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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도심 속 농사로 하나가 된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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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도심 속 농사로 하나가 된 이웃
  • 조준희 기자
  • 승인 2020.10.06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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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도심 속 농사로 하나가 된 이웃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도심 속 농사로 하나가 된 이웃

 

[푸드경제 조준희기자] 종로구 무악현대아파트 단지 내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참여하는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의 텃밭이 있다. 혜윰뜰 도시농부들은 3세 유아부터 70대 어르신, 학생부터 회사원까지 각자 다른 나이 대와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텃밭에 쏟는 애정과 정성은 모두 한마음 한뜻을 이룬다. 

 

버려진 땅을 생명의 땅으로 가꾸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아파트단지 뒤편에 방치돼있던 땅이었다. 땅이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주민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많은 주민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에서부터 시작해 생태 정원을 가꾸자는 의견이 나왔고, 최종적으로 주민들이 함께 공동체 텃밭을 경작하고 수확하는 모임인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가 탄생했다.

처음엔 소모임으로 시작을 했지만 점점 참여를 원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지원자가 워낙 많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가구를 선정하고 있다.
 

쉽지만은 않았던 농사

혜윰뜰의 텃밭 농사는 시작부터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음을 모아 농사를 지어보기로 결심했지만, 도심 속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이었기에 누구 하나 제대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 부딪힌 문제는 공동체 농업을 시작하기 위해 거쳐야 할 법과 규약 등 제약받는 사항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종로구청의 도움을 받았다. 버려져 있던 공간을 정리하고 도시농업공동체를 새롭게 등록했다.

그리고  단순한 지원이 아닌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기초적인 농업 지원부터 농업교육, 자문을 구할 네트워크 연결까지 많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었다. 그렇게 다양한 도움의 손길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비로소 혜윰뜰 농업공동체의 활동 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다. 
 

진정한 이웃사촌이 되다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이곳을 방문한 농업 전문가는 땅이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물이 너무 잘 빠지는 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윰뜰 도시농부들은 포기를 몰랐다. 물이 잘 빠지는 땅이라면 그만큼 물을 더 자주 주면 된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이곳의 도시농부들은 부지런하게 하루 두 번씩 텃밭을 찾아 물을 주고 정성스럽게 작물을 가꿨다. 각자 농업에 대해 모르는 부분은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고, 공유하며 농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작은 새싹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열매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수확의 기쁨도 기쁨이지만 10여 년간 얼굴도 잘 모르고 지냈던 이웃과 불과 몇 달 만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함께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혜윰뜰 농업공동체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혜윰뜰 텃밭에 대해 아파트 단지 내에 점점 입소문이 퍼졌다. 매일 농사를 함께 지으며 친구가 된 이웃들의 이야기, 텃밭을 가꾸면서 많이 움직이다 보니 건강을 되찾았다는 어르신의 이야기, 집에서 티비를 보는 것보다 텃밭에 나와 노는 것이 더 재밌다고 말하는 아이들까지... 텃밭은 단순히 버려진 공간을 바꾼 것만이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까지 바꿔놓았다.
 

작은 씨앗이 가져오는 따스함

텃밭에서는 봄에는 상추, 고추, 가지, 토마토 등을 재배하고, 가을이면 배추, 무, 쑥갓 등을 재배한다. 작물들은 모두 친환경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수확 후에는 주민들의 밥상 위 신선한 먹거리가 된다.

많이 수확한 작물은 아파트 내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다른 가구들과 나눔을 하기도 하고, 가을이 되면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로 함께 김장김치를 담가 마을의 어려운 세대에 전달하기도 한다. 공동체 도시농부들은 작은 씨앗 하나가 세상 가장 따뜻한 나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도시농업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진정한 이웃사촌이 되다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진정한 이웃사촌이 되다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가 가지는 목표

당장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가 가지는 목표는 올봄 농사를 작년보다 잘 해내는 것이다. 농사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목표다. 또한 우리 공동체의 활동을 널리 알려 다른 지역에도 좋은 취지를 가진 공동체들이 생겨나고 공동체 지속가능을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요즘 각광받고 있는 도시형 수직 수경재배와 같은 방식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근 학교에 착한 가격의 고급 식재료를 공급하는 역할까지도 꿈꾸고 있다.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유통과정의 단순화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기에 의미 있는 목표다.

사진 양우영 기자,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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