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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자연보다 좋은 놀이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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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자연보다 좋은 놀이터는 없다
  • 변미순 박사
  • 승인 2021.05.22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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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 괴테(Goethe)는 독일의 철학자이고 시인이고, 정치가이면서 문학가이고 과학자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적은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가 자연연구가임을 아는 사람은 잘 없다. 그의 명언 중 ‘탈피하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의 뜻은 자연의 모습을 보고 알게 된 지식에 안주하고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는 의미로 재탄생되었다. 자연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놀이터가 되는지, 생각해본다.

서양의 ‘할로윈데이’에는 호박을 귀신처럼 만들어 불을 켜고 행사를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더 인기 있다고 한다. 밸런타인데이, 빼빼로데이에는 상술로 가득한 초콜릿 등이 상점에 넘쳐난다. 우리나라 선조들의 전통놀이와 비교하면 외국 문화와 기업의 상술은 얼마나 부질없고 부끄러운 일인가?

우리나라 옛 선조들의 전통놀이는 매우 과학적이다. 들판 어디에서나 흔하게 보았던 봉선화는 꽃모양이 봉황새를 닮아 이름을 지었고, “울밑에선 봉선화야~” 하며 노래도 만들었다. 그뿐인가? 사람의 몸에서 가장 균이 많은 곳이 손톱이다. 그 손톱에 봉선화 꽃잎과 백반을 섞어 꽃물을 들였다. 손을 씻을 때마다 백반과 봉선화 꽃잎의 안토시아닌 성분이 빠져나오면서 항염 작용을 하여 조금이라도 균의 침입을 막았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최고의 방역책이었다.

누리장나무는 이름부터 누린내가 많이 나는 식물임을 알 수 있다. 한자 약초명으로 취오동(臭梧桐)이라 하는 것도 오동나무처럼 잎이 넓고 크면서 냄새가 나는 나무라는 뜻이다. 잎을 두어 번 찢어 파리, 모기 등 벌레가 많은 곳에 뿌려두면 살충제를 친 듯 벌레가 사라진다. 은행나무잎을 사용하여도 개미까지 내쫓는 효과가 있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그 딸이 시집갈 때 가구를 만든 것은 오동나무가 그만큼 빨리 자라 우람해지는 나무였기 때문이다. 속성수이며 잎이 큰 오동나무는 2006년에 와서 잎의 추출물로 항염 효능을 높이는 피부 화장품 개발 가능성 논문이 발표되었는데(김남경 등), 우리 선조들은 이미 일찍부터 그것을 사용해왔다.

농사일이 많았던 시절, 어린아이마저 나무그늘에 뉘어 잠재워야 했을 때 선조들은 큰 오동나무 잎으로 아이를 덮어주었다. 그러면 벌레들이 덤비지 않았던 것도 오동나무의 방충 성분 때문이었으니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과학적이고 신비할 정도로 현명하였다.

백년이 넘은 건물에 담쟁이덩굴, 등나무, 능소화, 인동, 마삭줄 등을 심어 벽을 타고 올라가게 한 것은 단지 식물로 건물을 장식하는 목적만이 아니다. 덩굴식물들이 벽을 타며 올라가게 하는 덩굴손은 건물을 잡고 있으면서 건물이 갈라지는 첫 증세인 미세한 균열을 막아주었다. 뿐만 아니라 건물의 실내온도를 낮추고, 도심에 내리는 산성비를 잎들이 막아주어 건물의 외벽이 부식되는 것도 차단하여 건물의 수명도 연장시켰다.

수십만 종이 넘는 식물의 기능은 단지 스스로의 생존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있는 다른 생물체에게 산소를 제공하는 것 이외 무한한 공여체로서의 역할이 넘치고 넘친다. 어릴 적 자연에서 뛰어논 많은 경험들이 성장기를 지나 유명한 과학자, 철학자가 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그들의 자서전을 통해 익히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 놀 기회를 빼앗는 것은 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아이디어, 역할, 전공, 직업, 호기심까지 모두 없애버리는 일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식물 하나하나의 무한기능과 생존방법, 번식론 등이 최첨단 과학서보다 우수한,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임을 알면 참 좋겠다.

글 변미순(대구대학교 연구교수) | 사진 픽사베이

 

 

변미순 박사는…
농학박사(원예학전공), (현)대구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교
수, 화훼장식기사, 도시농업관리사, 딸기수경재배과정 책임
교수로 활동하면서도 자연에 대한 이해를 인문학적으로 설
명하기 위한 새로운 영역을 확립해 가는 수필가이기도 하다.
탁상공론보다는 자연이 전달하는 지식이 더 크고 위대함을
알고부터 우리나라 전국을 다니는 자연탐방가로서 살아있
는 식물의 지식을 전달하는데 일역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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