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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빵일까, 스티커일까? '포켓몬빵'의 정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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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빵일까, 스티커일까? '포켓몬빵'의 정체가 궁금하다
  • 유인근 기자
  • 승인 2022.04.11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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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경제 유인근 편집국장] 요즘 제빵업계 최대 화제는 아마도 '포켓몬빵'일 것이다. 이 빵은 워낙 인기가 좋아 과열 현상으로 문제가 될 정도다. 품귀 현상으로 인해 대형마트에서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고, 구매자들은 배달 물류차량에서 막 내린 상자를 뒤지기도 한다. 다른 제품을 묶어파는 '끼워팔기' 상술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성범죄 미끼로까지 악용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포켓몬빵'은 SPC삼립의 효자상품이다. 이 회사가 이 빵을 처음 출시한 때는 무려 20년도 더 지난 1998년이다. SPC그룹의 전신인 제빵회사 샤니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제작하는 일본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포켓몬 스티커 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이 들어있는 포켓몬빵을 선보였다. 제품을 구매하면 랜덤으로 포켓몬 캐릭터가 있는 띠부씰을 얻을 수 있었다. 랜덤 뽑기 심리를 자극한 캐릭터 마케팅은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사이에서 빵 안에 들어있는 띠부씰을 모으는 것이 당시 트렌드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최근 90년대 감성이 인기를 끌자 옛 것에 대한 레트로 열풍이 불자 SPC삼립은 20여년 전 '포켓몬빵'을 재소환했다. 이제 어른이 된 당시의 어린이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켜 포켓몬빵을 팔아보자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최근에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포켓몬스터 캐릭터 카드가 품절 사태를 겪을 만큼 인기를 모으자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을 것이다.

그들의 상술은 적중했다. 빵에 들어있는 159개의 포켓몬 '띠부띠부씰'을 모으려는 수집가와 인스타그램 등에 인증샷을 올리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품절대란'이 벌어졌다. 출시 43일 만에 무려 1000만봉 판매를 돌파했다. 

여기까지는 그러저럭 복고풍 감성과 상술이 만나 히트상품을 탄생시킨 사례로 봐줄 만하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정도가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이다. 요즘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포켓몬빵'은 더이상 '빵'이 아니라 빵의 탈을 쓴 '스티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요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포켓몬빵 거래 글이 올라오는데, 띠부씰 레어템(희귀 아이템)은 웃돈을 얹어 팔린다. 1500원짜리 빵이 30배 이상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투기가 따로 없다. 개봉한 빵을 중고로 판매하는 경우도 나온다. 띠부씰만 꺼내고, 먹지 않은 빵을 헐값에 내놓는 식이다. 위생이나 식품 안전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애초부터에 빵에는 관심이 없다. 구매 직후 스티커만 쏙 뺀 뒤 새 빵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1998년 처음 출시때도 스티커만 꺼내고 빵을 버려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같은 현상이 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르다면 과거엔 어린이들이 빵을 벌였다면 이젠 어른들까지 가세한 셈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는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 증가로 이어진다.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매년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처리 비용이 세금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포켓몬빵에 대한 이상 과열현상에 쾌재를 부르는 곳은  SPC삼립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포켓몬빵 열풍을 소개하면서 "노재팬(No Japan)은 끝났다"고 보도하며 한국을 조롱하고 있다. '노재팬'은 일본의 한국경제 도발로 인해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뜻한다. 어찌보면 한국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최근 일본 경제매체인 '겐다이비즈니스'는 포켓몬빵 인기에 대해 조명하면서 '노재팬은 이미 과거의 일'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일본 누리꾼들은 "노재팬 아니었느냐. 근성이 없다", "일본 제품 안 산다고 할 때는 언제고, 포켓몬빵은 왜 이렇게 사는 거냐. 이해 안 된다"며 고소해하고 있다.   

일본이 그럴 만도 했다. 포켓몬스터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예나 지금이나 그 저작권은 일본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포켓몬빵을 구입할 때마다 일본 기업에 적지 않은 로열티는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일본으로서는 막대한 로열티도 가져가면서 눈엣가시였던 '노재팬'마저 허물어뜨렸으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다.

창피한 것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국내의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포켓몬빵 줄 서서 산다는 글 보면 불편하다" "불매운동까진 아니더라도 일본 캐릭터에 열광하는 듯한 분위기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자존심이 상한다"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도 제조사인 SPC삼립은 7일 기존 제품보다 최대 133% 비싼 '포켓몬빵 시즌2' 신제품 3종을 선보였다. 가격은 2000~3500원 사이로 기존 제품(1500원)보다 33~133%나 비싸게 책정됐다. 벌써부터 이에 대해 국내 양산빵 시장의 과점사업자인 SPC삼립의 '지나친 상혼'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띠부실을 미끼로 더 비싼 제품을 내놓았다니, 소비자들의 불편과 상처받는 국민들의 자존심은 안중에도 없다.

이 정도면 SPC삼립이 빵 제조회사인지, 스티커 판매회사인지 구분이 안 간다. 주객이 전도됐으니 빵은 접고 아예 스티커 장사로 나서는 것은 어떨까. 그런 이유로 SPC가 한국을 대표하는 제빵업체라는 사실이 불편하다. 장인정신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빵 회사라면 무엇보다도 빵에 진정성을 갖고 집중해야 한다. 사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빵에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해야 한다. 스티커가 아니라 맛있는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싶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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