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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을 가다 [푸드경제TV(오가닉라이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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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을 가다 [푸드경제TV(오가닉라이프신문)]
  • 김홍미 기자
  • 승인 2021.08.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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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Tour ...자연에서 찾는 치유의 열쇠 

 

[푸드경제 김홍미기자] 신록이 짙푸름을 더하는 7월 숲 속은 생동하는 생명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시원한 계곡물 소리와 귓가를 간질이는 새소리는 물론 한 줄기 바람조차 나뭇가지의 힘을 빌려 여름 숲 속의 연주에 동참한다. 저마다 숲길이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우거진 축령산은 단연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다.

축령산은 전라남도 장성과 고창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고창 사람들에게는 문수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해발 621m 정도로 겉보기에 다른 지역의 산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축령산이 특별한 이유는 그 속을 들여다봐야 잘 알 수 있다. 가히 국내 최대라 할 수 있는 난대 조림 성공지이기 때문. 편백나무를 비롯해 삼나무와 일본 잎갈나무 등 다양한 종이 분포하고 있지만, 그중 특히 주목할 것은 사람의 힘으로 조성된 편백나무 숲이다. 

과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리의 산은 흙빛 살갗을 드러내며 헐벗은 상태였고, 축령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축령산이 지금의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자랑하게 된 것은 단 한 사람, 춘원 임종국 선생의 노력 덕분이다. 춘원 임종국 선생은 전쟁 직후인 1956년부터 무려 21년간 사재를 털어 편백나무를 심고 가꿔왔다. 그러한 선생의 손길은 여전히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에 깃들어 있다. 숲을 걷다 보면 일반 야생림과 비교해 관심과 정성이 곳곳에 어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구부러지거나 제멋대로인 야생림의 나무에 비해 축령산은 셀 수 없이 많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채 가지런히 정돈된 장관을 연출한다. 조림면적은 무려 596ha(약 1백80만 평)에 달한다. 

그러나 축령산은 한때 이러한 편백나무 숲을 잃을 위기를 겪기도 했다. 임종국 선생이 세상을 떠난 후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산주의 경영의지 부족 등으로 숲 가꾸기가 중단된 탓이다. 이내 잡목이 자라났고, 벌목에 의한 훼손이 이어졌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002년부터 훼손의 심각성을 인식한 산림청이 산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서부지방산림청 영암 국유림관리소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축령산은 최근 치유의 숲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축령산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과 같은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축령산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과 같은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온몸으로 느끼는 상쾌함 

축령산을 찾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잘 가꾸어진 진입로도, 친절한 안내표지판도 눈에 잘 띄지 않았던 탓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축령산은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와 대덕리, 추암리, 북일면의 문암리 등으로 입구가 나 있다. 하필 선택한 곳이 가장 외진 모암리일 줄이야…. 한참 헤매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길을 물어 찾아간 끝에 발견한 모암리의 산 입구는 덩그러니 쇠 빗장만이 경계를 짐작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이 상쾌함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축령산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숲의 장막을 막 걷어낸 순간이라고 할까. 사열하듯 양쪽으로 늘어선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길을 오르며 그 웅장함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적당히 가파른 산길에 숨이 차오르면서 그 신선함은 말단 혈관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급기야는 온몸의 숨구멍이 모두 열린 듯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며 말할 수 없는 상쾌함이 느껴졌다.

들숨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숲의 향기 탓에 곧이어 토해내는 날숨에서는 혼탁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잔잔한 소리를 내며 전신으로 부딪히는 산바람은 그렇게 도시에서 오염된 이들의 몸과 마음을 씻어내고 있었다. 
 

숲 해설가와 특별한 동행 

 

01-엉겅퀴꽃의 연보라빛이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식용으로도 사용되며 피를 지혈하는 성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02-으아리꽃의 하얀 자태가 눈부시다.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구안괘사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약재로도 사용된다. 03-특이한 모양의 산딸나무꽃.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딸기와 같은 붉은빛으로 변한다. 
01-엉겅퀴꽃의 연보라빛이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식용으로도 사용되며 피를 지혈하는 성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02-으아리꽃의 하얀 자태가 눈부시다.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구안괘사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약재로도 사용된다. 03-특이한 모양의 산딸나무꽃.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딸기와 같은 붉은빛으로 변한다. 

 

축령산은 네 명의 숲 해설가와 두 명의 등산안내인이 산을 찾는 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처음 산을 찾는 이들이라면 언제든 축령산 영암 국유림관리사무소를 통해 숲 해설가의 안내를 요청할 수 있다. 취재진 역시 미리 약속한 우물터에 다다르자 숲 해설가 김인숙 씨를 만날 수 있었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자마자 “일단 숲을 좀 걸어봐야 한다”며 앞장서는 그이. 길을 잡은 곳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작은 오솔길이었다. 2년 전부터 숲 해설가로 활동해온 김인숙 씨는 대략적인 축령산 숲에 대한 정보를 설명해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언론에 보도된 이후 축령산 숲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어요. 특히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나무가 편백나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그랬죠. 한때는 자동차가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먼지가 날리면서 훼손이 되기도 했어요. 지금은 통제를 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마구잡이로 산을 훼손하는 방문객이 있어 안타깝네요.” 

치유의 숲으로 선정된 이후 축령산 한편에서는 10km 정도의 산길을 조성하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조림자인 임종국 선생의 사료관과 두 곳의 전망대 등도 함께 짓고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숲을 보전하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으로 인해 축령산의 숲은 수많은 동식물의 천국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동식물 중에는 사람에게 위험한 것도 있는 법. 김인숙 씨는 각종 뱀과 독충들 역시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한여름은 한창 활동이 왕성할 시기라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행의 발치에 뱀 한 마리가 쏜살같이 지나쳐 갔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바탕 작은 소통이 있은 후 놀란 마음은 숲의 바람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곧 진정시킬 수 있었다. 김임숙 씨는 다시금 눈에 띄는 특이한 꽃과 나무들을 가리키며 끊임없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편백나무는 물론 참나무 속(屬)에 포함된 떡갈나무와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등의 특징을 비롯해 축령산에 자생하고 있는 각종 식물을 직접 보고 잎을 따 맛을 보기도 하며 상쾌한 트레킹이 이어졌다. 그러나 간간이 안타까운 현장이 눈에 띄기도 했다. 특이한 모양을 한 식물이 집중적으로 뿌리째 뽑혀 있었던 것. 김인숙 씨는 다시 갈무리를 해 묻어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절대 길 외에 숲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도 듣지 않네요. 이건 요즘 숲에서 가장 많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큰 천남성이에요. 꽃이 코브라처럼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죠. 축령산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식물이예요.” 

천남성이 훼손되는 이유는 줄기가 중풍·반신불수·종기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뿌리 부분은 독성이 있어 조선시대에는 사약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잎이 넓고 모양이 독특해 눈에 잘 띄는데, 그것이 사람들의 손길을 피하지 못하는 약점이 된 셈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지나는 동안 자귀나무, 산딸나무를 비롯해 낙엽송과 으아리꽃, 엉겅퀴꽃 등 평소 보기 힘든 식물이 수시로 눈에 들어왔다. 숲은 가까이 보면 볼수록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편백나무 숲길에서 위안을 얻다 

 

04-멀리서 바라본 축령산 편백나무 숲의 전경. 여름 편백나무 숲은 풍부한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다. 05-축령산 편백나무 숲을 조성한 고 임종국 선생의 묘지. 수목장으로 안장돼 있다. 06-딱따구리가 편백나무에 구멍을 내고 만든 둥지. 구멍 속에서 새끼 딱따구리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04-멀리서 바라본 축령산 편백나무 숲의 전경. 여름 편백나무 숲은 풍부한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다. 05-축령산 편백나무 숲을 조성한 고 임종국 선생의 묘지. 수목장으로 안장돼 있다. 06-딱따구리가 편백나무에 구멍을 내고 만든 둥지. 구멍 속에서 새끼 딱따구리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독특한 향기와 자태를 뽐내고 있는 식물들을 둘러보는 재미에 빠져 고개를 넘으니, 편백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숲의 전경이 펼쳐졌다. 절로 감탄이 터져나오는 순간이었다. 숲은 마치 한 폭의 유채화를 연상케 하는 몽환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다가갈수록 특유의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숲을 바라보며 일행은 꽃을 향하는 꿀벌마냥 발걸음을 서둘렀다. 

가까이서 보는 편백나무 숲은 멀리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자생종인 측백나무와 달리 편백나무는 일본에서 유래된 종으로 높고 곧게 자라는 것이 특징. 30여 미터는 족히 넘는 아름드리 편백나무는 장수(將帥)와 같은 위용을 자랑하며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숲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에 한편으로는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물씬 느껴졌다. 더구나 한낮인데도 하늘을 가릴 정도의 울창함이란…. 

나무가 가장 강력한 생명력을 내뿜는 여름은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다. 편백나무 숲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특별한 상쾌함으로 다가왔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기 위해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로, 사람이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도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숲 곳곳에 흐르는 냇물의 포말과 식물의 광합성 중에 발생하는 음이온은 긴장을 완화해주고 두통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이렇듯 책을 통해서 알고 있던 상식이지만, 숲길을 걸으며 느낀 현상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괜찮다’거나 ‘신선하다’는 식의 상투적인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벅찬 감흥이라고 할까. 그야말로 진정한 ‘삼림욕’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벌써 두 시간여의 평탄하지 않은 숲길을 걸어왔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신에서 다시금 활력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숲이 호흡을 하며 내뿜는 신선한 산소 때문이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고요한 숲 속 트레킹은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치유하는 듯했다. 숲과 내가 하나가 되는 듯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험…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그렇게 찾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자연의 포근함으로 감싸안고 있었다. 

치유와 명상의 편백나무 숲, 또 어디 있나 

일림산 편백나무 숲_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에 위치한 편백나무 숲. 일림산 좁은 길을 따라 10여 분 걸어 올라가면 넓고도 한적한 오솔길과 빼곡히 들어서 있는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숲을 양옆으로 끼고 유유히 흐르는 용추계곡을 따라서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벗 삼아 2km 정도를 올라가면 급경사의 석벽을 타고 시원스레 쏟아지는 용추폭포의 장관도 감상할 수 있다. 

미륵산 나폴리 농원 편백나무 숲_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경상남도 통영의 미륵도에 위치한 미륵산 중턱 나폴리 농원의 편백나무 숲은 잘 알려져 있다. 미륵산을 오르는 초입까지 거대한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다. 나폴리 농원에서는 아토피와 비염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억불산 우드랜드_ 전라남도 장흥군은 지난 2006년부터 40∼50년생 편백나무가 우거진 억불산에 산림청 공모사업인 우드랜드(Wood Land) 조성을 위해 총 56억원의 국비를 지원 받아 4년여에 걸쳐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991,735㎡(30만 평)의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으며 편백나무를 테마로 한 전통한옥, 목공예, 편백 노천탕과 편백 톱밥 찜질방, 목제문화 체험관이 있다.  

취재_ 황정호 사진_ 권오경(ORGANICLIF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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