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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 시대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체력 갖추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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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 시대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체력 갖추어야
  • 정석태 농업연구관
  • 승인 2021.04.26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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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정석태 농업연구관] 우리술의 역사는 우리 민족이 만주와 한반도에 정착하는 고대시대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역사적인 기록으로는 주몽의 탄생 설화에서 술 이야기가 전해지며, 특히 삼국지 위지동이전에서는 우리민족이 술과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민족으로 기술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세월동안 생활 속에 술이 함께 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술의 제조기술도 상당히 발전되어 있을 법도 한데, 현재 우리는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주보다는 외국에서 들여온 술을 더 높이 평가하고 좋아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로 가장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때의 주세령 공포로 우리 가양주를 말살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렇다. 그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지가 76년이나 되었다. 두 세대가 넘었다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술의 상황을 아직도 남의 탓으로 돌릴 것인가? 이제부터는 내 탓이고 우리 탓이다. 우리술 발전을 위하여 우리가 한 것이 너무 없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해야 한다.

우리술인 전통주를 대중이 사랑하는 술로 만들려면 현재 살고 있는 우리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입맛이란 게 간사하기 짝이 없어서 시대가 지남에 따라 계속 변화하기 마련이다. 즉 전통주가 다른 술보다 더 사랑받는 술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되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려면 신속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시대에 맞는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기초가 튼튼해야한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비법만으로는 현대의 빠른 변화속도를 맞출 수가 없다. 시대의 변화 속도가 느린 때에는 비법이 좋은 기술일지 모르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비법이란 ‘나만이 알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일 뿐이다. 현재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가 없다. 혹시 비법을 가지고 있거든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새로운 비법을 찾는 것이 현대에 살아남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우리술의 역사가 오래 되었다고는 하나 과연 우리가 우리술에 대해서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러쿵저러쿵 대충 알고 있는 것들은 많은데, 정작 실용적으로 쓸 만한 데이터는 많지 않다. 관련 기초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만 자연스럽게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지는데, 말만 무성할 뿐 새로운 기술개발에 필요한 정보는 너무 부족하다.

우리술의 역사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변신을 위한 기술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옛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여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발 빠른 대응을 위해서는 우리술의 근간인 누룩과 원료처리 방법 그리고 담금 방법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차곡차곡 수집해야 한다. 누룩 발효 시 일어나는 미생물의 천이와 그 미생물의 대사산물 그리고 생성된 효소들의 역할에 대하여 완벽하게 꿰고 있어야 한다.

우리 전통주의 원료가 되는 쌀, 보리, 밀 등 곡물의 특성과 발효 중에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변화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있는 우리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처럼 한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우리술을 세계화하기 위해서 가야할 길이 너무나 멀다. 하지만 조급해서 기초 체력을 다지지 않고 어물쩍 넘어 가려한다면 반도 못가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술의 기초부터 다져나가야 할 때다.

글 정석태 농업연구관(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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