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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향토 음식 연구...알뜰하고 소박한 자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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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향토 음식 연구...알뜰하고 소박한 자연의 맛
  • 김홍미 기자
  • 승인 2021.08.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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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김홍미기자] 너도나도 친환경 먹을거리, 자연 밥상에 관심이 많은 요즘, 각 고장의 향토 음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섬나라 제주도는 기후 조건이나 식문화가 뭍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식의 가치가 더욱 더 빛나고 있는 듯. 제주도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식단이나 조리법이 단조로우면서도 재료 자체의 자연 맛을 많이 살렸다는 것. 특히 양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조금 심심하고 투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투박한 맛이 바로 진정한 자연의 맛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셰프가 제주도를 방문하여 제주 향토 음식을 보고 감탄하여 부디 이 맛 그대로를 보존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점점 자극적이고 새로운 맛을 위해 화학 재료가 첨가되고 요리에 기이한 재주를 부리기 쉬운 도시의 식문화에도 제주의 향토 음식과 같이 자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진정한 웰빙식이 많아진다면 어떨까. 

part 1. 제주 향토 음식의 특징
 

제주 향토 음식
제주 향토 음식

 

육지와 멀리 떨어져 거친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좁고 척박한 돌섬으로 한반도의 다른 지역과는 식량 자원이 크게 달랐고 다른 지방과의 음식 교류도 드물었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밭을 가꾸기가 어렵고 시간도 부족하여 길러 먹는 음식보다는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채취해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제주 여인들은 식량을 확보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요리’를 할 여유가 없었단다. ‘요리’는커녕 식품을 조리하고 저장하는 일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

식량이 귀하다 보니 아끼고 아껴서 꼭 먹을 만큼씩만 만들었고, 되도록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어 먹었다고. 이러한 제주 사람들의 생활 환경이 바로 다른 고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제주만의 음식과 식생활 풍습을 만들어냈다.

제주 사람들의 밥상 차림은 대체로 보리밥과 된장국, 김치, 젓갈, 된장, 생나물이나 익힌 나물 한두 가지가 기본이었다. 조금 나은 상차림의 경우에도 생선류나 고기 정도가 곁들여지는 게 전부. 제주도의 기본 상차림은 반찬수가 적어 겉으로 보기에는 초라하지만 국과 반찬류에 생선이 들어가는 것이 많고 주로 싱싱한 채소가 곁들여지기 때문에 영양 면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 식생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바로 냥푼밥상이었다. 다른 지방과 달리 밥을 가족 수대로 따로 뜨지 않고 냥푼이라 부르는 놋그릇 하나에 담아 밥상 가운데 두고 가족들이 같이 먹었던 것. 대신 국만 각자 한 그릇씩 따로 떠서 먹었다. 이러한 풍경은 쉴 새 없이 일에 쫓겨 살아야 하는 제주 여인들의 바쁜 생활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 음식의 특징은 식단이나 조리법이 단조로우면서도 재료 자체의 자연 맛을 많이 살렸다는 것. 양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조금 심심하고 투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단다. 또한 저장식이 발달하지 않은 것도 특이한 점. 보리, 조 등을 양곡으로 보관하는 것은 생활화되었지만 그 외의 다른 식품을 저장하는 기술이나 노력은 부족한 편이었다.

그 이유는 사면이 바다여서 날씨만 거칠지 않으면 언제든지 어패류나 해초류를 채취할 수 있고 기온이 따뜻하여 사계절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생식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생선을 날로 먹는 물회나 강회, 냉국 등의 음식이 발달되어 있으며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하다.

톳이나 모자반 등의 싱싱한 해산물도 냉국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많지는 않지만 자리젓, 멜젓(멸치젓), 게웃젓(전복 내장으로 만든 것) 등과 건미역, 톨말림(톳말림), 모자반말림, 무말랭이 등은 제주도 특유의 저장식품이 있기도 하다.

제주 음식에는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고추장도 귀하여 돼지고기를 찍어 먹을 때는 간장, 물, 식초, 파, 마늘, 깨소금을 섞고 고춧가루를 뿌린다. 국을 끓일 때 배추 같은 것도 칼로 썰지 않고 손으로 잘라 먹는단다. 채소는 데쳐서 날된장무침을 하거나 자리젓, 멸치젓에 찍어 먹는 것이 많다. 그리고 전을 부칠 때, 간전 같은 것은 메밀가루나 밀가루를 얇게 풀어 간을 하여 앞뒤로 붙여 굳힌 다음 달걀 푼 것을 다시 씌워 부친다.

제주 지역 음식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 재료를 한데 섞어 만드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찌개류는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 그 대신 풍부한 수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많은데 특히 국에는 어패류를 주로 이용한다. 육지에서는 어패류로 국을 끓일 때 거의 무를 넣어 끓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무뿐만 아니라 배추, 호박 등 다양한 채소류와 미역 등의 해조류를 이용하는 특징이 있다.  
 

part 2.  제주음식 조리법과 재료의 맛
 

 

1. 본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조리법과 최소한의 조미료로 만드는 제주 음식은 진정한 웰빙식, 자연식이라고 할 수 있다. 

2. 볶음 요리의 경우도 중불에서 살짝 볶아내 아삭아삭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다.  

3. 재피는 제주의 토속적인 맛을 내는 향신료의 역할을 한다. 특히 자리회에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재료. 열매로는 장아찌를 담그고 잎을 된장에 무쳐 먹기도 한다고. 큰 잎은 남도에서만 나는 나물 양하이다. 양하 역시 제주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채소.

4. 임금님께 올렸던 귀한 열매 진피. 껍질이 단단하고 두꺼운 진피는 예부터 귀한 약재로 쓰였다. 

part 3. 제주의 대표 향토음식 만드는 법
 

자리 지짐(좌), 자리물회
자리 지짐(좌), 자리물회

 

자리 지짐
싱싱한 생선은 주로 날것으로 먹거나 물회로 먹는 제주도 사람들이 가끔식 즐겨 먹는 조리법은 바로 지짐. 간장에 조린 생선으로 쫄깃하고 짭조름한 맛의 밥도둑, 별미식으로 불린다. 국물이 없게 바짝 조리는 것이 포인트. 

재료
자리 200g, 간장 5큰술, 식초·고춧가루 1큰술씩, 다진 마늘 1/2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설탕·식용유 적당량씩

만드는 법
1. 자리는 비늘째 소금물로 씻어 냄비에 놓고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을 넣는다.
2. 간장에 후춧가루, 식초, 설탕을 넣고 잘 저어 ①에 부어주고 옆으로 물을 넣고 식용유를 넣은 후 고춧가루를 뿌려 바짝 조린다.

자리물회

재료
자리 300g, 오이 1/4개, 깻잎 4장, 미나리·부추·제피잎 약간씩, 풋고추 1개, 양파 1/4개
양념장 : 된장·청장 2큰술씩, 고춧가루(혹은 고추장)·마늘·참기름 1큰술씩, 생강 1/2큰술, 식초 6큰술, 설탕 4큰술, 깨소금·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
1. 자리는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제거한 후 머리 쪽을 다지고 반은 얇게 썰어 약간의 식초에 무쳐둔다.
2. 다른 채소들도 모두 손질하여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3. ①과 ②를 합하여 양념장의 재료를 모두 넣고 버무린 후 마지막으로 청장으로 간을 한다.
※ 시원한 맛을 더하기 위해 배, 무채를 썰어 넣어도 좋다.

 

깅이집장(좌), 군벗채
깅이집장(좌), 군벗채

 

깅이집장

재료
깅이 100g, 메밀가루 1/2컵, 깨소금 1/2큰술, 참기름 1큰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깅이(방게)는 소금물로 씻어 참기름에 볶아 잘박하게 물을 넣고 끓여 속까지 푹 익힌다.
2. 깨소금과 소금을 넣고 메밀가루를 풀어 넣은 뒤 살살 저어 뜸을 들인다.

군벗채 
제주도의 갯내음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음식. 바다에서 채취한 군벗을 돌 위에 놓고 비비면 거친 검은 껍질이 벗겨진다. 군벗은 고둥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물회로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소금에 버무렸다가 젓갈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재료
군벗 200g, 부추 30g, 양파 1/4개, 깻잎 2장, 고춧가루·된장 2작은술씩, 식초 5큰술, 설탕 3큰술, 다진 마늘·깨소금 1큰술씩

만드는 법
1. 군벗은 살짝 데쳐 껍질과 딱지를 제거하여 소금물에 씻는다.
2. 부추는 짧게 썰고, 양파와 깻잎도 잘게 채썬다.
3. ①에 고춧가루, 된장 등 양념을 넣어 고루 혼합한 다음 ②를 넣고 다시 섞어서 냉수를 자작하게 붓는다. 
※ 향을 돋우는 미나리, 아삭아삭한 맛의 오이를 넣어도 좋다.

 

제주향토음식 톨냉국, 문게죽, 보말국(고동국), 톨젓국무침
제주향토음식 톨냉국, 문게죽, 보말국(고동국), 톨젓국무침

 

톨냉국(톳냉국)

재료
톳 30g, 부추 5줄기, 된장 30g, 다진 마늘·깨소금 1큰술씩

만드는 법
1. 톳은 말린 것을 물에 잠깐 담갔다가 씻어 잘게 썬다. 
2. 부추를 잘게 썰어 넣고 여기에 된장과 다진 마늘, 깨소금을 넣고 고루 버무린다. 
3. ②에 냉수를 부어 냉국을 만든다. 기호에 따라 식초를 넣어도 좋다.

문게죽

재료
문어 200g, 쌀 1컵, 참기름 1큰술, 소금 약간, 물 6컵

만드는 법
1. 쌀은 씻어 2시간 동안 담가 불리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 후 반 알이 되게 한다.
2. 문어는 소금으로 잘 문질러 씻어 방에톡(돌방아)에서 짓이기거나 믹서에 갈아 준비한다.
3.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쌀과 문어를 볶다가 물을 넣고 푹 끓여 소금으로 간을 한다.(사진 06)
 

보말국 

재료
보말 100g, 미역 70g, 청장 1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메밀가루 1/4컵, 참기름 1/2큰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보말은 삶은 후 껍질에서 꺼내어 딱지를 떼어버리고 엷은 소금물로 씻는다.
2. 미역은 씻어서 잘게 썬다.
3. ①을 참기름으로 볶다가 물을 넣고 끓으면 미역과 마늘을 넣어 다시 한소끔 끓이면서 청장으로 간을 맞추고 메밀가루를 풀어 넣는다.  

톨젓국무침

재료
톳 200g, 생멸치젓 300g,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깨소금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홍고추·풋고추 1/2개씩

만드는 법
1. 톳은 끓는 물에 데쳐서 냉수에 헹구고 길면 자른다.
2. 홍고추, 풋고추는 썰어 양념장과 합하여 ①에 넣고 고루 무친다.

 

미니 인터뷰

김지순 제주 향토 음식 보존 연구원 원장

“제철에 나는 식재료와 적은 양념으로 소박하게 빚은 맛,
그것이 바로 제주의 향토 음식, 진정한 자연식입니다”
 

김지순 원장
김지순 원장

 

평생 제주의 먹을거리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힘써온 김지운 원장은 제주 음식 문화의 산 증인이다. 그가 향토 음식에 관심을 가진 것은 50여 년 전. 제주 음식을 단순히 먹을거리가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 인식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셰프인 장 조지와의 만남에서도 그녀는 많은 것을 깨달았단다. 

“요즘 한식의 세계화와 퓨전 요리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잖아요. 저도 늘 어떻게하면 우리 음식을 널리 알릴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고요. 그런데 세계적인 요리사도 한식의 우수성을 인정하더군요. 한식을 변형시키지 않고 소박한 자연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을 듣고 어찌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이렇듯 제주 향토 음식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김지순 원장. 그녀는 건강한 유기농 식생활이란 바로 우리의 땅에서 제철에 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한다. 

“제주 향토 음식은 계절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계절에 맞는 재료로 만든 요리가 발달하다 보니 제주도 요리에 양념이 적은 것도 바로 그 이유죠.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나 양식 등으로 사계절 모두 쉽게 음식 재료를 구할 수 있다 보니 계절 상관없이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건 진정한 자연의 맛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제주의 향토 음식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그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사진_ORGANICLIFE(이성용)  요리_ 김지순·조수경(제주향토 음식보존연구원, 김지순 요리학원)  촬영협조_ 제주시 해안동 과원  소품_ 한국도자기, 네오플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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