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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비슷한, 맥주가 아닌… 하이트진로 FiLite(필라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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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비슷한, 맥주가 아닌… 하이트진로 FiLite(필라이트) ★★★
  • 백종국 기자
  • 승인 2017.09.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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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오가닉라이프신문 백종국 기자] 최근 신제품 출시된 국내 주류제품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이다. 맥아 함 량이 10% 미만이라 국내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류돼 ‘맥주’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못한다.

이 비슷한 술은 20년 전 일본에서 탄생해 현재 일본 주류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일본 기준으로 필라 이트는 발포주, 그 중에서도 맥아 함량이 25% 미만인 제3발포주에 속한다. 진로하이트는 제3발포주 의 탄생 시기인 2004년부터 일본에 ‘무기수구리’ ‘프라임브루’ ‘골드마스터’ ‘수퍼프라임’ ‘프라임드래 프트’ 등의 제3발포주를 수출해 와 이에 관한 상당한 기술과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

맥아 외에 다른 재료를 넣는 이런 맥주가 만들어지는 것은 원가 절감 때문이다. 필라이트는 일반 맥 주 세율 72%보다 낮은 30%의 기타주류 세율을 적용받아 355㎖ 12캔을 1만 원에 판매하는 영업 전략 을 펼칠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의 판매 호조로 맥주공장 가동률을 50% 이상으로 올리 고, 영업이익을 흑자로 반전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맥아에 다른 재료를 섞는 맥주의 등장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고 이미 20세기 초반 미국, 아니 그 이전 유럽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는 Bier(Beer)는 물 맥아 효모 홉 등 4가지 원료로만 만들어져야 한 다는 ‘맥주순수령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맥아 외에 다른 재료로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양조업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발견된 사실이다.

필라이트를 맛보고도 ‘다른 맥주와 차이를 모르겠다’는 시음기를 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필라이 트의 구성 성분은 물>전분>보리>맥아의 순이다. 알코올 함량 4.5%에 깔끔한 맛과 청량감을 준다. 시 원하게 마시면 잡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홉 향의 피니시로 상쾌함을 더해준다.

필라이트의 최근 인기는 단순히 가성비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맥주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 제조공법의 영향도 크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미감 이다.
비교하는 다른 맥주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은 고품질의 수입맥주가 아니라, 맛없기로 소문나고 더 나빠질 게 없는 국산맥주인 것이다. 폭탄주 제조용으로나 애용되는 국산맥주를 포기한 사람들이 꽤 된다. 그들은 수입맥주나 수제맥주로 돌아섰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맥주 맛을 감별하는 일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서양인들은 보리로 만든 맥주와 위스키, 포도로 만든 와인에서 각각 수십 가지 맛을 분별해 낸다. 향신료가 발달한 동남아와, 향신료를 획득하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한 유로와 달리 동북아의 한국과 일본이 접해본 맛 과 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맥주 제조 역사가 짧고 맥주문화가 수입문화이다 보니 노력도 덜했다.

필라이트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좋은 맥주는 소비자가 만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이 입맛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술을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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