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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치킨값 3만원' BBQ 윤홍근 회장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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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치킨값 3만원' BBQ 윤홍근 회장의 배신
  • 유인근 국장
  • 승인 2022.04.2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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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근 BBQ 회장.
윤홍근 BBQ 회장(뉴스1 제공)

[푸드경제 유인근 편집국장] 치킨 프렌차이즈 BBQ가 다음 달 2일부터 전 메뉴 가격을 2000원씩 인상한다.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 치킨은 2만원, 황금올리브 닭다리는 2만1000원으로 가격이 올라, 본격적으로 치킨 2만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지난해 말 먼저 가격을 올린 교촌치킨과 bhc에 이어 BBQ도 가격인상에 합류하면서 치킨업계 빅3 모두 가격을 올린 셈이 됐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유독 BBQ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가장 먼저 치킨 2만원의 깃발을 올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왜일까?  

이는 그동안 BBQ와 그 수장인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보여준 소비자와의 신뢰는 1도 없는 무책임 행동에서 기인한다.

BBQ 윤홍근 회장은 지난 수년간 경쟁업체인 bhc와 민사 형사를 넘나들며 수도 없는 법정싸움을 벌여 '치킨전쟁'의 주인공이 된 인물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두 회사의 갈등은 10년 동안의 소송전을 통해 물고 물리면서 치킨업계를 흙탕물로 만들었다. 소송전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두 회사간의 끝없는 감정싸움에 질린 소비자들은 이것이 네거티브 마케팅이 아닌가 착각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질기고도 징했다. 결과에 관심도 없는 소비자들만 끝을 모르는 닭싸움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12월 BBQ는 먼저 치킨값을 인상한 교촌이나 bhc와 달리 가격을 동결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입장문을 통해 "당분간 치킨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 원재료비와 최저임금, 배달료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으나,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 인상 요인을 본사에서 부담하려고 한다"는 멋있는 말로 다른 두 회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들은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고 환호했다. 이전투구와 같은 소송전으로 인해 '싸움닭' 수준으로 추락했던 이미지가 한 순간에 '착한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이 기간 윤홍근 회장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아, 금메달 딴 황대헌 최민정 등에게 60세까지 BBQ 치킨을 무료로 주겠다고 해서 여러번 언론을 탔다.  선수단장이란 직위를 기막히게 마케팅에 활용했으니 이 또한 대단한 능력이었다. 역대 올림픽 선수단장 가운데 직위를 이용해 자사 홍보를 이렇게 상업적으로 잘 활용한 인물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윤 회장의 고통분담 코스프레는 오래가지 않았다.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베이징에서 돌아온 그는 지난 3월 말 느닷없이 "치킨은 3만원 정도 돼야 한다"고 발언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당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가 했던 발언은 몇 번을 들여다봐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윤회장은 "(치킨 가격이) 2만원이 아닌 약 3만원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는 우리가 삼겹살을 먹을 때 150g이 1만5000원에서 1kg 정도를 먹으려면 한 10만원에서 10만5000원 정도 들어간다. 1인분이 150g밖에 안 되는데, 닭고기는 1㎏ 아니냐”면서 단순 무게로 비교했을 때 닭고기가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황당무계한 비유에 웃음이 먼저 났다. 그러려면 더 비싼 소고기나 랍스타와 비교를 할 것이지...

예상대로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특히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치킨은 어느 나라에서나 값싼 고기다. 닭고기를 돼지고기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치킨 공화국 권력자(윤홍근)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비난이 팽배해지자 BBQ는 "치킨 1마리 가격을 3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게 아니라 윤홍근 회장이 평소 생각하던 바인 가맹점주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며 "치킨 가격을 올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계획도 없다"고 말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까스로 잠재웠다.

그러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불과 한 달여만에 없다던 계획은 현실이 됐다. 지난 26일 BBQ는 전격적인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다. 윤회장의 3만원 발언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 가격 인상을 위한 밑밥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BBQ는 이번에도 가맹점을 방패막이로 앞세웠다. 가맹점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실상은 어떨까. 치킨업종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음식을 찾은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포장·배달이 많아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실제 치킨업계 빅3는 지난해 매출 합산액이 1조3000억원을 돌파하면서 각 사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2020년(1조1826억원)보다 12.7% 증가한 수치다. BBQ도 전년 대비 13% 증가한 3624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가맹점은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프렌차이즈 본사는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구조가 아닐 수 없다. 가맹점이 배곯으며 뼈 빠지게 고생해 본사만 배부르게 해주는 기형적인 구조가 아닌 이상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렇게 가맹점을 위하는 것처럼 유난을 떨더니, 가격인상과 더불어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재료 가격을 평균 약 20%, 최대 71% 올리겠다고 뒤통수를 친 점이다. 이는 이번 치킨 가격인상이 가맹점을 위한 것이 아닌 본사의 수익증대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을 대변해준다. 가맹점주들은 제품 판매 가격과 원부재료 가격을 동시 인상할 경우 가맹점의 수익은 줄어들고, 본사 이익은 증가할 것이라며 '본사 배 불리기'라고 강력 비판하고 나선 상황이다.

사실 배달앱 수수료 부담 가중 및 국제 곡물, 제지 등 원부재료와 국내외 물류비, 인건비 급등 등 인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BBQ의 행위가 용서가 안 되는 것은 2번이나 고통분담을 내세우며 착한기업 코스프레를 했다는 점이다. 본사의 수익증대를 위해 그토록 위하는 것처럼 내세웠던 가맹점까지 배신했다.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도 말이다. 

BBQ는 2017년 원가부담 등을 이유로 치킨 가격을 올렸다가 소비자들의 저항으로 한 달여 만에 다시 되돌린 수치스런 역사가 있다. 당시 뼈아픈 실책 탓에 매출은 급감했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받았다. 당시 대표였던 윤경주씨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것과 같은 위기를 느꼈다"는 말로 당시를 회상한 적이 있다. BBQ는 당시 위기가 준 교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말이 씨가 된다고, 윤홍근 회장의 치킨값 3만원 발언이 진짜 현실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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