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4:25 (토)
실시간뉴스
'탈원전 상징’ 신고리 5·6호기 갈등의 교훈
상태바
'탈원전 상징’ 신고리 5·6호기 갈등의 교훈
  • 김종면 논설위원
  • 승인 2017.10.20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김종면 논설위원] 중단 위기에 처했던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이 ‘재개’ 쪽으로 20일 결론이 났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 신고리 건설 재개 의견은 59.5%로 중단 의견 40.5%보다 19%포인트 높았다. 정부가 지난 6월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한지 3개월여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공사비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5·6호기의 공정률이 29.5%에 달하는 상황에 이르자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건설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정부는 공론화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그런 만큼 신고리 원전 건설은 곧 재개될 것이다. 정부는 24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권고안을 의결한다.

여야 정치권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책임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찬반으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해온 시민사회의 공방 또한 여전하다.

당장 자유한국당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블랙 아웃시키려는 졸속 탈원전 정책을 즉각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과 절차에 따라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는 애초부터 공론화 대상이 될 수 없었다며 공론화위 활동 자체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공론화위의 결정은 ‘기정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건설 재개’ 결정과는 별개로 탈원전에 방점을 둔 신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그대로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또한 민주당과 탈원전 정책의 기본원칙에 궤를 같이 하며 원전이 셧 다운(가동 중단)될 경우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방안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바른정당도 국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장기적인 에너지정책 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원전말살 정책’ 전면 폐기를 외치는 한국당 일각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와는 별개로 에너지 정책 결정은 원전을 축소하는 쪽으로 이루어지도록 권고했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0일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공론화위 권고안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공사 재개뿐 아니라 원전을 축소해 가고 원전 안전 기준을 강화하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등 에너지정책 보완을 위한 권고도 충분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대대표는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조직개편 등을 통해 힘을 모아갈 것을 주문했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신재생에너지산업을 혁신성장의 새 축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들이 하나같이 강조한 것은 신재생에너지다. 그것은 곧 공론화위가 권고한 ‘원전 축소’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일부 보수신문은 진작에 “'건설 재개'로 결정 날 경우 탈핵 진영에선 이번 공론화가 신고리 5·6호기에 국한된 것이라고 고집할 가능성도 있다”는 식으로 진영 논리를 부추기는 듯한 논지를 폈다. ‘탈핵 탈레반’이니 ‘원전 마피아’니 하는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공론화위의 ‘신고리 건설 재개, 원전 축소’라는 결정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번 공론화위는 숙의(熟議)민주주의적 해결 방식을 통해 시민참여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한쪽에는 공론화위의 권고안을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흐름이 존재한다. 국가 백년대계에 속하는 에너지정책을 전문성이 부족한 시민참여단에 맡긴 것은 문제라든가, 국회라는 대의민주주의 기관을 놔두고 법적 근거도 미약한 공론화위라는 툴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가 그 본연의 대의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함을 우리는 하루하루 확인하고 있다. 시민들의 공적인 논의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 인색할 이유는 없다.

신고리 5·6기 논란은 일단락됐다. 문제는 원전의 안전성이다. 아무리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해도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원전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먹구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공론화위가 건설 재개 권고와 함께 ‘원전 축소’를 강조한 것을 예사로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탈원전’의 복합적 의미까지 읽어내야 한다. 그것은 좌·우 이념의 문제도 진보·보수 진영의 문제도 아니다. 인간 생존의 문제다. 

사진 서울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