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1:30 (월)
실시간뉴스
최저임금, 약인가, 독인가
상태바
최저임금, 약인가, 독인가
  • 장시정
  • 승인 2021.08.1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시정의 독일모델 연구
이동호 근로자위원(왼쪽)과 류기정 사용자위원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1년 제1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4.20(뉴스1)
이동호 근로자위원(왼쪽)과 류기정 사용자위원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1년 제1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4.20(뉴스1)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160원으로 결정되었다. 올해 시급 8720원과 대비해 보면 440원이 올라 5.1% 인상되었다. 이 정부가 들어선 직후 첫 해에 전년 대비 16.4% 인상을 결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이다. 그러나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이 내년에는 9160원이 되어 이 정부 5년간 최저임금 증가율은 41.6%나 된다. 이 증가율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그 어떤 나라보다 가파른 것이다. 같은 기간 중 독일은 11%가 올랐을 뿐이다.

내가 만난 함부르크경제연구소의 헤닝 푀펠 소장은 “같은 최저임금을 놓고, 한쪽에서는 고용을 축소할 것이라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구매력을 확대할 것이라 말한다. 실제 비중이 어느 쪽으로 쏠리는지는 불명확하다. 연구결과에서는 양쪽 의견을 모두 입증하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제 그 자체가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결국 관건은 그 합리적인 운용에 있다고 보여진다.

노동생산성에 동떨어진 최저 임금은 결국 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고용지표 분석은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된 2018년부터 취업자 수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인상이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경영 상황이나 원자재 값 인상 등 제반 요인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과거 재심의 사례가 전무함에 비추어 수용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률도 문제이지만, 인상률 외에도 재고해야 할 점들이 있다. 바로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의 설정 범위이다. 독일은 2015년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면서 노동시장에 가져올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하여 최저임금 미적용 대상을 정하고 몇몇 업종에 대하여는 2017년까지 최저임금 적용률을 경감하는 경과규정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2015년 때마침 맞이한 역동적인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인한 부정적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었다.

독일의 최저임금 미적용 대상을 보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류의 취업활동을 도와주기 위한 배려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아쭈비’라고 불리는 직업훈련생들과 인턴들이다. 이들은 노동법 상의 노동자가 아닌 교육법 상의 학생으로 간주된다. 이밖에도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들이나 명예직, 그리고 장기 실업 후 재취업했을 때 그 첫 6개월간에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최저임금 적용률을 완화한 사례다. 신문배달부들에게는 2015년 첫해에는 최저임금의 25%까지, 2016년에는 17%까지 경감해 주었다. 그 이유가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초래될 수 있는 언론자유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요컨대 최저임금 도입으로 신문사의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도산하여 신문 배달을 하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미적용 분야는 가사노동, 선원뿐이다. 경영계에서는 지역별/직종별로 차등적인 최저임금제의 실시를 주장하지만, 우선 지역별 차등제는 우리나라의 실정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 이것은 미국이나 캐나다 같이 국토가 넓고 원심적 연방제를 하고 있는 나라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섬이 많아 고립된 지역이 많은 개도국에서 채용하지만 24시간 생활권역인 우리나라에는 잘 맞지 않는 제도다.

아울러 직종별 최저임금제는 독일의 신문배달부처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는 예외를 마련하자는 의도로 보이지만, 제한적인 예외 분야가 아닌 일반적인 차등적 최저임금제는 오히려 최저임금 수준을 추가로 인상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독일에서 보듯이, 직종별로 단체임금협약에 따른 차등적인 최저임금이 인정되고 있지만 이는 실제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관건은 합리적인 인상률과 적정한 예외 범위의 설정이라 하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근로자의 83%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고용되어 있는 등, 중소 자영업자와 한계기업이 많은 가운데 저성장과 경기 침체, 일자리 난과 부채 급증으로 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을 무려 40%가 넘게 가파르게 인상하였다. 더욱이 일자리 사정에 따라 최저임금의 적용을 면제하거나 완화해 주는 분야도 사실상 남겨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에 따른 충격은 결국 두고두고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최저임금의 중소기업 일자리 영향 토론회>에 구직자 대표로 참석한 수원대학교 김재형 학생은 “최저임금이 오르고 나서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워졌으며, 청년 실업률이 10%라고 하지만 현장 체감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미래에 중심이 돼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 우리 청년들이 일자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장시정(독일모델연구소 소장. 전 함부르크Hamburg 주재 총영사)  

 

필자 장시정은 1981년 외무고시를 거쳐 지난 36년 간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였으며, <독일과 한국 경제> 등을 주제로 다수 강연하였다. 카타르Qatar 주재 대사와 오스트리아Austria 주재 차석대사, 함부르크Hamburg 주재 총영사를 지냈다.
저서로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이 있다.

 

 

 

 

 

 

#최저임금 #장시정 #푸드경제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