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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플레이션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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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플레이션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이유
  • 장재철
  • 승인 2022.04.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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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철의 경제 EYE

[푸드경제 장재철]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걱정이 크다. 한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2011년 12월의 4.2% 상승 이래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의 7.9%에서 8%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초의 2차 오일쇼크 이후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이 될 것이다. 유로지역의 3월 소비자물가는 7.5% 상승해 유럽연합이 시작한 1990년대 초반 이후 최고이다. 올해 미국과 유로지역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5.7%, 6.5%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한국은 4.1%를 예상한다. 모두 각 중앙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10년 만에 찾아온 고물가 & S의 공포(뉴스1)
10년 만에 찾아온 고물가 & S의 공포(뉴스1)

 

이 같은 높은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 위기 이후 글로벌 공급망 및 물류 차질, 그리고 최근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에 따른 것이다. 최근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은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로 인한 락다운의 경험과 미-중 무역 갈등 지속에 따른 생산 및 투자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경제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과 유럽의 대러시아 군사적 압박과 더불어 경제 및 금융제재가 일본이나 한국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의 참여로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 등 서방세력과 러시아와 친러시아 세력 간의 새로운 냉전체제의 시작으로 평가하고, 이로 인한 양쪽 진영 간의 경제적 갈등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곡물, 니켈 등 원자재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이 그 예이다. 이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구조적인 현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통상 중앙은행은 이러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정책금리 인상이라는 매우 강력한 처방전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0.25% 포인트씩 세 차례의 인상을 통해 1.25%까지 올려놓았다. 올해 적어도 세 차례의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일각에서는 빠르면 이번 주에 있을 4월 금통위에서 0.25% 포인트의 인상도 점치고 있다. 미 연준도 지난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상한을 0.25%에서 0.5%로 올렸으며, 5월에는 인상 폭을 두 배로 확대한 0.5% 포인트의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위기로 늘려 놓았던 유동성을 5월부터는 매월 최대 950억 달러씩 줄일 것을 시사했다. 정책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를 병행함으로써 금융여건을 빠르게 조이겠다는 것이다. 유럽의 ECB도 높아진 물가압력을 외면하지 못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정책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구조적이고 특히 전쟁 등의 여파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은 더 빠르고 오랜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연준과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폭과 그 속도는 다를 것이지만 적어도 2023년까지는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인상의 결과가 과거에 대부분 경기둔화나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즉 최근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이에 따른 경치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의 최우선 정책 목표가 물가 안정이기 때문에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는 한 미국이나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따라서 경기침체 우려나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정책이 필요하다. 하나는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책금리 인상이 소비와 투자 등의 수요를 위축시켜 물가 압력을 낮추는 효과는 약 9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따라서 2022년에 본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한다고 하더라고 그 효과는 2022년 말이나 2023년에나 볼 수 있다. 미 연준의 파월 의장도 올해 정책금리 인상의 효과는 내년에나 가능하며, 하반기에 물가가 안정된다면 대부분은 작년 하반기의 높은 물가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높은 물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매우 공격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장의 물가 안정 효과보다는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매우 공격적 정책금리 인상은 기대인플레이션 안정화를 위한 수사일 가능성이 크며, 실제 금리 인상 속도는 이보다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2023년에 예상되는 경기둔화나 경기침체 가능성을 줄이는 데 필요한 또 다른 정책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꼽을 수 있다. 물가 압력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민간 부분의 소비지출을 자극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경제의 생산능력을 증가시키는 투자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위기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생계지원은 필요하나, 궁극적인 정책 목표는 이들 부문의 생산능력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 위기 이후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위축된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고용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나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통화정책과 달리 재정정책은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단기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책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

최근 일각에서 코로나 위기와 더불어 급증한 정부부채에 대한 부담으로, 매우 엄격한 재정준칙에 입각한 정부지출 통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재정준칙이 정부 재정의 단기적 경기대응 능력과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지원을 약화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2022년과 2023년 경제성장률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각각 2.6%와 2.4%로 전망한다. 코로나 직전 연도인 2019년부터 4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2.0%가 될 것이다.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2021-22년의 잠재성장률과 같은 수준이다. 2023년 성장률이 경기둔화나 침체로 위의 전망보다 더 낮아진다면 평균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2023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을 강화해 경기침체와 물가압력을 완화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올해 필요한 이유이다.

글 장재철 (KB국민은행, 본부장, 수석이코노미스트)

 

 

장재철은 KB 국민은행/KB 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이다.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 씨티그룹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을 거쳤다.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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