향후 다자조약의 형태로 입안되어 2022년 서명을 마치고 2023년 말까지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미국 빅 테크들에 대한 부담 증가를 이유로 글로벌세 도입을 반대해 왔던 공화당의 비준 동의 여부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삼성 전자와 SK 하이닉스가 해외에서 새로운 세 부담에 직면할 수 있으나, 대신 GAFA나 넷플릭스 등 80여 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새로운 국내 과세로 세수가 증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 장시정(독일모델연구소 소장. 전 함부르크Hamburg 주재 총영사)
 

필자 장시정은 1981년 외무고시를 거쳐 지난 36년 간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였으며, <독일과 한국 경제> 등을 주제로 다수 강연하였다. 카타르Qatar 주재 대사와 오스트리아Austria 주재 차석대사, 함부르크Hamburg 주재 총영사를 지냈다.
저서로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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