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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한 끼'를 즐기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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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한 끼'를 즐기는 시대 
  • 구본철
  • 승인 2021.01.04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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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푸드경제
사진=[푸드경제

 

얼마 전에 직장에서 책을 한 권 발간하였다. 그 책 서문에 보면 쌀은 끼니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주식의 의미가 컸지만 지금은 그 위상이 전만 못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쌀로 먹는 식사 대신 국수나 빵을 먹는 게 익숙해지고 심지어는 집에서 하루에 한 끼도 밥을 먹지 않는 일도 흔해졌다. 최근 쌀 소비의 급격한 감소는 이런 식생활의 변화가 쌀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더 큰 변화는 ‘한 끼’가 먹고 산다는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온갖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나도 물론 요리 프로그램을 즐겁게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과거 한 끼 식사는 어쩔 수 없이 해결해야하는 하루 3번의 피치 못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꼭 해보고 싶은 내 내면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즐거움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큰 변화다. 여태까지 가지고 있던 한 끼에 대한 기존 상식이 이젠 난센스에 가깝다. 농업분야에서 이야기하면 값싸게 생산해서 박리다매로 많이 공급하는 일반 농산물도 가치가 없지는 않지만 이젠 그것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근에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일본의 밥맛 좋은 쌀 품종을 들여와 최고 쌀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일본쌀이 우리나라 쌀보다 맛이 있느냐는 격렬한 논란거리로 팩트 체크를 해봐야 하지만 기본 먹을거리인 쌀을 대하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분명히 느껴진다. 배를 채우겠다는 생리적인 당연성보다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밥을 입에 넣었을 때 착착 감기는 탱탱한 식감을 느끼고 즐거움으로 마음이 행복해지는 밥과 즐기는 한 끼를 대부분 사람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모든 먹을거리 소비가, 과거로부터의 경험으로 보면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다. 비싸더라도 맛있게, 건강하게, 즐겁게, 살 안찌는 먹을거리를 선택하고 그걸 재미있게 요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시대이다.

내 아들들도 요리에 관심이 많다. 특히 고기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요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심지어는 고기를 고급스럽게 요리할 비싼 요리도구까지 기꺼이 구입한다. 기성세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의외의 결정이지만 신세대들은 그걸 기꺼이 선택한다는 생각이 든다.

농산물의 유통과정도 바뀌고 있다. 지역 먹을거리 유통 플랫품인 로컬푸드 직매장이 곳곳에 세워지고 운영되고 있고 소포장으로 판매된다. 소비자들이 그걸 좋아하고 호응하는 것이다. 지자체도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어 먹을거리 공동체 활동은 더욱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이런 급진적이지만 이유 있는 변화에 맞추어 우리 농산물도 종류와 생산형태, 품질, 유통체계가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맞추어 혁신을 해야 한다. 지금 20Kg 단위의 쌀을 구매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맛있는 쌀 5Kg을 사서 먹는다.

계란 한판을 2~3만원에 현지까지 가서 직거래로 줄서서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고품질의 농산물을 가격과 상관없이 구매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이젠 적지 않은 것이다. 

포장방법도 이젠 1인 가구나 소가구 기준으로 바뀌어야 하며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간편식 형태로 가공까지 되어야 함도 고려해야 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과거의 상식이 지금은 너무 구시대적이고 비상식적이 되었다. 정부 정책, 기업인의 상품판매 방법을 포함한 농산물 생산은 소비자의 소비형태와 방법에 따라 전체 과정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대전환의 시대인 것이다.

우리 농업의 관점에서도 가정에서 한 끼의 의미가 바뀌는 것이 절대 절명의 위기이기도 하고 혁신을 가져와 우리나라 농업을 새로운 시대의 중심축이 되는 계기일 수도 있다. 지금 그걸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글 구본철(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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