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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한끼
  • 박태일
  • 승인 2021.07.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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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인사말은 밥과 연관되어 독특하다. 나이 지긋한 연령대일수록 “밥은 먹었어요?”나 손아랫사람이나 가까운 사이에도 “밥은 먹고 다니냐?” 등으로 오간다. 먹을 것이 부족하여 배고픈 시절의 한 단면을 정감 있게 표현한 인사말이 최근엔 그럭저럭 하루 끼니는 먹고 산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가끔 하루 세끼를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식량이라고 보기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고 하는 일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릴 때 기억으로 농사일을 하시는 어른들은 밥그릇이 넘치게 드시고 노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였던 반면 요즘엔 적게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되었다.

이를 입증하듯 농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양곡소비량을 보면, 2020년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57.9kg 으로 30년 전 한 세대 동안 121.4kg 에서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다. 반면 밀 소비량은 32kg 정도로 늘어 하루 세 끼 식사 중 한 끼니는 밀가루 식품으로 해결한다. 이제 우리 식탁의 주 에너지 공급원이 쌀 중심에서 밀, 고기, 과채류 등으로 다양화 된 지 오래되었다.

한편 국내 밀은 식용과 사료용을 합하여 연평균 400만 톤 정도가 도입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밀가루 소비와 비축량이 늘어 작년에는 역대 최대량인 250만 톤이 들어와 자급률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이와 다르게 국내 밀 생산기반은 충분하다. 벼, 콩, 옥수수 같이 여름에 생육하는 작물과 경합되지 않고 가을에 씨를 뿌려 이듬해 봄에 수확하는 겨울작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곡인 벼의 식량자급이 이루어지기 전인 1970년대 중반까지는 벼와 보리, 벼와 밀의 이어짓기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전통 농법이었다. 하지만 원곡생산과 더불어 소비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였다. 그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국제가격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성비를 극복하지 못하였고, 둘째는 우리밀의 품질에 대한 신뢰성 저하, 셋째는 가공업체에게 균일한 품질의 원곡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접근성이 어려운 점 등이다.

그 중 연구개발을 통하여 우선적으로 제시한 것이 국산밀의 차별화이다. 국산 밀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살린다면 틈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의도로 농촌진흥청에서 최근 개발한 것이 우리밀 삼총사이다. ‘황금알’은 단백질 함량이 14% 정도로 높고 품질을 높이는 글루텐 성분이 많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된 품종들이 면용에 치우친 원인은 밀 수확기가 보리에 비하여 늦기 때문에 벼 재배와 경합이 되고 상대적으로 낟알이 여무는 기간이 짧아 빵용의 조건을 맞추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황금알은 수확기도 빠르고 빵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이다. 이 품종은 2019년에 출원하여 정부보급 종자가 생산되기까지는 3~4년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그 전에 최대한 증식하여 실용화 할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오프리’는 밀가루를 섭취하였을 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글루텐을 유전적으로 제거한 품종이다. 예부터 밀가루 음식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는 현상이 알레르기의 일종으로 밝혀졌고, 실제 세브란스 병원에서 발표한 자료에도 밀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발생 비율이 가장 많이 차지하였다. ‘오프리’는 임상실험 중도결과에서 64%까지 알레르기를 경감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가가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밀가루는 백색이라는 인식을 깨고 호분층에 흑자색 색깔을 띠고 있는 ‘아리흑’은 안토시아닌 함량이 일반 밀보다 10배가량 많아 항산화 효과가 커 건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특히 밀은 겉껍질은 벗겨내고 하얀 밀가루만 사용하지만 색깔 있는 밀 껍질까지 포함한 통밀로 만들면 친환경 건강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하루 세끼 중 밀가루 없는 먹거리는 이제 상상할 수 없다. 하루 한 끼니 이상 차지하는 밀 소비가 미래 세대에도 자명하다면 식량안보 차원의 국가적 관리는 필수이다.
 

 

 

글 박태일 밀연구팀장(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푸드경제신문 #오가닉라이프 #우리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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