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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10 토막’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어린이날 모처럼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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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10 토막’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어린이날 모처럼 ‘대목’
  • 한유진 기자
  • 승인 2020.05.05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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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의 모습. 이곳은 코로나19 여파로 손님들이 급감했지만 어린이날 대목을 앞두고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의 모습. 이곳은 코로나19 여파로 손님들이 급감했지만 어린이날 대목을 앞두고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푸드경제 박연화 기자] "반토막도 아니에요. 평소 매출의 10분의 1로 보면 됩니다. 아니 '제로'라고 해야 하나. 개학연기는 상상도 못했죠. 다들 사정이 마찬가지라고 보면 돼요."

"문구만큼은 아니어도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에요. IMF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아예 밖으로 나오질 않으니. 어린이날이 됐으니 기대해 봐야겠죠."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자리한 문구완구거리에서 만난 상인들의 말이다. 이들은 기나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터널이 끝난 뒤 찾아올 봄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구완구 시장이다.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해 있지만 주변에 동대문이 있어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로 불린다. 약 500m 가량의 거리에 120여개의 점포가 모였다.

1970년대 본격적으로 태동된 이곳은 도매는 물론 소매까지 겸해 문구완구의 메카로 불리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거리는 최근 줄어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따뜻해진 날씨로 서서히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연휴 기간이 한창인 1일 근로자의 날 오후 이곳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장난감을 사려는 이들로 붐볐다. 어떤 아이는 원하는 장난감을 껴안고 함박웃음을 짓는가 하면, 연인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커플들도 있었다.

중랑구에서 왔다는 두 초등학생의 엄마 김모씨는 "(장난감이) 싸다고 해서 아이 아빠와 같이 왔다"며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다시 찾아온 손님들에 반색하는 모습이었다. 송동호 동대문 문구완구 번영회 회장(승진완구 대표)은 "손님들이 다시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며 "3~4월에는 하루 10명의 손님도 만나기 힘들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송 회장은 "3월이 가장 힘들었다"며 "폐업을 고려하는 사장님도 있었지만 서로 응원하며 겨우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구점의 타격이 완구점보다 훨씬 컸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이 대목인 완구와 달리 3월 신학기가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문구점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감염 우려에 따라 학교가 개학을 연기한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장난감과 달리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걱정이다.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A문구점의 임모 대표는 "올해는 대목이고 뭐고 아예 없었다"며 "매출이 평상시의 10분의1"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젠간 학교가 개학하겠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다"며 "학기도 다 지나가는데 준비물 매출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문구점의 김모 대표도 "겨울에 신학기에 대비해 잔뜩 물건을 발주해 놨다"며 "재고도 지금까지 다 털지도 못하고 있다. 올해는 사실상 장사 끝"이라고 푸념했다.

일부 문구점은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 손소독제와 보건용 마스크를 매대 가장 앞에 내놓고 판매하는가 하면 "마스크 있어요"라고 외치며 손님들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상인들은 서울시와 정부의 지원에도 기대를 걸고 있었다. 김 대표는 "서울시 자영업자 지원금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자격 요건이 되는지 확인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는 '서울 자영업자 생존자금' 방침을 발표하고 연 매출이 2억원 이하인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월 70만원씩 2개월간 지원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서울시의 긴급 재난생활비와 정부의 아동돌봄쿠폰도 매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송 회장은 "손님들 중에 서울에서 주는 생활지원비(재난 긴급생활비)나 (보건복지부의) 돌봄쿠폰을 쓴다는 분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서는 시중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보통 오전 9시쯤에 문을 열기 시작해 오후 7시쯤에 문을 닫는다. 토·일·공휴일에는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차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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