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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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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
  • 장재철
  • 승인 2021.08.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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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푸드경제 장재철] 한국은행은 곧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말 1.25%이었던 정책금리가 코로나 위기로 2020년 3월에 0.5%포인트, 5월에 다시 0.25%포인트를 내려 사상 최저치인 0.5%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초저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주요한 정책 수단이 되었다. 코로나 위기 이후에도 미국은 정책금리의 하단을 0%, 상단은 0.25%로 유지하고 있으며, 유로 지역과 일본은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하고 있다.

저금리는 위기 시 이자상환부담 경감이나 대출 수요를 늘려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유지에 기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금리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을 유발해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특히 이번 위기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까지 더해지면서 저금리로 인한 금융 불균형이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문제는 코로나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가 개선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위기 시 실시되었던 정책들이 정상으로 되돌려져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것을 시사한다.

게다가 최근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는 상승률 2%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0%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가 4월에는 2%대로 올라서고 7월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6%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주로 석유류와 서비스 물가가 주도했다. 석유류와 외식 등의 개인서비스 물가는 각각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각각 19.7%, 2.7%나 높았다. 최근 주택가격과 전·월세 상승을 반영한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지수도 7월에는 2.4% 상승했다. 2017년 9월 이래 4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지난 4월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자료출처 : 한국은행. / 뉴스1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자료출처 : 한국은행. / 뉴스1

 

한국은행은 금융 불균형 우려에 물가 압력까지 커지자 시장에 정책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기재부와 금융위도 부동산 시장의 조정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저금리로 인한 주택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에 시장은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26일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책금리 인상분이 그대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에 적용된다고 하면, 6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1,030조 원과 기업대출 1,022조 원에 대한 금리부담이 약 5조 원 이상이 증가한다. 2020년 국내총생산의 약 0.3% 규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금리 인상이 실제 기업과 가계의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그 인상 폭은 정책금리 인상이 단발에 그칠지, 아니면 짧은 시차를 두고 연달아 인상할지에 따라 실제 금리에 반영되는 정도가 다르다. 한국은행의 과거 정책금리 인상 경험을 보면, 금리 인상이 연속적이지 않을 때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대해 신규대출에 대한 금리 인상 폭은 0.06%포인트 내외에 그쳤다. 그러나 연속적인 인상에서는, 예를 들어 두 번의 0.25%포인트 인상의 경우에는 약 0.20%포인트 이상의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은 이번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은 내년 대선이 있을 3월까지 두 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8월 인상이 어려우면 10월 인상으로 연기된 후 내년 초에 한 차례 더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 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은 어디서 멈출 것인가이다. 이러한 금리는 주요 경제변수들이 적절하게 거시정책으로 통제되는 가운데 경제에 큰 충격이 없을 때 예상되는 수준의 금리이다.

통상적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는 인상 속도와 폭을 서로 조율한다는 점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 정책금리의 장기 수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미 연준의 경제전망을 보면, 정책금리 인상은 2023년에 시작해서 장기에는 전고점인 2.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현재 정책금리의 고점이 0.25%이므로 장기적으로는 2.25%포인트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준과 같은 정도의 인상 폭을 고려한다면, 한국은행의 내년 초까지 두 번에 걸친 총 0.5% 인상 이후 추가로 1.75% 포인트 인상이 가능하다. 매번 0.25%씩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면, 내년 하반기 이후 7번의 인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은 시일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유동성이 채 환수도 안 된 상황에서 코로나 위기로 다시 늘어난 유동성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금리 인상을 동시에 추진할 만큼 글로벌 경제나 한국경제의 체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되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특히 정책금리 인상은 2023년 이후에나 시작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 차례 정책금리 인상과 2022년의 한차례 혹은 최대 두 차례의 인상 이후 2023년에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에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2022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전망이다. 통화정책 기조도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며 재정정책과의 정책적 협조가 예상된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유동성의 점진적인 축소로 자산시장의 조정 가능성 또한 정책금리의 빠른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금융시장은 초저금리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속도는 이전과는 다르게 느리게 진행될 것이다. 저금리가 만들었던 위험을 차근차근 정리해야 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본부장)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 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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