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5:35 (금)
실시간뉴스
쌀 생산조정제, 식량 자급률 높이는 기회
상태바
쌀 생산조정제, 식량 자급률 높이는 기회
  • 박홍재 농진청 식량산업기술팀장
  • 승인 2017.12.20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한 나라에서 소비되는 식량이 얼마만큼 국내에서 공급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식량 자급률’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50.9%이다. 다시 말하면 먹거리의 49.1%는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 농산물인 셈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최하위권이다.

글 박홍재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 식량산업기술팀장

언뜻 생각하면 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아 창고에 저장된 양이 많은 상황인데, 식량 자급률이 낮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쌀과 서류(감자·고구마)의 식량 자급률은 각각 104.7%로 우리 국민이 먹을 만큼 생산되고 있지만, 밀(1.8%)과 옥수수(3.7%)는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어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콩(24.6%)과 보리쌀(24.6%)의 수입 농산물 비율은 70%대에 달한다. 즉 쌀과 서류를 제외한 다른 작물의 국내 생산량은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부족한 식량을 해외에서 사들여 국내에 공급하는 체계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미국의 대가뭄으로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2008년에도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부족하자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이 자국의 식량 안정을 위해 수출을 중지하거나 제한해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빈번해지는 이상기후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처럼 사전 대비를 하면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쌀 생산조정제는 우리나라 식량 생산의 기반을 새롭게 구축하고, 식량 자급률을  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쌀 생산조정제는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헥타르(ha)당 일정액을 지원해 생산량이 부족한 식량 작물 및 사료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사업이다.
 
농촌진흥청은 쌀 생산조정제와 연계해 밭작물과 조사료 전문 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사료용 벼 및 논 재배 적합 밭작물 품종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논에서 밭작물 재배가 용이하도록 배수 개선 기술, 기계화 재배 기술, 작목별 재배 매뉴얼 보급, 현장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인들이 쌀 생산조정제에 대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내년 2월까지 진행하는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을 통해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벼를 대체해 논에 재배할 수 있는 다양한 작물을 선정하고, 재배 체계 모형을 만들어 현장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재배 체계 모형은 작물 생산량과 논 경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2모작과 3모작으로 설계했다. ‘쌀보리+콩’, ‘밀+팥’, ‘봄감자+콩’ 등 식량 자급을 높이는 형태를 토대로 식량 작물+식량 작물, 식량 작물+조사료, 식량 작물+양념 채소류 등 총 28개 유형이다.

조사료는 가축의 먹이로 주로 이용하는 청보리, 풋옥수수 등을 포함했고, 양념 채소류는 연중 소비가 높은 고추, 대파 등이 들어갔다. 이 재배 체계 모형에 따라 농가 소득을 산출한 결과, 벼만 재배했을 때보다 1.5~3배 소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재배 체계가 농업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밭작물 재배를 위한 기계화도 확대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58%대에 머물러 있는 밭농업 기계화율을 2022년까지 7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밭농업용 기계 개발과 현장 보급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콩, 고구마, 조, 기장 등 현장 실증을 거쳐 전 과정 기계화가 가능한 품목을 중심으로 연시회 및 현장 교육도 강화한다. 더불어 농협 등 주요 유통 주체와 계약 재배가 이뤄질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수립해 안정적인 생산 기반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쌀 생산조정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벼 이외의 다른 작물 재배가 늘어나면, 쌀 소비 감소로 그동안 소홀했던 쌀의 가치도 재조명받을 것이다. 더불어 식량 자급률 향상이라는 성과도 거두고, 우리나라 식량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