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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훤의 한이 서린 땅, 전북 완주에서 만난 겨울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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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훤의 한이 서린 땅, 전북 완주에서 만난 겨울의 즐거움
  • 황정호 기자
  • 승인 2017.12.30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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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함박눈이 내린 고산자연휴양림의 전경은 특히나 고즈넉하게 다가온다.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황정호 기자] 전라북도의 중앙에 위치한 완주군은 전주시를 둘러싸는 형국으로 지도를 보면 마치 아기를 감싸는 듯한 지형이 특징이다. 전주를 포함해 완주는 그 옛날 완산주라 불리며 후백제 견훤왕의 도성으로서의 내력도 지니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도성의 자취는 이제 흔적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지만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악 지형과 그 사이사이 골짜기에 깃들어 있는 범상치 않은 기운은 완주의 남다른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도시로 유명한 전주에 비해 그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완주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수려한 풍광과 다양한 매력을 간직한 전라북도의 중심지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주변도시로 머물렀던 완주. 봄, 여름은 물론 형형색색의 낙엽이 물드는 가을, 삭풍이 휘몰아치는 한겨울에도 따뜻한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는 완주. 그 중 인적이 드문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그 매력을 탐구할 수 있으리라. 이렇듯 적잖은 기대와 설렘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완주를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산자연휴양림에서 만난 상쾌함

차가운 이른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출발한 완주행이었다. 경부고속국도를 지나 호남고속국도로 접어드는 내내 한겨울 고즈넉한 풍경이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갔다. 서울서 3시간 남짓, 막힘없이 차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완주군 고산면 읍내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두 발을 땅에 딛고 심호흡을 하니 한층 신선한 공기가 폐부에 스며든다. 1박 2일의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야트막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읍내의 풍경을 둘러보며 인근에 소문난 맛집을 찾았다. 상에 올라온 삭힌 홍어를 보니 이곳이 전라도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묵은지에 삶은 돼지고기와 홍어를 싸서 먹는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입맛 좋게 밥 한 그릇을 비워내고 처음 향한 곳은 바로 고산자연휴양림이었다. ‘한겨울에 자연휴양림에 볼 것이 뭐 있을까’ 할지 모르지만 고산자연휴양림에서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은 의외로 다양하다. 낙엽송, 잣나무, 리기다 등이 빽빽이 들어선 숲길을 따라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정비가 잘 돼 있는 것이 특징. 또한 그 옆에는 생태하천으로 정비된 고산천이 흐르고 있다. 하천과 어우러진 숲길을 걷다 보면 골짜기 사이로 기암절벽들이 나타난다. 숲과 하천,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고산자연휴양림의 독특한 분위기는 걷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더구나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온몸으로 스며드는 신선한 숲의 기운이란 여간 상쾌한 것이 아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즐기는 스릴, 에코어드벤처

한참을 걸어 들어가는 와중에 숲길 한편에서 완주군이 자랑하는 에코어드벤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목재와 와이어, 로프 등을 연결해 공중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 체험 시설. 유럽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설이 존재한다는 것이 의외였다.

높다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구름다리로 건너다니고 와이어를 이용해 스릴 있는 도전을 할 수 있는 에코어드벤처는 이미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레저스포츠다. 실제로 완주군은 이를 유럽 현지 전문가를 기용해 조성했다고 한다. 또한 매년 정기점검을 통해 나무가 자라는 만큼 시설물의 조임을 조정, 나무의 생장을 최대한 배려한다고 하니 환경을 생각하며 즐거움을 추구하는 친환경 레저스포츠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조금 더 길을 따라 들어가니 이국적인 카라반(오토캠핑) 시설이 눈에 띄었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인근에서는 입소문을 타고 나름 유명한 곳인지라 매년 20만 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인 휴양림이니 무리도 아니었다. 여름에는 안쪽에 위치한 숙박동까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아웃도어족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자연휴양림에서의 하룻밤은 꽤 매력적으로 느껴질 터였다.

정취가 느껴지는 무궁화 테마식물원

고산자연휴양림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을 꼽자면 아마 휴양림 입구에 위치한 무궁화 테마식물원이 아닐까. 나라꽃인 무궁화를 테마로 한 국내 최대 무궁화 식물원으로 국내 자생종 무궁화만 70여 종, 개량종 130여 종이 식생하고 있으며, 14만 2천제곱미터(약 4만 3천평)에 달하는 부지에 무궁화동산, 난대성 식물원, 세계나라꽃전시원이 구획을 나눠 들어서 있다. 이러한 무궁화 테마식물원이 건립된 것은 의외로 2011년 8월이다. 이미 <완주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를 개최하는 등 무궁화를 문화브랜드로 발전시키기 위한 완주군의 남다른 노력은 식물원 곳곳에 깃들어 있었다.
 

01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 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은 멀게만 느껴졌다. 02 영화 〈최종병기 활〉 촬영 당시 만들어진 움막의 모습 .03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편백나무 숲은 푸른빛을 잃지 않았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

고산자연휴양림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난 후 발길은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에 위치한 공기마을로 향했다. 공기마을은 30여 년 전 주민들이 마을 산에 편백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숲으로 유명한 곳. 피톤치드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 편백나무를 찾아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질병 치료와 휴식을 위해 찾고 있다.

한적한 숲길을 따라 삼림욕장을 향해 가는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아 쉬엄쉬엄 걷기 좋았다. 숲길은 두 갈래로 나눠지는데 한쪽은 가족단위 방문객이 걷기 좋은 편백나무 오솔길로 양옆에 빽빽이 이어진 편백나무 숲 사이를 걷는 낭만이 색다르다. 간간히 섞여 있는 떡갈나무에는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구멍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다른 한쪽으로 향하는 길은 목적지인 삼림욕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오솔길에 비해 약간은 경사가 있었지만 적당히 차오르는 숨이 그리 힘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구나 가면 갈수록 서서히 편백나무의 은은한 향이 전신을 휘감는다.

30년 이상 수령의 편백나무가 빼곡하게 군락을 이룬 탓에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도 이곳에서는 힘을 잃는 듯했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느낌의 적막 역시 이곳을 찾는 이들을 포근히 감싸며, 그저 숲길을 오르는 사람들 간에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만이 간간히 이어질 따름이다. 느린 걸음으로 30분가량 오르니 저 멀리 작은 계곡 사이로 삼림욕장이 눈에 들어왔다. 앉아 쉬기 좋게 해놓은 것인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고 작은 바윗돌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었고 그 사이로 역시 편백나무의 은은한 향이 맴돌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편백나무와 나무 사이로 흐르는 공기만이 감도는 곳

왜 이곳의 이름이 공기마을인지 짐작될 즈음, 정상으로 여겨지는 곳에 편백나무로 이어 만든 문이 눈에 띄었다. 마을 촌장의 말에 의하면 바람에 쓰러진 편백나무를 엮어 만든 문으로 그 이름을 ‘통문(通門)’이라 새겨 넣었다고 한다. 산과 사람이 통하는 길이라는 의미다. 통문 옆으로는 거의 쓰러져 가는 움막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숲 한가운데 움막이라니…. 그런데 언뜻 그리 낯설지 않은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이 바로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이기도 했다는 것. 영화 속 주인공들이 추격자를 피해 숨어든 움막이 바로 이곳이었다.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세트였지만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움막은 해체되지 않고 남아 찾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선사하고 있었다.

완주의 또 다른 명소, 대둔산 도립공원

적어도 대둔산의 가을 단풍에 관한 이야기는 아마 전국적으로 꽤 유명세를 떨치지 않았을까.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릴 정도로 대둔산의 정취는 남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충청남도 논산군, 금산군과 전북 완주군 사이에 솟아 있는 대둔산은 케이블카로 산중턱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다. 비록 가을의 장관을 놓치기는 했으나 겨울, 특히 함박눈이 내린 후의 경치는 그에 못지않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면 암릉 사이를 연결하는 금강구름다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 구름다리를 건너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경치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리를 건너 정상인 마천대를 중심으로 기암괴석과 숲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장대한 풍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진 | 양우영 기자 자료제공 | 완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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