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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아픈 맘을 쓰담쓰담 어루만져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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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아픈 맘을 쓰담쓰담 어루만져 주다
  • 김소윤 박사
  • 승인 2021.10.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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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김소윤] 농촌진흥청은 2017년부터 식물, 곤충, 동물매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서비스를 운영하는 농장 및 마을을 2021년 현재 78개소 육성하고 있으며, 지역 치유농업산업의 체계적 지원을 위한 거점기관도 2021년에 경상북도농업기술원과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 2곳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디 하나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있으랴?’만은 임금님이 나라를 지배하던 시절, 뭇 여인이 동경하는 화려한 궁중생활이지만 실제로 궁녀로 살아가는 여인네들의 삶은 참 고단했다. 오직 한 남자인 임금님의 눈에 들어 선택을 받기 위해 외로움을 달래며 숱한 여인들과의 비정한 질투의 진흙탕에 몸을 던지며 살지만, 긴긴 날이 지나도 임금님은 찾아 주지를 않고 그런 그녀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 아무도 없다.

고려 중기의 문인 이규보는 자신의 저서 ‘동국이상국집’에서 ‘가을이 돌아오면 궁중의 여인들은 작은 금롱 안에 귀뚜라미를 잡아넣었다. ’이 금롱을 베개 옆에 놓고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즐겼다’고 기술하고 있다. 고려시대 궁녀들은 ‘또르륵 또르륵’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를 친구 삼아 “나 대신 네가 울어주는구나.” 라며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이후, 궁에서 즐기던 귀뚜라미 문화는 서민층에게까지 널리 퍼져나갔다고 하며, 조선시대 김천택의 시조집 ‘청구영언’에는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귓도리 저 귓도리’라는 애절한 시조가 실려 있다.

최근, 치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고, 농업·농촌 자원을 이용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완화, 인지능력 향상 등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치유농업법이 제정되면서 반려동물과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업의 외연이 농축산물의 생산에서 농촌·관광 체험의 단계를 지나 지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아침에 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에서 보듯이 우리 삶은 곤충과 많이 연결되어 있다. 농촌에서 자란 중년 이상 세대들은 어린 시절 곤충을 장난감 삼아 놀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땅강아지, 개미, 물방개 등 주변의 곤충들은 어린이들의 훌륭한 친구가 되어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었다. 그런 추억을 되살리면서 이제 이들 반려곤충들은 치유농업의 소재가 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왕귀뚜라미와 호랑나비를 이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심리치유 효과를 확인하였다.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2개월간 왕귀뚜라미 돌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인지기능은 1.4%, 정신적 삶의 질은 4.9% 증가하고, 우을증은 0.8% 감소하였다. 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분석으로 곤충 돌보기에 참여한 그룹의 뇌 활성화 정도와 수행임무 정확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초등학생 대상의 호랑나비 치유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프로그램은 매주 1회씩 5회에 걸쳐 호랑나비가 알에서 깨어나 유충과 번데기를 거친 후 나비가 되는 단계별로 친구들과 함께 관찰하고 체험하면서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호랑나비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한 어린이들의 심리적 치유 효과를 측정한 결과, 삶의 만족도는 6% 증가하고 스트레스 지수는 8.6% 감소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얼마 전, 사무실에 왕귀뚜라미와 방울벌레로 구성된 곤충상자를 들여다놓았다. 낮의 번잡함이 지나고 어둠이 내리면서 하루가 조용히 저물어 갈 때면 더욱 또렷해지는 그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살포시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아픈 맘을 쓰담쓰담 어루만져 주는 곤충을 친구삼아 마음을 치유하는 삶, 멋지지 않은가?

글 김소윤 박사(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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